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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만 보는 아이들에게 인형 들고 찾아갑니다"

[인터뷰] 이재은-이경수 부부의 프로젝트 '스토리씨어터', 디지털 시대의 역발상

14.07.15 10:48최종업데이트14.07.15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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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씨어터 에 도전하는 이경수-이재은 부부 ⓒ 박정환


디지털 시대에 종이 인형극이라니, 역발상도 이런 역발상이 없다. 하지만 이경수-이재은 부부는 이런 역발상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도 모자라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름하여 <이재은 이야기 선생님의 종이 인형 이야기 동화>, 줄이면 <스토리씨어터>가 된다. <스토리씨어터>는 단기간에 만들어진 프로젝트는 아니다. 5년 이상 기획하고 만든 콘텐츠에 배우 이재은이 제작자와 목소리 연기로, 안무가 이경수가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며 '부부 공동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 <스토리씨어터>를 어떻게 만들고 있나.
이경수: "작품이 아이들 시선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중점을 두고 만들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3D나 4D를 보며 자란 세대다. 인형극이 유치하다는 느낌을 갖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에 중점을 두었다."

- 인형과는 어떻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가.
이재은: "동화 구현, 옛날 흑백영화로 치면 변사 역할이다. 노래도 부르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는 역할이다. 인형을 통해 목소리로 연기를 보여준다."

-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인 인형극은 역발상이다.
이경수: "동화 <해님달님>이 인형극의 주제다. 해와 달에 관한 설화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었다. <해님달님>은 간단해 보이지만 깊은 감성이 녹아있다. 어머니와 자식 사이의 사랑, 사람과 호랑이의 지혜 대결이 담겨 있다. 동화에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호랑이의 대사가 반복된다. 호랑이의 대사에 장단과 리듬을 주어서 한국적인 정서를 극대화했다. 성인 관객이 보아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아리랑'이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조그만 인형이 산을 넘어갈 때에는 슬퍼서 눈물이 절로 날 정도다.

요즘은 휴대폰 번호를 외우지 않는다. 휴대폰만 보면 저장되어 있으니까. 아이들도 한창 상상력이 발달해야 하는데 휴대폰만 들여다보면 모든 장면을 영상으로 볼 수 있기에 상상력이 자라나지 않는다. 인형극은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디지털이 대세인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부분이 필요한 이유다.

식당에 가서 놀란 적이 있다. 칭얼대는 아이에게 휴대폰을 주면 몰입하고 잘 논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아이가 휴대폰을 집어던지고 난리가 났다. 부모가 충전기로 휴대폰을 충전하자 소란을 피우던 아이가 금세 조용해졌다. 디지털에만 의존하다 보면 상황에 맞는 대처 능력이나 정서적인 감수성이 부족해진다.

지인 중에 프랑스에서 10년을 유학한 선생님이 있다. 선생님 말에 의하면 유럽은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 끈이 가장 많은 신발을 선물해준다고 한다. 많은 끈을 신발에 끼우면서부터 두뇌 발달이 된다는 거다. 유럽의 부모는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아이가 신발 끈을 다 맬 때까지 옆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아이들의 신발은 끈이 아니라 찍찍이다. 빨리 가야 하니까.

유럽은 아이에게 물도 먹여주지 않는다. 좀 흘려도 아이가 직접 마셔야 다음부터 흘리지 않는다. 반면에 한국은 흘리면 귀찮아서 아이에게 직접 물을 먹여준다. 아이가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진다. 어린이가 다칠까봐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저는 어릴 적에 아침 7시 30분만 되면 집 앞을 쓸어야 했다. 당시에는 귀찮았지만 자립심을 키울 수 있는 훈련이었다."

▲ 스토리씨어터 에서 제작과 목소리 연기에 참여하는 이재은 ⓒ 박정환


- 대개의 공연은 관객이 공연장을 찾아가야 공연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스토리씨어터>는 관객을 찾아가는 역발상의 공연이다.
이재은: "인형극을 하는 극장은 수용 능력에 한계가 있다. 공연장은 시야가 가려서 일부 자리에서는 인형을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있다. <스토리씨어터>는 이동식 공간의 개념이다. 관객을 직접 찾아가서 관객과 즉석에서 정서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장점 중 하나다."

이경수: "동창회에서 한국무용을 하니 와서 보라고 하면 '너무 보고는 싶지만 보러 갈 시간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소주 한 잔 마실 시간은 있어도 문화를 향유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렇다. 파티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보고 즐기는 문화가 약한 거다. 앞으로는 친목 문화나 파티 문화가 왕성해질 것이다.

어린이들도 공연을 많이 찾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을 찾아가는 공연이면 볼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관람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지방에는 찾아가는 공연이 발달해 있다. 반면에 서울은 찾아가는 공연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있다."

- 배우자가 고마울 때가 있다면.
이경수: "저는 무용전문가지만 재은씨는 국악과 무대예술을 병행하는 연기자다. 서로의 작업에 소통 아닌 소통이 된다. 작업을 함께 하면 '두 번 다시 같이 하나봐라' 할 정도로 치열하다. 하지만 공동 작업을 통해 '이 말을 하면 재은씨가 싫어할 거야' 하고 제가 참거나, '이 말을 하면 오빠가 화낼 거야' 하고 재은씨가 참는 식으로 서로를 이해하면서 절충점을 찾아간다."

이재은: "오빠는 몸으로 말을 하고 저는 대사와 연기로 말을 한다. 보는 시각이 다르다. 서로가 의견을 제시할 때 마음속으로는 받아들여도 겉으로는 인정하지 않을 때가 있다. 가령 '거기에서 그게 뭐야' 하면 '네가 뭘 알아' 하면서도 다음에 공연할 때 보면 남편이 제가 지적한 걸 받아들이고 안무가 달라진 걸 느낄 수 있다.(웃음)"

스토리씨어터 이경수 이재은 인형극 해님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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