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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는 도박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리뷰] 성공을 원하는 사회, 타짜를 부른다

14.09.13 10:55최종업데이트14.09.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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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1편을 30번은 보았을 것이다. 극장에서 한 번 보고, 케이블을 통해서 방영이 되면 만사제쳐두고 또 보았다. 볼 때마다 새로웠다. 정마담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며 고니가 작두를 휘두를 때, 하우스 안에서 백만 원짜리 뭉치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엮여 나올 때 희열감은 그 어떤 것과도 바꾸기 힘들었다. 잠깐은 나도 저 대열에 끼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도 하면서 말이다.

▲ 타짜 2 타짜는 도박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을 부르짖은 이 사회는 타짜를 양산해 내고 있다. 어차피 도박이란 것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결과물을 얻어내는 데 있어서 사행심과 이기심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이 사회는 성공이란 회오리 안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도박판의 세계와도 같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담배연기 그득하고 살 냄새가 가득한 도박장은 서로의 심장 박동소리를 확인하며 상대의 패를 쳐다본다. 원탁에서 자신의 패를 들고 상대의 치열한 수를 읽고 있을 때만큼은 손에 땀을 쥐며 누구나 일확천금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보는 이로 하여금 그러한 환상과 신기루를 제공해 준 2시간이 사람들의 발길을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인간의 저변에 깔린 사행심에 대한 보상이 제작자와 감독에게 부를 가져다주었다면, 그들 역시 타짜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음직하다.

도대체 무엇이 불법 도박인지

불법 도박이란 것이 누가 붙여준 이름인지 참 맹랑하다. 정부가 나서서 투자 금을 대주고 지자체가 서로 유치하려 규제를 풀어주고 세금을 깎아주면 스포츠이고, 음지에서 눈치봐가며 화투패를 돌리면 불법인가?

카지노나 주식투자, 경마, 경정, 경륜 등도 따지고 보면 도박임이 분명하다. 단지 양지에서 활성화되고 정부에 세금을 꼬박 꼬박 내주고 있으니 버젓이 '이것은 스포츠다'란 광고를 하며 호구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따지고 보면 타짜의 심리는 정치에도 경제에도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율'을 가져오기 위한 것은 정당한 투자와 이에 걸맞은 생산물을 거부하게 만든다. 입력은 최대한 적게 출력은 최대한 많게 받으려는 것이 현대 사회의 구조적 생태환경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교육자는 교육자대로 결과물을 얻기 위해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그것이 뭐 그리 나쁘냐고 반문한다면 난 머리를 긁적이겠지만, 우리는 정당한 노력과 그에 맞는 결과를 받으면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든다.

영어를 배우려 해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배우는 것이 최고의 교육방법이라 치켜세운다. 기업에 대한 투자와 마진도 결국엔 투자대비 이익률을 높이려 하다 보니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되고, 때로는 불법을 이용하여 최대 이윤을 채우려 한다. 인간의 기본 심리가 같은 값이면 싸고 좋은 것을 원하는 것이다 보니, 이 심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내려준 생성과 소멸의 법칙을 바꾸려 하는 것이다.

<타짜 2>의 진정한 주인공은?

<타짜 2>의 진정한 주인공은 '고광렬'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에 '고니'가 카메오로 출연했다면 그도 주인공의 대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포스를 자랑하는 '아귀'가 조연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도박이라는 자연의 변종심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타짜 2의 숨은 공신 고광렬과 아귀는 영화 중반 이후에 잠깐 등장을 하지만, 이들이 없었으면 어떻게 타짜란 영화가 재탄생했을 지 의문이 든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허영만의 <타짜> 시리즈에서 아귀는, 나중에 백발노인이 되어서도 도박의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는 심장마비로 죽고 만다. 대한민국 3대 타짜라는 아귀조차도 도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전형적인 도박꾼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고니'는 바로 도박을 끊고 사업가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취미로 짝귀와 화투를 치는 정도다. 이는 원작자인 허영만 화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고니와 고광렬, 아귀를 통해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타짜 2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자면 '우사장'역의 이하늬를 꼽고 싶다. 팜프파탈을 넘어 배신과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그의 인생은, 도박판의 화투패가 뒤집어 지는 순간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종반 아귀의 집에서 자기를 구해주려던 신세경의 손길을 거부한 것은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본 모습을 제대로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 타짜 2 우사장 역의 이하늬는 적절한 캐스팅이었다 생각을 한다. 음모와 배신이 난무하는 도박판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거짓인생을 제대로 표현했다. 빨간 자켓으로 유혹하는 이하늬는 관객들을 영화관으로 불러오는데 부족함이 없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조승우의 타짜는 도박판에서의 성장기를 농도 짙게 그려내며, 고니가 진정한 타짜가 되어 가는 과정을 때론 위트 있게 때론 차갑고 무겁게 표현해 냈다. 그 과정이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으며 매력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었다. 그러나 <타짜 2>에서는 이미 고수가 되어 있는 대길이가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며 깨닫는 도박판의 음모와 배신을 뼈저리게 느끼는 과정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기에 이 부분이 어떻게 관객에게 어필이 될는지가 관건이다.

최승현과 신세경의 연기는 조승우의 진지한 가벼움을 따라가지 못하고 정극으로 흐를 위험이 있다. 이를 이경영과 이하늬의 열연이 적절하게 메워주고 있다. 곽도원 또한 아귀와는 다른 야비한 기질을 가진 양아치로서 대길과 미나를 괴롭힌다. 게다가 중반과 종반에 등장하는 유해진과 김윤석은 극의 흐름을 바꿔 주며 관객에게 자리를 고쳐 앉도록 하는 역할을 해 준다.

대길과 미나의 절절한 러브라인에 양념이 되어주는 이 조연들의 역할에 기대를 해 본다만 과연 조승우와 김혜수, 백윤식의 빈자리를 어떤 방식으로 관객을 설득할 지는 감을 잡을 수 없다.

타짜2 이하늬 대길 신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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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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