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여자치고 제법이라고? 록음악만 듣고 자랐다"

[오마이인디⑧] 신중현 곡 '봄비' 리메이크하는 10년차 밴드 스토리셀러

14.06.03 09:32최종업데이트14.06.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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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인디]는 <오마이스타>와 서교음악자치회(회장 이준상)가 손잡고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담는 연재 기사입니다. 지난 2008년 시작된 서교음악자치회는 120여 밴드와 아티스트가 소속된 50여 개의 레이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소개하는 EBS <스페이스 공감>의 편성 축소 논란이 불거지자, 서교음악자치회는 지난 1월 관련 단체들과 연계해 홍대 일대 공연장에서 <'공감'하고 싶어요>라는 릴레이 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오마이인디]를 통해 우직하게 자신들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들을 만나보시죠. [편집자말]

밴드 스토리셀러 ⓒ 락킨코리아


- 간단한 소개 부탁해요.
"저희는 대한민국 대표 여성 록밴드 스토리셀러입니다. 보컬에 저 빈나, 드러머 지혜, 베이스 호박, 기타에 소피아. 이렇게 4명이 스토리셀러예요." (빈나)
"아마 저희가 제일 오래된 여성 밴드일 거예요." (지혜)
"저희는 비교적 강한 록 음악을 하는 편이에요. 메탈적인 성향도 있고, 하드록적인 성향도 있죠. 가끔은 부드러운 음악도 하고 있어요." (호박)
"기타가 중심이 되는 록 음악을 많이 만들었던 것 같아요."(소피아)

- 스토리셀러는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지난 2004년에 팀을 결성해서 총 5장의 음반을 발표했습니다. 처음에는 '블러디 쿠키'라는 이름으로 두 장의 앨범을 발매했어요. 이후에 '스토리셀러'로 밴드 이름을 바꾸고 3장의 앨범을 더 냈죠. 마지막에 발표한 정규 1집 < XX >는 유럽 전역에서 발매되었고요. 중국에서도 작년에 음반을 냈어요. 한국에서는 더 많은 무대에서 여러분과 만나고 싶어요." (빈나)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다양한 무대에서 공연했지만, 역시 페스티벌이 멋진 것 같아요. 국내에서도 여러 곳에 출연했지만, 해외에서는 대만과 중국의 록 페스티벌에 섰어요." (호박)

"최근에는 매달 셋째 주 금요일마다 기획 콘서트 '나랑 사귈래'를 진행하고 있어요. 관객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기도 하고, 다른 밴드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기획했습니다. 현재 6번째 공연을 추진하고 있어요." (지혜)
"공연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다양한 재미가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매달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죠. 멋진 아이디어가 있으신 분은 SNS로 공유 좀…." (소피아)

"우리 무시했던 해외 록페스티벌, 공연 끝나니 태도 바뀌더라"

▲ 밴드 스토리셀러 "초반에는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저희가 가진 것에 비해 더 어린아이 취급을 받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저희가 더 성장해도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여자치고는 잘하네' '여자들이 제법이네' 등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기분이 좋진 않죠. 그래서 오기가 생기기도 했던 것 같아요." ⓒ 락킨코리아


- 여성 밴드로서 록 음악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록 음악이 강한 느낌을 주다 보니 여자들이 하기에 버거운 장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오히려 심장을 진동시키는 강렬한 사운드가 저희를 더욱 살아있게 해요. 여자라서 힘들 것이라는 편견은 옛날 이야기죠." (호박)
"저희 네 명 모두 어릴 때부터 록 음악만 듣고 자랐어요. 비록 선호하는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록 음악이 다른 장르에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하도록 하는 매력이 있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합니다." (지혜)
"저는 특히 지르는 부분에서 희열을 느껴요.(웃음)" (빈나)

- 대중에게 어떤 뮤지션으로 보이길 원하나요?
"가장 기본적으로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밴드가 되고 싶죠. 항상 진지한 태도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겉모습이 어둡거나 우울한 느낌을 주고 싶진 않지만, 음악만큼은 진지하면서도 직설적인 태도로 임하고 싶어요. 진심이 느껴지는 음악이 오히려 더 많은 공감을 얻는 것 같아요." (소피아)

