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 고슴도치가 산다

[사진+동영상] 아파트 단지 하수구 속에서 발견

등록 2014.06.21 16:45수정 2014.06.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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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ㄷ아파트단지에서 발견된 고슴도치 ⓒ 장유근


이게 뭘까? 녀석이 눈에 띄자마자 맨 먼저 이 생각이 들었다. 어제(20일) 오전 카메라를 들고 마실을 나갔다가 만난 고슴도치였다. 처음엔 밤송이로 착각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에 떨어진 밤송이가 하수구 속에서 싱싱한 모습을 지속할 리도 없었던 것. 따라서 수상한 물체에 대한 정보가 머리 속을 스쳐가며 고슴도치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다면 고슴도치는 왜 이곳에 버려(?)졌을까. 누군가 기르다가 버리지 않았다면 사방이 높다란 하수구에 갇혀지내는 게 틀림없었다. 고슴도치의 짧은 다리로 이곳을 탈출하기엔 불가능에 가깝다. 녀석을 살펴보는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아 '혹시 죽었나'싶은 생각이들었다. 그래서 근처 숲에서 가느다란 꼬챙이 하나를 주워와 녀석의 생사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먼저 밤송이 같은 녀석의 등을 살살 간질였다. 꿈쩍도 안 했다. 이번에는 고슴도치의 옆구리 쪽에 지렛대처럼 집어넣어 굴려보기로 했다. 그때였다. 녀석이 꼼지락 거리며 매우 긴장된 듯 뾰족한 등가죽을 오르락 내리락 했다. 녀석은 침입자가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만으로 밤송이전법(?)을 사용해 죽은 채 하고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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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ㄷ아파트단지에서 발견된 고슴도치 ⓒ 장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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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ㄷ아파트단지에서 발견된 고슴도치 ⓒ 장유근


정체를 들킨 고슴도치의 숨가쁜 모습을 동영상에 담는 동안 녀석의 앙증맞은 얼굴이 보일락말락 했다. 고슴도치가 살고있는 곳은 서울 강남의 오래된 'ㄷ아파트 단지'의 무성한 숲 속의 작은 하수구다.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않는 곳이라,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녀셕의 성격상 은둔하기엔 적합해 보였다. 하지만 생활쓰레기 조차 잘 떠내려오지 않는 외딴 하수구 속에서 녀석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했다.

녀석으로부터 멀어지는 동안 먹이를 갖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참기로 했다. 녀석의 외형은 건강해 보였으며 누군가 일부러 갖다버리지 않았다면, 비록 하수구라 할지라도 최고의 은신처인 게 틀림없어 보였다. 장소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요즘 고슴도치는 반려동물로 인기있는 동물(가격도 비싼편이다)이라 쉽게 사람들의 손을 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그곳에 가 보면 녀석은 여전히 밤송이처럼 웅크리고 있을까...야생의 현장으로 다시 가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내가 꿈꾸는 그곳과 아고라방의 반려동물 카테고리에 동시 게재되었습니다.
#고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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