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파출소 앞에 걸린 플래카드
송준호
그림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운전습관은 당연히 사라져야 할 것이다. 신호를 무시하기 일쑤고, 난폭 운전을 일삼는 바람에 다른 운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크고 작은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교통경찰 입장에서도 인력부족이라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나쁜 운전'을 일일이 단속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거라는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 옛날처럼 무슨 궐기대회 같은 걸 대대적으로 벌이기도 쑥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추방'이라고까지 말할 건 또 뭔가. '합시다!'도 (물론 그 옛날의 '하자'식 반말 투에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다분히 선동적이다. 모르긴 해도 이런 걸 제작하는 데는 국민들이 낸 세금도 적잖이 축났을 것이다. 더구나 도시의 대로변에 이런 플래카드를 내건다는 게 명색이 OECD 국가로서 체면이 말씀이 아니다.
'나쁜 운전을 추방합시다!' 바로 아래에는 신고 방법까지 친절하게 적어놓았다. 자, 그러면 거리를 걷거나 운전을 하다가 나쁘게 운전하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를 발견하면 플래카드에 적힌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가령 이런 식이겠다.
"조금 전에요, 그러니까 4월 13일 오후 2시 20분쯤, 홍대 근처 네거리에서 붉은 신호등인데 직진하는 파란색 1톤 화물트럭 한 대를 봤어요. 그 차 때문에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지 뭐예요. 진짜로 나쁜 운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신고하는 거예요. 그런데 하도 경황이 없어서 번호판을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어떡하…죠?""아주아주 나쁘게 운전하는 사람들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지금 볼일이 있어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휴게소에 잠깐 들렀습니다. 아까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까 단속 카메라가 없는 데서는 사람들이 얼마나 과속을 해대는지 무서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사실은 저도 카메라가 안 보이면 120킬로쯤으로 좀 밟는다고 밟았습니다. 그런데 제 차를 추월하는 차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아, 이제 보니까 저도 속도위반을 했습니다. 그럼 저도 나쁜 운전을 한 것입니다. 신고 취소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그 옛날에는 전국 방방곡곡 거리나 산기슭이나 전봇대에 간첩신고 플래카드와 표어를 눈이 어지럽도록 처발라서 온 국민을 '간파라치'로 만들더니,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들어서는 시민 모두를 '차(車)파라치'로 만들고 싶은 건가?
가만 있자…, 어렸을 때는 남의 잘못을 고자질하는 게 제일 나쁜 거라고 했지 않은가. 그건 그렇다 치고, 간첩신고는 로또급 포상금이라도 걸려 있었는데, 플래카드를 살펴보니 차파라치한테는 땡전 한 푼도 안 줄 작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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