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무능 드러난 정부,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를 전망한다.

검토 완료

한성훈(youthpower)등록 2014.04.25 20:13
사고 10일째가 지나고 있다. 생존자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진도 앞바다를 주목하던 시선은 이제 실종자 시신을 수습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두고 연일 선박 회사와 선장의 미약한 안전 의식과 정부의 무기력한 대처에 대해 성토하던 여론도 조금씩 잦아들면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또 다시 터져 나올 여러 이슈들에 의해 이번 사고도 묻히고 말겠지만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미칠 파장은 상당히 오래 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는데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을 겪으면서 얻게 된 정부의 무능함을 희석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애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 안보능력에 대한 심각한 불신

무엇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들은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국가 안보능력이 이 정도 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심각한 불신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안보가 취약한 나라이다. 연평도 포격사건처럼 언제 교전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고, 가능성이 낮지만 대규모 국지전 혹은 전면전도 일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가 위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준 이후로 과연 국가 위기 상황에서 누가 정부를 믿고 따라가겠느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민들은 정부의 지침에 따르기보다 각자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국민들이 이렇게 판단하게 된다면 국가적 위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가령 전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에서 '밖으로 나오는 건 위험하니 실내에 있으라'고 국민들에게 방송했을 때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국민들 중에는 그 반대로 하는 것이 사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너도나도 차를 몰고 나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지금 정부는 이런 빌미를 제공해 주었다.

안보무능에 대한 정부의 대처 방안

아마 정부에서는 지금쯤 굉장한 굴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총리고 장관이고 할 것 없이 국민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피해자들에게 욕을 먹고 고개를 숙였다. 겉으로는 사고 수습을 위해 애쓰는 것 같지만 이미 머릿속으로는 '다음에는 결코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으리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치밀한 위기 대응 전략으로 나타난다면 좋으련만 이명박 정부와 흡사한 박근혜 정부를 볼 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 초기에 미국 소 수입문제로 촛불집회가 일어났을 때 대통령은 이 문제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들불처럼 일어나는 촛불 민심에 이명박 정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이후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독선적 국정 운영 행태를 반성하기는커녕 광우병 사태처럼 촛불집회가 일어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나섰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여론 조작과 요주의 인물들을 사찰하고, 언론을 장악해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국가 재난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체면을 구겼다'는데 대해 더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정부가 이렇게 뭇매 맞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많은 방안들을 마련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러한 중대한 재난이 발생할 때에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려고 할 수도 있다. 피해자들과 사고 수습에 방해가 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취재진들의 취재를 막고 정부가 지정한 공동취재단을 구성하게 해서 제한된 정보만 취재하도록 허락할지도 모른다. 혹은 재난이 닥쳤을 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책임이 돌아오지 않도록 새롭게 재난대비 국가기구를 정비할지도 모른다. 

단기적으로는 국면 전환을 모색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의 위기대응 매뉴얼에 대형 선박사고가 일어났을 때 그 사고를 무마할 충격 상쇄용 아이템을 발굴하라는 언론대응 지침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바가 있는데 비단 해수부만 이런 매뉴얼을 가진 것은 아닐 것이다. 당장 지방선거가 코앞인데 이번 사건을 통해 정부의 무능이 드러났으니 여권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세월호 침몰 사고'를 희석시킬만한 큰 이슈를 만들어내야 한다.

작년에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가 한참 이슈로 떠오를 때 느닷없이 통진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 터지면서 정국을 강타한 적이 있다. 또한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갑자기 혼외 자식문제가 불거지면서 하차한 일도 정부의 물타기라는 의혹이 많았다. 이번에는 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체면을 구겼다'고 생각한 박근혜 정부가 국민에 대해 강하게 나오는 것이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에 내려가 피해자 가족들과 직접 대면해서 대화하려고 시도한 점은 그간 불통 이미지를 씻으려 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별 성과없이 피해자 가족들의 원성만 사고 온 셈이었으니 앞으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모습은 더욱 소극적이 될 것임에 자명하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안전이 곧 국가의 안전이라는 유신 시대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인 점을 감안해 볼 때 정부 관료들이 뭇매를 맞는 지금 상황을 세월호 침몰 사건보다 더 엄중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하게 대처해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부라는 것을 보이고 싶어 하리라 예상된다. 이럴 경우 국민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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