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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12년'과 같은 메시지...감동은 더 컸어요"

[내 인생의 영화] '독립영화계의 전도연' 배우 이채은이 추천하는 영화, '헬프'

14.04.02 16:44최종업데이트14.04.0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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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은 영화 <회사원> <남자가 사랑할 때> 등 상업영화의 단역을 거쳐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에서는 김강우 정진영과 어깨를 나린히 하며 2시간 내내 스크린을 누볐다. ⓒ 조경이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 최근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에서 정진영이 운영하는 찌라시 업체 직원으로 출연해 상업영화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배우 이채은은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으로 불린다. 그에 앞서 2009년 <거짓말>에서 강렬한 연기를 펼쳐 서울독립영화제 독립스타상을 받는 등 독립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녀가 관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무엇일까.

영화 <헬프>(2011)
테이트 테일러 감독
엠마 스톤, 비올라 데이비스 등 출연 

영화 <헬프> 포스터. ⓒ 소니픽쳐스

2009년 출간된 캐서린 스토켓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1960년대 초반, 미시시피 잭슨이라는 마을에서 백인 가정을 위해 일하던 흑인 가정부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당시 미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인종차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개봉 당시에는 보지 못 했고 최근에 찾아 본 영화로, 당시 미국에서의 심각한 인종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백인들이 가정부로 일하는 흑인을 멸시하는 정도가 아주 심해요. 같은 화장실도 못 쓰게 하죠, 흑인이 앉던 자리에 백인이 앉지 않아요. 그런데 아이를 기르는 육아 등은 흑인에게 맡깁니다. 다만, 아이가 잘못했을 때 혼을 낼 수 있는 건 백인 엄마, 아빠죠.

흑인들과 백인들의 대조되는 상황 속 세세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영화적 색감도 정말 좋아요.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가슴이 엄청 따뜻해지는 영화예요. 창조주 아래 피부색에 관계 없이 모두 다 똑같은 사람인데, 저렇게 심하게 할 때가 있었구나 싶고요. 그들이 겪었던 고통도 공감할 수 있었어요. <노예 12년>과 메시지는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헬프>가 훨씬 더 좋았어요."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
샘 멘더스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케시 베이츠, 마이클 셰넌 등 출연.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포스터 ⓒ CJ E&M

리처드 예이츠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샘 멘디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주연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은 1997년 영화 <타이타닉> 이후 첫 공동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고, 또한 <타이타닉>의 또 다른 출연 배우 케시 베이츠가 출연했다. 이 작품으로 케이트 윈슬렛은 골든 글로브상에서 드라마부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결혼했을 때는 굉장히 행복한 부부였는데, 이후에 서로가 생각하는 게 달라지면서 옛날과 같은 행복과 열정을 잊어버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요. 이 여자는 현실에서 벗어나서 새롭게 시작하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꿈을 꾸고 남자도 처음에는 그렇게 하자고 동의를 했지만, 후에 승진을 앞두고 다시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택합니다. 그러면서 여자는 불행하게 되고 두 사람은 이상과 현실을 두고 갈등하게 돼요.

이 영화를 찍을 때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릿이 부부였거든요. 근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케이트 윈슬렛이 엄청 사랑하는 장면들도 있는데 남편이 자기 아내를 배우로 바라보면서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장면을 찍은 게, 제가 생각하는 어떤 통념이나 틀을 깨고 작업하는 것 같아서 재미있는 포인트였어요.

또, <타이타닉> 때부터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정말 너무 아름다운 커플이라고 생각했는데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볼 때도 두 사람의 호흡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극장에 들어갔을 때와 뭔가 다른 세상을 보는 듯 나의 눈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영화 <아메리칸 허슬>(2014)
데이빗 O. 러셀 감독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레미 레너 등 출연

영화 <아메리칸 허슬> 포스터. ⓒ 누리픽쳐스

미국의 범죄 코미디 드라마 영화. 1970년대 실제 미국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희대의 범죄소탕 작전에 스카우트 된 사기꾼들과 그들을 끌어들인 FBI 요원의 사기극을 그린다.

"<아메리칸 허슬>은 주인공들은 매우 진지한데 밖에서 관찰할 때 굉장히 웃긴 상황들이 펼쳐져요. 그런 코미디가 전반적으로 깔려 있어서 재미있어요. 크리스찬 베일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살을 엄청 찌워서 '배트맨'의 크리스찬 베일을 상상할 수 없어요. 처음에는 너무 변신해서 못 알아볼 정도예요.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연기 교과서라고 할 만큼 다 훌륭해요. 영화 속 사기꾼들이 얽히고설키게 되어 엄청 큰 사건으로 커지는데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제니퍼 로렌스예요. 정말 영화를 보고 나면 제니퍼 로렌스만 남을 정도로 연기가 장난 아니에요. 그녀가 나오기만 하면 웃겨서 미쳐버릴 정도죠."

영화 <캡틴 필립스>(2013)
폴 그린그래스 감독
톰 행크스, 바크하드 압디, 바크하드 압디라만 등 출연

영화 <캡틴 필립스> 포스터. ⓒ 소니픽쳐스

2009년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적 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로, 톰 행크스가 출연해 남다른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캡틴 필립스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혼자 납치돼 탈출하려고 고군분투하지만 그는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누굴 100% 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잡혀있어서 너무 고통스럽고 두렵지만 그들을 향한 연민도 느끼게 됩니다.

결국에는 구출돼 살아나오긴 하는데, 그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가 돼 있어서 감정적으로 몰입이 잘 돼요 집중해서 보면 놓치고 갈 장면이 하나도 없이 끝까지 스릴감이 넘치죠. 마지막에 캡틴 필립스가 구출될 때 총기가 난사돼 소말리아 해적들이 다 죽고 자기만 나오는데 그때 의무실에서 톰 행크스가 막 고맙다고 울어요. 패닉인지, 안도인지, 슬픔인지 모를 그런 복합적인 연기가 나오죠. 계속 불안하게 있던 그가 안전한 곳으로 와서 안도감이 한꺼번에 훅 밀려오는 그 느낌도 참 좋았어요."

영화 <그래비티>(2013)
알폰소 쿠아론 감독
산드라 블록, 조지 클루니 등 출연

영화 <그래비티> 포스터. ⓒ 워너브라더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서 작업하던 스톤 박사가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그곳에 홀로 남겨지고, 우주 공간 속에서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을 담은 SF 영화다.

"사람이 사는 곳에 왜 중력이 있어야 하는지, 중력에 감사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죠. 마지막에 산드라 블록이 지구로 돌아와서 육지에 탁 누었을 때 엄청난 감동이 느껴졌어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영화 내내 중력이 없는 상황을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다 보여줬기 때문에 마지막에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바닷가와 흙을 마주하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서 그냥 별 생각 없었던 지구와 중력, 흙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채은 헬프 레볼루셔너리 로드 그래비티 아메리칸 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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