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가 웬말? 지금 당장 끌어내야"

[현장] 제1131차 수요집회, 참가자 300여명 '총리지명 철회' 한 목소리

등록 2014.06.18 18:49수정 2014.06.1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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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문창극 사퇴 촉구하는 김복동 할머니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88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 사과받을 필요없다'는 등 친일 및 민족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문창극 사퇴 촉구하는 김복동 할머니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88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 사과받을 필요없다'는 등 친일 및 민족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순백색 상의를 단정하게 갖춰 입은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8) 할머니가 토해내듯 말했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에게 사과 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두고 한 말이었다. 18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 1131차 정기 수요집회에서였다.

소녀상 바로 옆에 의자를 놓고 앉은 김 할머니는 "요즘 가슴이 답답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라며 "일본에게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해 지금까지 공들여 온 것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바로 옆에서 굳은 얼굴로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소녀상과 김 할머니의 모습이 묘하게 겹쳤다.

이날 열린 수요집회에는 평소보다 많은 300여명이 참가했다. 청와대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초점이 모아진 가운데, 진행된 첫 집회였다. 김 할머니를 비롯한 경기자주여성연대, 평화나비 등 시민단체는 '친일파 총리지명 21세기 경술국치'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 등의 손팻말을 들고 "청문회가 웬말이냐, 지금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릴 얼마나 무시했으면 그런 말을 하나"

a "문창극 사퇴" 수요시위 한목소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88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 사과받을 필요없다'는 등 친일 및 민족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문창극 사퇴" 수요시위 한목소리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88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 사과받을 필요없다'는 등 친일 및 민족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김복동 할머니는 문 후보자를 두고 "동네 반장을 해서도 안 될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을 국무총리 자리에 앉힌다면 국민을 희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 피맺힌 할머니들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사죄가 필요 없다느니 그런 말을 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자리에서 김동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총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시위를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한국 정부까지 상대해야 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또한 "일본 아베 정부는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를 수정하려 하고 있다"고 전하며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행동해달라"고 호소했다. 


윤희숙 한국청년연대 대표는 "20년 넘게 할머니들이 거리에서 싸우는 이유는 일본 정부가 파렴치한 탓도 있지만 한국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도 한 몫 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으른 것은 국민이 아니라 한국 정부"라고 꼬집었다. 또한 "식민 지배를 미화한 사람을 국무총리로 내정한 것은 문창극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사람을 지명하고 철회하지 않는 박근혜 정부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고등학생 참가자도 있었다. 경기 의정부 상우고등학교 사회참여동아리 '렛츠스쿨'은 교사와 학생 45명이 함께 왔다. 자유발언석에 나온 김에스더(19) 학생은 "올바른 역사 인식을 지니기 위해 공부할 것이고, 우리뿐만 아니라 더 많은 학생들이 이 문제를 알 수 있도록 알리겠다"라고 말했다.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a '문창극 총리(?) 21세기 경술국치'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88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 사과받을 필요없다'는 등 친일 및 민족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문창극 총리(?) 21세기 경술국치'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88세)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일본에게 위안부 문제 사과받을 필요없다'는 등 친일 및 민족비하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집회에는 각종 문화 공연도 이어졌다. 한국청년회 회원 3명은 각각 문창극 총리 후보자,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비서실장의 가면을 쓰고 벌을 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무릎을 꿇은 채 손을 들고 있는 이들에게 다른 회원들이 다가와 '반공반북 공안탄압 독재정권' '나라 팔아먹은 사대매국언론인' ''대한민국 침몰시킨 기춘대원군' 등의 스티커를 붙였다.

경기자주여성연대 활동가 13명은 카드 섹션을 선보였다. 13명이 일제히 스케치북을 펼치면  하나의 그림이 퍼즐처럼 완성됐다. 스케치북 맨 마지막 장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카드 섹션을 마친 회원들은 김복동 할머니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전달했다. 꽃을 건네받은 김 할머니는 일일이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했다.

성남여성회 회원 7명은 우쿨렐레 반주에 맞춰 '얼굴찌푸리지말아요'를 합창했다. 아이를 업은 채 손뼉을 치며 율동을 하는 회원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문창극 총리 내정자가 자진 사퇴할 때까지 행동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낭독하고, "문창극 총리내정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즉각 사퇴하라" "일본정부는 고노담화를 훼손하지 말고, 피해자에 공식 사죄하라" "여성에 대한 성차별, 성폭력 없는 세상, 평화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전쟁과 폭력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집회 시작 전에는 한 청소년이 소녀상 옆에서 영어로 발언을 해 이목을 끌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왔다는 김현(14)군은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다큐를 촬영하고 있다"라고 밝힌 뒤 "소녀상이 언제 세워졌는지, 왜 주먹을 쥐고 있는 지 등을 미국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113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전문이다.

'제113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은 이제 54분 만이 생존하고 계시고, 몸과 마음이 많이 약해 지셨습니다. 그리고 6월 8일 배춘희 할머니께서 별세하셨습니다. 점점 생존자는 줄어가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우리는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할머니들께서 한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고 있는 문창극 총리 내정자의 일본군'위안부'피해자에 대한 망언은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바라는 우리의 바람이 정부의 의지와 상반됨을 확인하게 합니다. 대통령을 대표하는 총리 내정자의 역사의식이 자기 민족을 비하하고 군국주의 일본을 대변한다면 어찌 대한민국의 총리라 할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내정자로 인한 지금의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총리내정자 지명을 철회하여야 합니다.

일본의 과거사를 묻는 것이 '나라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것'이라 생각하는 총리, '위안부문제에 대해서 굳이 일본의 사죄 받지 않아도 된다', '이미 끝난 배상 문제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게 당당한 외교다'라고 생각하는 총리는 우리에게 필요 없습니다. '본의와 다르게 상처를 받으신 분이 계시다는 것에 사과드린다.'는 말로 이미 뱉어낸 말을 뒤집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의 의지대로 문창극 총리 내정자가 자진 사퇴할 때 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총리 내정 지명을 철회할 때까지 반대하고 나설 것입니다.

일본정부는 과거의 침략과 전쟁행위를 부정하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도발적인 망언을 일삼고 있습니다. 아베정권은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죄한 1993년 8월 고노담화에 대해 정치적인 물밑협상의 결과라는 내용을 고노담화 검증보고서에 제출할 것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고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 아베 정권 출범 후 과거 제국주의 시절 저지른 많은 반인류적 범죄에 대해 인정하고 사죄하기는커녕 부정하고 왜곡해 미래지향적 국제 관계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담화까지 다시 끄집어내 무력화시키려 드는 몰염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베는 담화 검증 결과를 국제사회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가려진 억압의 역사를 세상에 꺼내놓으신 할머니들께 감사와 용기, 연대를 드리는 바입니다. 또한, 더 이상 할머니들의 눈물을 두고 보지 않고 함께하기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일본정부와 한국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 한국정부는 문창극 총리내정자 지명을 즉각 철회하라!
- 문창극 총리내정자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즉각 사퇴하라!
- 일본정부는 고노담화를 훼손하지 말고, 피해자에 대해 공식사죄, 법적 배상하라!
- 여성에 대한 성차별, 성폭력 없는 세상, 평화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모든 전쟁과 폭력을 반대한다!

2014년 6월 18일 제 1131차 경기자주여성연대 및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일동
#수요집회 #문창극 #위안부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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