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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상처주는 바람둥이, 연기하면서도 아파"

[인터뷰] 연극 '썸걸즈' 영민 역 정상윤 "캐릭터와 비슷한 점 없어 힘들지만 도움된다"

14.05.29 09:04최종업데이트14.05.2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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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썸걸(즈)>에서 나쁜 남자 영민을 연기하는 정상윤과 김나미. ⓒ 맨씨어터


연인 가슴에 대못을 박는 가장 나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이별 통보도 하지 않은 채 잠수 타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이렇게 잠수 타고 사라진 나쁜 남자가 어느 날 결혼한다면서 그 전에 얼굴을 보여 달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대개의 여자는 이 나쁜 남자를 만나주지 않을 테다.

하지만 이 여자들은 착해도 너무 착한 듯하다. 이별 통보도 없이 사라졌던 이 나쁜 남자 영민을 다시 만나준다고 하는데, 영민에게 상처를 받은 여자가 하나 둘도 아니고 무려 네 명이란다.

연극 <썸걸(즈)>는 네 여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나쁜 남자 영민과 여자들이 만나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지난 겨울, 뮤지컬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정상윤이 이번에는 나쁜 남자 영민으로 변신했다.

- 영민은 결혼하기 전에 만난 여자들을 차례로 만난다.
"영민은 자신이 잘못한 걸 안다. 이를 바로잡고, 여자들에게 사과하기 위해 차례로 만난다. 자신이 잘못한 걸 사과하려는 의도는 좋았다고 본다. '아직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확인의 차원에서 비롯한 만남의 성격도 있다. 비록 마지막의 결과는 나쁘지만, 순수하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커서 예전에 만난 여자들을 차례로 만나는 것이다."

- 어떤 여자를 만나든 이별 통보를 하지 않고 끝낸 게 영민의 최대 단점이다.
"영민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비겁하게 도망치기 바쁜 인물이다. 당시에는 이럴 수밖에 없었다는 핑계를 가진 나약한 인물일 수 있다. 이별을 성장 과정으로 본다면 나쁜 놈이다.(웃음) 이렇게 보면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캐릭터다."

"오랜만에 여배우들과의 호흡, 키스신도 황송하다"

- 네 명의 여성 중 영민의 입장에서 감정이입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영민은 극 중 미숙과 소진과 만날 때에는 물벼락을 맞는 등 봉변을 당한다. 하지만 영민의 첫사랑인 상희와 쿨한 태림을 만날 때에는 연습하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쿨한 태림과 영민은 서로 잘 맞는다. 그럼에도 영민은 '네가 아니었어' 하고 태림에게 상처를 준다.

태림이 아무리 쿨해도 엄청난 상처를 받았을 법한데, 상처를 준 남자인 영민의 입장에서 연기하려고 하니 태림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남자가 연기하면서도 영민은 정말 나쁜 놈이다. <썸걸(즈)>는 연기자가 연기하면서도 짠하게 이야기 구조로 만들어놓았다."

- 남녀 사이에 쿨한 이별이란 존재할 수 있을까.
"헤어진다는 건 아픔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쿨하게 헤어져도 아픈 게 이별이다. 만일 쿨하에 이별할 수 있다면 진짜 사랑을 한 게 아니다. 정말로 두 사람이 사랑했다면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해서 이별한다든가, 혹은 하도 싸워서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헤어진다 하더라도, 쿨한 이별이란 없다."

▲ 썸걸(즈) 로 오랜만에 연극으로 돌아온 뮤지컬배우 정상윤 ⓒ 맨씨어터


- <공동경비구역 JSA> 할 때는 죄다 남자배우와 호흡을 맞췄지만, <썸걸(즈)>에서는 반대로 여자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공동경비구역 JSA> 때는 남자들과 있어서 편했다. 그런데 <썸걸(즈)>에서는 상대 배우가 모두 여자배우들이라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었다. 여자배우를 대할 때에는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진다. 여자배우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엔 민망하면서도 여자들의 심리를 느낄 수 있었다. 2장에서 태림과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키스신은 오랜만에 하는 거라 황송했다. 물을 맞는 장면도 있는데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느라 처음에는 힘들었다."

- 진지한 작품이 많을 많이 했다. 이번 <썸걸(즈)>를 통해서는 그동안의 연기 색깔에서 많이 탈피했다.
"오랜만에 연극을 한다. <썸걸(즈)>는 리얼한 블랙코미디다. 다른 작품에서 어둡고, 아프고, 죽는 역할이 많았다. 이번에 영민을 연기하면서 죽지 않아서 좋다. 바람둥이 영민과 실제 저의 모습이 맞는 게 없어 힘든 것도 있기는 하다. 여자 네 명의 가슴에 피멍을 들이는 영민 같은 사람이 아니라 힘들다.(웃음) 그럼에도 영민 같은 바람둥이 역할은 연기 인생에서 도움이 되는 캐릭터다."

- 그동안의 연기를 통해 배우거나 느낀 게 있다면.
"그동안 창작물에 많이 출연했다. 제가 걷는 연기의 길이 창작에 맞는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많이 한다. 창작물은 연출가만이 아니라, 배우들이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보람을 많이 느낀다.

요즘에는 뮤지컬에서 정상윤이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하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썸걸(즈)>를 하기 전에 항상 노래로 목을 푼다. <썸걸(즈)>는 연극이기에 뮤지컬처럼 노래로 풀지 않아도 그만이다. 하지만 노래로 목을 푸는 건 연극의 소리길과 뮤지컬의 소리길이 다르기에 두 소리길의 차이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썸걸즈 정상윤 공동경비구역 JSA 뮤지컬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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