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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와의 동침', 당당한 동침 안 되나요?

[TV리뷰] 박원순 시장과의 1박2일, 김구라·데프콘·광희는 눈치만

14.08.03 13:29최종업데이트14.08.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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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JTBC <보스와의 동침>의 한 장면. ⓒ JTBC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게스트 쇼'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대한민국 상위 1%와 1박 2일을 보내는 예능 프로그램인 JTBC <보스와의 동침>이 첫 게스트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야심차게 첫 '보스'로 천만 서울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장을 섭외해서 시청 홍보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을까? 고개가 갸웃해진다.

<보스와의 동침>의 MC는 김구라, 데프콘, 황광희다. 박원순 시장을 찾아간 이들은 각자 정책 보좌관, 비서, 시민이 되어 1박 2일 동안 걸쳐 박원순 시장과 함께했다. 세 MC는 박 시장의 모든 것을 파헤치겠다면서 시장의 방을 급습하고, 그의 방을 빼곡히 채우다 못해 쌓인 서류를 뒤적였다. 서류들이 전시용이 아님을 증명하고, 박 시장과 짜장면을 먹었다.

박원순 시장과 일정을 함께하던 MC들은 거리로 나가 시민들의 생각도 듣는다. 때로는 방송에 내보내기 힘들 정도의 욕설도, 때론 무한 찬양도 있다. 이들은 저녁 무렵, 박 시장을 다시 만나 이를 전달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진실 게임. "아내와 시민이 물에 빠지면 누굴 먼저 구하겠느냐"는 질문을 통해 늘 강조하는 '시민'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인지도 묻는다. 함께 잠자리에 들고, 다음 날 아침을 먹은 이들은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포스트잇을 읽으며 훈훈하게 마무리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박원순 시장과 보낸 1박 2일이 그렇게 재밌지도 않고, 교훈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세 MC가 대한민국 상위 1%의 보스들과 1박 2일을 보낼 자질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 사람은 한결같이 박원순 시장을 어려워한다. 서울 시장이 누군가. 시정의 대표자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에 의해 뽑힌 사람 아닌가. 하지만 <보스와의 동침>에서 '높은 분'을 만나러 온 세 사람은 늘 조심하고, 눈치 보고, 질문을 던지면서도 어쩔 줄 모른다. 덕분에 프로그램 말미에 이들이 박 시장을 평가하는 부분도 그렇게 정확해 보이지 않는다.

서울 시장이 누군지 조차 모르는 젊은이, 그리고 박원순을 뽑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를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정책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 그를 싫어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게 무슨 그렇게 큰 잘못이라도 저지르는 양 쩔쩔 매야 할까? 오히려 그런 장면을 내보내며 박원순 시장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는 건 우리 사회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직언을 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역으로 증명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그리고 현재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행보를 물어보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도 되는 양(결국 가장 뻔한 대답 이상을 얻어내지도 못하면서) 미안해해야 하는가. 또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어 보이면 혹시나 그것이 자신의 정치색처럼 보일까 쩔쩔 매야 하는가. 그 결과 <보스와의 동침>에 비친 박원순 시장은 선거 유세 동안 보인 모습보다도 못했다. 오히려 소탈한 사람 박원순이 아니라, 높으신 서울 시장 박원순을 발견한 듯하다.

가장 소탈하고 일 열심히 하는 시장이라지만 정작 바쁘게 일하는 모습은 두드러지지 않았고, 덕분에 박원순 시장이 공언하는 '시민을 위한 삶'이 프로그램을 통해 전달되지 않으니 제아무리 시민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해도 공허한 정치적 홍보 멘트처럼 전달될 뿐이다. 일상의 소탈함을 드러내는 것도 아니고, 정치인이나 시장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사실도, 신선한 면모도 전달하지 못한 이런 프로그램이 과연 대한민국 상위 1%의 존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차라리 바쁘게 일하는 그를 쫓아다니는 다큐멘터리가 더 진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게 아니라면 강연을 하게 하고, 질문을 받던지. 

'독설의 대가'라지만, 정작 <힐링 캠프>의 이경규만큼도 직설을 해내지 못한 김구라를 통해 시청자들이 어떤 보스의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차라리 감당 못 할 보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데프콘이나 황광희 대신 <썰전>에서 김구라와 함께 야대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이철희나, 강용석이 그 자리에 함께했다면 어땠을까? 최소한 MC들이 보스와의 대면에서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은 전제로 해야 보스를 배우던지, 알던지 하지 않을까.

보스를 모셔놓고 '예능'을 한다면서 결국 재미도, 보스의 실체도, 그를 통한 교훈도 끄집어내지 못한 <보스와의 동침>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보스와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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