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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쿠와 펠라이니, 벨기에 5-1 대승 이끌어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루카쿠, 룩셈부르크 상대로 헤트트릭 기록

14.05.27 13:37최종업데이트14.05.2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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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자랑하는 키다리 골잡이 김신욱보다 조금 작을 뿐인데 로멜루 루카쿠의 유연함은 놀라웠다. 아무리 소속팀 에버턴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최고의 몸 상태를 맘껏 자랑했다. 해트트릭 기회는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것이 아닌데 그는 흔들림없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마르크 빌모츠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벨기에 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7일 오전 3시 45분 크리스탈 아레나에서 열린 룩셈부르크와의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5-1로 크게 이겼다. 간판 골잡이 루카쿠가 해트트릭으로 최고의 골 감각을 자랑했고 미드필더 펠라이니가 승리의 결정적인 디딤돌 역할을 해줬다.

10분 간격으로 나온 장군·멍군

톰 하랄드 하겐(노르웨이) 주심의 시작 휘슬이 울리고 단 3분만에 루카쿠의 선취골이 터졌다. 결정적인 출발점은 역시 간판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의 가로채기부터였다.

공을 빼앗은 펠라이니는 드리블 속도를 높이다가 왼쪽으로 빠져들어가는 동료 골잡이 로멜루 루카쿠를 겨냥해 좋은 타이밍의 찔러주기를 성공시켰고, 이 공을 받은 루카쿠는 침착하게 상대 문지기 안토니 모리스까지 따돌리고 왼발 슛을 빈 골문에 밀어넣었다.

먼저 벌어진 러시아의 평가전(관련기사)에서도 그랬듯이 '압박-가로채기-역습 드리블-패스-마무리 슛'의 흐름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입증됐다. 단 몇 초 사이를 두고도 공격과 수비의 입장이 뒤바뀌는 순간에 어떻게 핵심 멤버들이 대응하는가를 잘 가르쳐주는 장면이었다.

벨기에는 그로부터 10분 뒤에 룩셈부르크의 공격수 아우렐리엔 호아킴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 소속으로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고 귀국해 단 이틀만에 다시 장갑을 낀 티보 쿠르투아가 골문을 지켰지만 가운데 수비수 토마스 베르마엘렌과의 몸싸움을 이겨낸 호아킴이 기막힌 왼발 중거리슛을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쿠르투아가 왼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예상보다 반응 속도가 느렸다.

또 하나의 골이 거짓말처럼 10분 간격으로 나왔다. 이번에도 벨기에 미드필더 마루앙 펠라이니의 가로채기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뛰어난 볼 기핑 늘력을 자랑하며 룩셈부르크 골문을 향해 좁혀가던 로멜루 루카쿠는 상대 수비수 둘이 공을 잘못 처리하는 바람에 튀어나온 것을 오른발 발리슛으로 마무리했다.

거구의 저 유연한 드리블을 보라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한꺼번에 다섯 장의 선수 교체 카드를 쓰면서 여유 있게 자신의 선수들 컨디션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그 중에 새내기로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아드난 야누자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도 포함됐다. 노련한 케빈 미랄라스 대신 들어간 것이라 더욱 놀라웠다.

사실 더 놀라운 장면은 53분에 이어졌다. 아무래도 로멜루 루카쿠의 해트트릭은 이미 축구장의 여신이 점지해준 것처럼 느껴졌다. 3분-23분에 이어 53분에 또 하나의 골을 터뜨린 것이니 더 기막힌 순간이었다.

역시 가로채기에 이은 빠른 역습 패스를 받은 로멜루 루카쿠는 그 순간 원맨쇼를 펼쳤다. 190cm나 되는 거구가 달라붙는 상대 수비수 둘을 어쩌면 저렇게 완벽한 드리블로 따돌려 주저앉힐 수 있는지 입을 다물 수 없는 골이었다. 수비수 둘을 헛다리 양발 드리블로 완벽하게 따돌린 루카쿠는 슬라이딩 태클로 커버 플레이 들어오는 수비수를 피해 왼발 인사이드 슛을 정확하게 성공시켰다. 왼쪽 기둥과 문지기 모리스 손끝 사이 바로 그 공간밖에 없었지만 루카쿠의 킥 기술은 최고의 경지에 오른 듯 보였다.

해트트릭의 기쁨을 홈팬들과 나누고 싶은 로멜루 루카쿠는 한국 대표팀의 골잡이로 선택된 박주영이 즐겨 쓰던 무릎 슬라이딩 득점 뒤풀이를 선보이며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자신감을 맘껏 자랑했다.

벨기에 동료들은 루카쿠의 해트트릭에 자극받은 듯 그가 61분에 벤치로 물러난 뒤 두 골을 더 넣으며 기분 좋은 완승을 마무리 했다. 나세르 샤들리가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린 뒤 수비수 한 명을 느긋하게 따돌리고 오른발 돌려차기로 네 번째 골을 넣었고 종료 직전에 얻은 페널티킥을 미드필더 케빈 드 브륀이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성공시켰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대표팀은 오는 6월 27일 오전 5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바로 이 벨기에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한다. 마루앙 펠라이니, 로멜루 루카쿠의 위용만 생각해도 버거운 상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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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27일 새벽 3시 45분, 크리스탈 아레나, 벨기에 겡크)

★ 벨기에 5-1 룩셈부르크[득점 : 로멜루 루카쿠(3분,도움-펠라이니), 로멜루 루카쿠(23분), 로멜루 루카쿠(53분), 나세르 샤들리(71분), 케빈 드 브륀(90분,PK) / 아우렐리엔 호아킴(13분)]

◎ 벨기에 선수들
FW : 케빈 드 브륀, 로멜루 루카쿠(61분↔디복 오리지), 케빈 미랄라스(46분↔아드난 야누자이)
MF : 악셀 비첼(46분↔스테벤 데푸어), 마루앙 펠라이니, 에당 아자르(46분↔나세르 샤들리)
DF : 토비 알더베이렐드(46분↔안토니 반덴 보레), 토마스 베르마엘렌(46분↔다니엘 판 부이텐), 빈센트 콤파니, 얀 베르통헨(77분↔니콜라스 롬바에르츠)
GK : 티보 쿠르투아
축구 로멜루 루카쿠 펠라이니 벨기에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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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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