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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민과 이마 키스 나눴던 김보라...무용 '11분'으로 비상

[인터뷰] 국립현대무용단 '11분'에 출연하는 김보라

14.04.06 14:11최종업데이트14.06.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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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에 출연하는 김보라 ⓒ 국립현대무용단


무용가 김보라는 다른 장르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업에도 관심이 많다. 뮤지컬 <라카지>에서 2AM 이창민이 연기하는 장미셀과 이마 키스를 나누던 안느가 바로 무용가 김보라다. 사실 안느 배역은 다른 여배우들이 탐내는 배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연출가가 다른 여배우보다 안느 역으로 무용가 김보라를 낙점했다. 무용가의 에너지가 뮤지컬 위에서 연기로 승화할 수 있는 순간을 김보라는 <라카지>에서 맞이한 셈이었다.

하나 더, 독립영화 <보라, the Dance alone> 역시 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된 독립영화였다. 영화와 뮤지컬이라는 다른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김보라가 이번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11분>에 출연한다. 참고로 무용 <11분>은 파울로 코엘료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딴 무용이다. 김보라가 이야기하는 <11분>에 대한 이야기,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혼잣말> 뒤에 담긴 그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에 출연하는 김보라 ⓒ 국립현대무용단


- <11분>은 어떤 콘셉트의 무용인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11분>을 읽기 전에는 무용수가 소화해야 하는 콘셉트가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소설을 읽고 보니 무용수 모두가 소화해야 하는 콘셉트가 모두 달랐다. 초연 당시에는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을 많이 다루었다. 이번에는 초연과는 약간 다르다. 소설에 모티브를 받아서 무용수 각자의 경험과 무용수의 경험을 반영한다.

소설 <11분>에는 마리아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순수했을 때부터 창녀가 될 때까지의 이야기 중에서 한 부분을 이번 공연에서 연기한다. 소설 속 마리아의 첫 경험을 모티브로 무용으로 표현한다. 사물과 관계 맺는 설정으로 무용을 표현하고 싶다. 소설 속 마리아가 첫 키스를 하고 첫 경험을 하기 전에 이불 같은 사물과 관계를 하는 장면이 있다.

사람과 관계를 하는 게 다가 아니라 사물을 통해서도 관계할 수 있다는 마리아의 대사에서, 남자의 관계를 알기 전에 사물로 남자를 대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았다. 소설에서 마리아가 이불과 관계하는 걸 저는 피아노로 오브제를 삼고자 한다. 피아노는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다.

사람이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는 신체 부위는 코다. 무용에서는 코와 코가 만난 상태에서 만남이 이루어진다. 코와 코가 만나니 얼마나 이 관계가 불편하겠는가. 그럼에도 불편한 관계 또한 필요하다는 의미를 보여주고자 한다."

▲ 국립현대무용단 <11분> 에 출연하는 김보라 ⓒ 국립현대무용단


- 요코하마 댄스 컬렉션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독립영화를 찍고 싶다는 제의를 받았다. 독립영화 <보라, the Dance alone>이 만들어진 후 영화 속 한 장면을 따오고 싶다고 제안해서 무용 <혼잣말>을 완성할 수 있었다. <혼잣말>은 영상과 매치되어 수많은 이야기의 잔상으로 만들어진 무용이다. <혼잣말>이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다. 그 덕에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다.

<혼잣말>에는 세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중 하나가 할머니 이야기인데 영상으로 전개했다. 대중에게 제일 어필한 게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이 아니었나 싶다. 이야기 중의 하나는 가족도 모르는 이야기다. <혼잣말>을 구상하기 위해 내게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가를 되돌아보았다.

예전에 천안에 사는 할머니를 보려고 서울에서 무용 연습을 마치고 내려간 적이 있다. 당시 할머니는 혼자 음식을 만들다가 할머니가 입고 있던 손목 부근 옷에 가스레인지의 불이 붙어서 팔에 화상을 입는 사건이 벌어졌다. 원래는 할머니가 계시는 천안에 일찍 도착했어야 하는데 연습을 하느라 천안에 늦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연세가 있어서 옷에 불이 옮겨붙을 때 불을 제때 끄지 못해 일어난 사고라고 가족들은 말하지만 저는 제가 없어서 벌어진 사고라고 생각하고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금이라도 일찍 천안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면 할머니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 사고 후 할머니는 몇 년 후에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비빔국수를 좋아했다. 할머니가 화상을 입은 날 만드신 음식이 비빔국수가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한다면 죄책감이 드는 게 하나 더 있다. 할머니가 비빔국수를 해 달라고 하셨을 때 몸이 피곤해서 만들어드리지 못하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때 할머니의 못마땅한 반응을 딴 영상이 독립영화 <보라, the Dance alone>에 담겨 있다.

무용 <혼잣말>에서 영화 속 할머니의 반응이 나올 때 저는 귀를 파거나, 아무렇지도 않게 침을 흘리거나, 손을 긁는 행동을 한다. 비빔국수를 말아드리지 못한다고 할 때 서운해하던 할머니의 반응이 할머니 생전의 마지막 반응이라 슬픔이 컸지만 지금은 무감각해진 저의 심경을 무용으로 반영한 게다.

한국에서는 두 번밖에 선보이지 않았지만, 외국에서는 많은 초청을 받고 있다. 외국에서 초청을 받고 호평받는다는 건 안무가로 인정받고 있다는 거다. 제 무용 작품을 선보일 때 조심스러운 게 있다. 볼 때는 슬퍼서 눈물을 흘리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쉽게 입혀지는 작품이 있다. 제 작품 역시 할머니를 매개로 감정에만 호소하는 작품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보라라는 안무가의 작품은 이렇구나!'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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