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4.11.02 14:19수정 2014.11.0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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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도 외로움이 있을까? 있다. 있다고 확신한다. 사는 집이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화순의 용암산은 새 을(乙)자 모양으로 흘러내리면서 유정한 기운이 넘치는 곳에 마치 갈기를 드리우듯 산맥을 뿌린다. 그 맥 중의 하나가 다시 방향을 살짝 남쪽으로 바꿔 ㄷ자 형태로 뻗어 내리면 그 ㄷ자 안에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그 마을의 높은 지형에 집이, 그리고 집과 남쪽을 향해 마주 보는 형국으로 건너편에 다른 집 한 채가 서 있다. 또 그 집 옆을 통과해 조금 올라서면 봉분 2기가, 그 위로는 마을 분들이 벌고 있는 밭이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다. 어미 개 한 마리가 그 밭과 봉분 사이에 놓여있다. 밭도 젊은 농부들이 없어 대부분 묵혀 놓은 상태라 잡풀과 함께 나무까지 자라고 있으니 그 개는 하루 종일 사람구경도 어려운 처지다. 또 한 마리가 있다. 그 어미개가 낳은 수캐로 봉분을 넘어 왼쪽으로 흐르는 도랑 가까운 콩밭 근처에 묶여있다.
이렇게 개들이 인적 뜸한 산 속에 묶여있는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 산에 넘쳐나는 산돼지들 때문이다. 산돼지들이 밤이면 인가까지 나타나 온갖 과일과 곡식을 트랙터가 지나가듯 훑어 먹어치우기에 농사짓는 분들이 고육책으로 산돼지들의 길목이라 할 만한 곳에 개들을 묶어놓았다.
그리고 또, 두 마리가 더 있다.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들이다. 집 귀퉁이의 가로와 세로에 묶여 있는데 그 애들도 사람보기가 어렵다. 마을에 노인들만 계시고 젊은이들이 없어 집 가까이 오시는 분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게 네 마리의 개들이 서로를 쳐다보며 밤낮을 보내고 있다. 이 개들이 외로움을 타고 있다.
특히 어미 개는 그 정도가 안타까울 정도이다. 봉분 넘어 밭쪽에 묶여있던 어미 개는 처음에는 목줄이 짧았다. 그래서 개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짖는 소리만 들렸다. 그 후 개가 있음에도 목줄이 닿지 않는 것을 안 산돼지들이 대담하게 어미 개 근처의 배를 따먹거나 고구마 밭을 헤쳐 놓았다. 그래서 분노한 노인 한 분이 개 목줄을 늘어뜨리자고 제안해 결국 와이어 줄로 길게 늘어놓아 그 길이만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부터 어미 개는 긴 줄 덕에 행동반경이 넓어져 영역내의 산돼지들을 잘 막고 있다. 그러나 봉분 가까이 내려올 수 있게 되어 그 울타리 나무 한 가운데를 딱, 차지하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 녀석, 먹을 때, 혹은 비가 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평시에는 앉거나, 서거나, 엎드려 물끄러미 아무도 없는 먼 산을 바라본다. 그러다가 내가 바라보면, 바라보는 느낌이 있는지 자세를 고쳐 앉고는 자기를 쳐다보는 나를 조용히 관찰한다. 조금이라도 낯선 기미가 있으면 짖는다. 낙엽이라도 가까이 팔랑이거나, 바람에 나뭇가지라도 흔들리면 짖고, 나의 작은 움직임에도 짖는다. 그런 모습, 어디선가 본 듯 낯설지 않다. 내가 쳐다보는 건지, 개가 날 쳐다보는 건지. 나비의 꿈인 양, 꿈속의 나비인 양. 나나, 개나, 나를 봐 달라는, 내가 여기 있다는, 외로움이 뚝뚝 묻어나지 않는가. 지금은 나을 터. 저 넘어 숲 가까이 있을 때는 얼마나 적막했을 것인가 상상이 간다.
수캐는 제 어미인 것을 잊었을까? 무뚝뚝하게 어미를 바라만 볼 뿐, 그뿐이다. 알은 체가 없다. 막 낳았을 적엔 눈을 빨아 눈을 틔우고, 젖을 물려 키웠을 텐데 8개월여가 지나니 잊은 걸까. 아니면 너무 외로운 나머지 심성이 고약해진 걸까. 우리 강아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 풀어 키울 때는 온 동네를 싸돌아다니며 천방지축 날 뛰었지만 묶어 놓은 뒤에는 시무룩하다. 사람이 드물어 오는 사람마다 반가워만 하니, 나중, 집을 지키라는 저희들의 본분을 다 해줄지 걱정이다.
개라고 왜 외로움이 없겠는가. 사람의 외로움만 생각하고 나머지 동물들의 고독과 적막을 떠올리지 못한 나의 삶은 과연 바른 것인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온 우주의 모든 삶에 외로움이 담겨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랑해'와 '미워'라고 각각 써 붙여놓은 물의 결정체가 서로 판이하게 달랐던 유명한 실험이 있었다. 그 실험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서로 감성을 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개에게도 외로움이 있다. 적막한 산골 개의 외로움을 모두 없애줄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그들의 고독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글을 마치고 어미 개를 쳐다보니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래, 그렇게 한 숨 씩 자기도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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