- 여성 밴드로서의 장단점이 있다면요?
"여자들끼리 뭉쳐 있으니 악기를 들고 이동을 하거나, 힘을 쓸 일이 생겼을 때 난감한 적이 많습니다. 밴드를 하시는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무거운 장비도 많거든요. 지금까지 어떻게 들고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호박)

"초반에는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저희가 가진 것에 비해 더 어린아이 취급을 받았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 저희가 더 성장해도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여자치고는 잘하네' '여자들이 제법이네' 등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기분이 좋진 않죠. 그래서 오기가 생기기도 했던 것 같아요." (빈나)

"그래도 장점도 많아요. 옷 갈아입을 때 편해요. 저희가 공연장 대기실에 있으면 남자분들이 저희에게 대기실을 양보해주기도 해요. 굳이 그럴 필요 없는데…조금 불편하신가?" (소피아)
"밴드 내에서 스캔들이 날 일이 없어요.(웃음) 록 음악을 하는 여성 뮤지션이 많지 않다 보니 저희끼리 더욱 똘똘 뭉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많은 여성 뮤지션이 록 음악으로 활동하고 있지만요." (지혜)

-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초창기에 무전으로 전국투어를 한 적이 있어요. 다른 밴드 3팀과 함께 전국의 클럽을 돌면서 CD를 팔고 표를 판 돈으로 숙식을 해결했죠. 저희가 직접 홍보 전단을 그려서 뿌렸어요. 거의 두 달 가까이 매일 공연하면서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경주, 광주, 전주 등을 돌아다녔죠. 저희가 가장 발전한 시간이었고,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아요. 물론 당시에는 힘들어서 죽고 싶을 정도였지만요." (빈나)

"첫 해외 페스티벌에 출연했을 때 한국 밴드라고 조금 무시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저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공연이 끝나고 스태프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는 걸 보고 조금 우습다고 생각했죠. 굉장히 재미있는 공연이었어요." (호박)
"그때가 아마 'SUPER GIRL(슈퍼 걸)'이라는 음반을 발매했을 때예요. 대만에서 '락킹타이충'이라는 가장 큰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에서 공연했거든요. 한국 밴드도 생소한데 더구나 여자 밴드다 보니 별로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비가 왔지만 공연이 끝나고 팬 사인회를 했어요. 원래는 30분 정도라고 들었는데 사람이 많아서 1시간가량 한 것 같아요. 재미있었어요. 대만 사람들의 열정도 느껴졌고요." (빈나)

"한 번은 국내에서 무대 악기 세팅을 하고 사운드 체크를 하면서 리허설을 준비하는데 스태프들이 다가와서 '전원은 켤 줄 아느냐' '모니터는 가까이 서야 잘 들린다'고 하면서 앰프도 마음대로 만지는 거예요. 중고등학교 스쿨 밴드가 된 기분이었어요. 지금은 그런 취급 받고 싶네요.(웃음)" (지혜)
"이건 그냥 돌고 돌던 소문이었는데, 구설수에 자주 오르내렸던 것 같아요. '밴드 멤버끼리 사귄다더라(저희는 여자 밴드입니다)'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을 보아하니 좀 노는 여자 같다'는 말이었죠. 그런데 그런 이미지도 딱히 거부감이 들진 않아요." (호박)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신곡을 발표합니다! 신중현 선생님이 작사, 작곡하신 '봄비'를 리메이크했는데요. 원곡보다 서정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난 앨범인 < XX >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저희 나름의 느낌을 표현해봤어요." (소피아)
"올해는 여성 뮤지션들끼리 뭉치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선배, 후배, 친구들과 공연도 하고, 기회가 된다면 앨범 작업도 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뭔가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호박)

"진행 중인 기획 공연 '나랑 사귈래'를 찾아 주시는 관객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그렇게 되려면 저희가 더 많이 노력해야겠지만요. 스토리셀러를 알고 찾아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소피아)
"진정한 록 음악의 즐거움을 보여드리겠습니다!"(빈나)

- 마지막으로 스토리셀러에게 '음악'이란?
"저희에게 음악이란 '타인과 소통하는 통로'인 것 같아요. 음악 말고는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라요. 그래서 음악이 더 즐거워요. 이렇게 평생 맴버들과 즐겁게 스토리셀러를 함께하고 싶어요. 그리고 스토리셀러의 더 많은 모습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최종적으로 전 세계 투어를 하면서 공연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지겠죠?" (빈나)

스토리셀러 오마이인디 XX 봄비 신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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