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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2위 넥센이 진짜 무서운 이유

[프로야구] '4, 5월 급등, 6월 부진' 벗어나... 후반기 순위싸움 탄력

14.07.04 08:10최종업데이트14.07.0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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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힘이 무섭다. 7월 1일~3일, 롯데와의 3연전 싹쓸이 등 최근 10경기서 8승 2패를 기록하며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시즌 초 선두를 달리다 4위까지 떨어졌지만 지금은 9개 구단 중 가장 압도적인 페이스다.

 

물론 1위 삼성과의 승차는 5게임으로 선두 탈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지금 넥센에게 주목할 것은 2위라는 순위가 아니다. 팀 체질이 2008년 창단 이후 6년 만에 완전히 바뀌었다. 위기에서 슬기롭게 능동적으로 대처할 줄 안다. 그리고  끝내 승리를 만들어 낸다. 6년간의 성장통이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강팀을 넘어서 올 시즌 사고(?)를 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드디어 '6월 늪' 탈출하다

 

넥센은 창단 이후 프로야구에서 '미운오리 새끼'였다. 모기업이 없는 구단 특성상 늘 자금줄이 문제였고 실제 2008년 창단 가입금을 미납하기까지 했다. 이후에도 장원삼(삼성), 황재균(롯데), 이택근(LG->넥센) 등 주축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 하며 사실상 연명했다.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2008년부터 2011년까지 7위, 6위, 7위, 8위를 기록하며 야구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비판까지 들었다.

 

그러나 2012년 이장석 대표는 달라진 넥센을 천명하며 FA(자유계약) 이택근을 50억 원, 메이저리거 김병현을 16억 원에 영입하는 머니게임을 선보였다. 팀은 예상을 깨고 초반 돌풍을 일으킨다. 넥센은 시즌 20승을 가장 먼저 찍었는데, 이는 당시 기준으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93.8%다. 넥센은 전반기를 3위로 마쳤다. 하지만 넥센은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위기에서 경기 운영, 관리 능력을 전혀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3년 역시 5월초까지 단독 선두를 달렸지만 6월 부진이 반복됐다.

 

지난해 넥센은 실패하지 않았다. 9월 막판 스퍼트로 16승 7패를 기록하며 사상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5전 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을 내리 따냈다. 또 패하기는 했지만 5차전, 9회 2사에서 박병호가 동점 스리런 홈런을 작렬하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은 시즌 후 포스트시즌을 복기하며 "굉장히 화가 나고 속상했다"고 표현했다. 실제 넥센은 2연승 이후 잦은 실책, 주루미스로 사실상 자멸했다.

 

2012년부터 나온 넥센의 꼬인 실타래는 답답한 위기 대응 능력과 직결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올해도 재현됐다. 시즌 초, 1위를 달리다 6월초 4위까지 추락했다. 오히려 1위에서 4위로 추락한 시점이 지난해 보다 빨랐다. 마운드의 중심 조상우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선발진은 붕괴, 타선은 찬스에서 맥을 못췄다. 5월까지 넥센의 득점권 타율은 2할대로 9개 구단 중 최악이었다. 염경업 감독은 출구전략을 마운드에서 찾았다.

 

김영민은 6월에 8경기에서 4승, 1홀드를 기록했고 김대우는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45로 활약했다. 브랜드 나이트를 퇴출시키고 데려온 헨리 소사는 선발 3연승을 달리고 있다. 또 잦은 홈런의 반대 급부 같던 문제의 득점권 타율은 6월 이후 3할대로 폭발했다. 넥센은 매년 따라 다녔던 6월 부진을 13승 1무 7패로 이겨냈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이 집중력이 달라졌다. 또 어려울 때 팀 플레이를 잘해주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위기 탈출, 후반기 상승 동력될 듯

 

넥센은 아직 정상 전력이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전반기에 어떻게든 5할 승률만 맞춰보겠다"고 말한다. 후반기 문성현, 오재영, 조상우가 복귀하면 페이스를 높여 보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선발 및 불펜을 책임지는 마운드의 핵심이다. 타선은 크게 걱정할 부분이 아니다.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홈런 100개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약점이었던 득점권 타율은 6월 이후 3할을 넘겼다.

 

자칫 장미빛 전망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넥센의 희망은 이미 전반기에 확실히 찾았다. 2012년 이후 반복됐던 6월 위기를 가장 안 좋은 상황에서 극복했다. 넥센이 6월 초에서 1위에서 4위까지 추락할 때 많은 전문가들은 선수단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4위라고 봤다. 그 이상 추락하면 자칫 2012년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올 시즌 넥센은 달라진 위기 대응 능력을 보이며 향후 발생할 위기의 마지노선 한계를 크게 넓혔다. 이는 후반기 레이스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정규시즌 128경기를 치르면 3~4번의 위기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것은 후반기에도 동일하다. 염경엽 감독은 이에 대해 "품 안에 폭탄 하나를 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고가야 할 불안 요소에 대한 우려가 조금은 덜어졌을지 모른다.

 

현재 9개 구단 중, 최강 전력은 단연 선두 삼성이다. 그러나 20대 선수로만 팀을 구성하면 넥센은 압도적 위치에 놓인다. 팀의 주축 박병호를 비롯해 강정호, 서건창, 문우람, 한현희, 김영민 등 주전 대부분이 20대다. 실력도 출중해 6월 16일 발표된 인천 아시안게임 1차 예비 엔트리에는 20대로 구성된 넥센 주전 라인업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1루수 박병호, 2루수 서건창, 유격수 강정호, 3루수 김민성이 그들이다. 

 

20대 선수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경험하는 것이 자체로  공부이자 자산이다. 넥센의 첫 6월 위기 탈출은 이들에게 두고두고 학습효과가 될 수 있다. 넥센의 2014년 후반기 또 그 이후가 더 긍정적인 이유다.

 

   성적 따라 관중도 증가. 그러나 과제도 분명 

 

이번 시즌(7월 3일 기준) 넥센의 홈관중은 약 25만명(249,462명)이다. 관중수는 매년 가파르게 상승중인데, 증가율은 약 30~40%에 달한다. 지난해 최초 포스트시즌 진출 등 성적이 나오면서 관중수는 더 많아지는 추세다. 또 팀 홈런 1위 등 화끈한 야구의 묘미도 관중을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다. 여성팬 급증도 눈에 띈다. 이는 서건창, 문우람 등 젊은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자리 잡은 게 크다.

 

야구장을 월 2회 이상 방문한다는 여성팬 이지은(32)씨는 "넥센 야구는 아기자기 하면서도 화끈한 면이 있어 좋다"며 "특히 안타도 잘 치고 주루도 시원한 서건창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넥센의 관중 대박은 갈길이 멀다. 홈구장인 목동구장은 외야가 없는 1만석 규모의 작은 경기장이다. 구조적으로 많은 관중을 불러 모을 수 없다. 또 넥센 관중 보다는 상대팀 인기에 따라 관중수가 결정되는 것도 문제다.

 

야구장 인근 주민들의 빈번한 홈구장 이전 요구도 부담이다. 목동구장은 외야석이 없어 야구장 조명과 응원소리가 고스란히 인근 아파트로 전달된다. 넥센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은 미치지 못하는 영역들이다.

2014.07.04 08:10 ⓒ 2014 OhmyNews
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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