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 XX34'로는 누가 전화했을까

[채동욱 1차 공판] "조이제 국장하고만 통화" - "제 번호 아니다"

등록 2014.07.21 21:43수정 2014.07.22 08:39
2
원고료로 응원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 재판 10여 분 전쯤 방청석 맨 뒷자리에 앉은 김아무개(58) 서초구청 팀장은 함께 온 지인과 두 눈을 감고 기도했다. 경찰서도 가본 적이 없다던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김 팀장은 이날 열린 채아무개군 개인정보 유출사건 첫 공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의 증인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11일 조이제(54)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의 요청으로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 그 내용을 알려줬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당한 소년에 관한 정보였다. 조 전 국장은 이 내용을 그날 오후 2시 48분 48초에 서초구 담당 송아무개(42) 국정원 정보관에게, 오후 4시 51분 조오영(55)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각각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세 사람은 모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채군 이름·주민번호·본적 쓰인 메모지 받았다"

a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 조이제 서초구 국장 영장실질심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서 초등학생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왼쪽)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 조이제 서초구 국장 영장실질심사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해서 초등학생 채모군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혐의를 받고 있는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왼쪽)과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긴장감으로 수차례 물을 들이켜고, 손수건으로 땀을 닦기도 했지만 김 팀장은 줄곧 이렇게 말했다.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그날 채아무개군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로 통화한 사람은 조이제 국장뿐이다."

그의 진술과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그날'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 6월 11일 오후 2시 46분 5초, 김 팀장은 조 전 국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조 전 국장이 직접 찾아와 채군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본적이 쓰인 메모지를 건넨 직후였다.

김 팀장은 "조 전 국장이 '아까 그거 확인했냐'고 묻기에 가족관계등록부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1분 정도 걸렸다"라고 말했다. 조 전 국장이 메모지만 넘기고 무슨 일인지 얘기하지 않아 기다리던 중이었다고 했다. 그는 135초 동안 통화를 하며 채군의 개인정보를 세 차례 조회했다. 2시 47분 22초에 최초로 시도할 때 채군의 출생연도를 잘못 기입해 8초 뒤 다시 조회했고, 2시 47분 50초에는 채군의 본적까지 확인했다.


조 전 국장은 김 팀장에게 '채군 출생신고는 누가 언제 했냐'고 질문했다. 그는 가족관계등록부 웹사이트 화면을 보면서 '2002년 10월 O일에 어머니가 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조 전 국장은 '왜 아버지가 안 했냐'고 했다. 김 전 팀장이 '아버지가 없다'고 말하자 조 전 국장은 그 이유를 물었다. 화면으로 관련정보를 확인한 김 전 팀장은 대답했다.

"혼인 외의 자(子)니까요."


일관된 진술에도 풀리지 않는 '전화번호' 수수께끼

그런데 진술과 딱 들어맞지 않는 대목이 있었다. 이 시각 김 팀장에게 걸려온 전화번호는 조 전 국장의 사무실 유선번호가 아니었다. 서초구청장 비서실과 접견대기실에서 쓰는 02-2155-XX34였다. 검찰은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조 전 국장이 지난해 6월 11일 이 번호로 김 팀장에게 채군 정보조회를 지시, 그 내용을 확인한 다음 국정원 송아무개 정보관과 통화했다고 주장한다.

조 전 국장 변호인은 이 점을 지적하며 김 팀장에게 '당시 다른 사람과 통화하지 않았냐'고 따져 물었다. 1월 초 '이 번호는 박아무개 서초구청장 수행비서가 쓰는 번호다, 통화내용은 무엇인가'란 검찰 수사관 질문에 김 팀장이 '박씨 할머니 사망신고 상담전화였다'라고 답했다는 수사보고서도 제시했다. 변호인은 김 팀장이 조 전 국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짜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김 전 팀장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거듭 "분명 조 전 국장이랑 통화해서 이러이러한 대화를 나눴다"라고 말했다. 채군의 개인정보가 적힌 메모지를 받은 기억도 확실하다고 했다. 또 박씨와 통화했다는 진술은 '만약 그 번호가 박씨 번호라면 이런 일로 통화했을 것'이란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역시 그가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내용 등을 제시하며 "김 팀장은 '02-2155-XX34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 번호가 박씨 전화라는 얘기를 듣고서 추측해서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조 전 국장 스스로도 김 팀장에게 메모지를 주면서 채군 정보 조회를 부탁한 사실을 부인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아무개 감사관은 그날 왜 국정원 정보관과 통화했나

조 전 국장이 이 번호로 전화를 걸었느냐 여부 말고도 복잡한 문제는 더 있다. 이날 조 전 국장의 변호인이 제시한 수사기록 가운데는 임아무개 서초구청 감사관이 2013년 6월 11일 오후 2시~4시에 세 차례에 걸쳐 송 정보관과 통화한 내역이 있었다.

당초 임 감사관은 지난해 9월 6일 치 <조선일보>가 채동욱 전 총장 혼외아들의혹을 첫 보도한 다음날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식 요청에 따라 채군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강남교육지원청과 조이제 전 국장에게 각각 채군 개인정보 확인을 부탁한 이 사건의 피고인 송 정보관이 임 감사관과 정보유출 당일 연락한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22일 임 감사관과 박아무개 비서 등 서초구청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당시 상황에 관한 진술을 들어보기로 했다. 채군 개인정보 유출사건 2차 공판은 오는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채동욱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4. 4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임종 앞둔 아버지, '앙금'만 쌓인 세 딸들의 속내
  5. 5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