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스포츠 매장에서 전시.판매되고 있는 어린이용 라이플. 30~400달러까지 다양한 제품이 구비되어 있다.
최현정
미 수정헌법에도 나와 있는, 총기 소유의 자유를 주장하는 이들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총기 사용법을 가르치는 게 옳다고 믿는다. 이런 사회 분위기는 끊이지 않는 어린이 총기 사고 소식을 낳고 있다.
2012년 성탄절엔 크리스라는 세 살짜리 어린이가 아빠의 38구경 총을 가지고 장난치다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어린이 자신의 총으로 일어난 사고도 줄을 잇는다. 지난 2월, 행크라는 아홉 살 소년은 혼자 총을 들고 토끼 사냥을 갔다가 다음 날 이마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살 때부터 부모를 따라다니며 사냥을 익힌 이 어린이는 엄마가 사준 소총을 들고 나갔다 오발 사고를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5월엔 다섯 살 남자 아이가 두 살 여동생을 "My First Rifle(내 생애 첫 번째 라이플 : 장총)"으로 쏘아 숨지게 한 사고도 있었다. 새로운 소비 계층인 어린이를 상대로 한 마케팅이 활발해지는 것과 비례한 사고들이다.
여론 호도로 규제되지 못하는 총기2007년, 버지니아 텍에서 32명을 살해한 조승희는 반자동 권총을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그리고 한 달 후 동네 총포상에서 두 번째 총을 샀고 범행을 저질렀다. 언론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학생이 어떻게 한 달 사이 두 정의 권총을 구입할 수 있었는지를 두고 놀라워했다. 총기 규제에 대한 느슨한 법망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그의 2기 행정부 핵심 과제로 이민법 개정과 더불어 총기 규제를 내걸었다. 스무 명의 유치원생을 포함한 26명이 사망한 샌디 훅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오바마는 박차를 가해 '공격용 총기와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고 총기를 사는 사람의 신원 확인을 강화하는 총기 규제 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의회에서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73%의 미국인들이 총기 규제를 제한하는 법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여론과 의원들의 소극적인 행동 때문이다. 이런 반응의 배후에는 배우 '찰톤 헤스톤(Charlton Heston)'으로 상징됐던, 회원 420만의 미국 최대 압력단체인 '전미 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 그리고 '미국 총기 소유자 협회(Gun Owners of America)' 같은 강력한 로비 단체의 영향력이 자리 잡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3월, 이들 단체의 영향력이 커진 배경으로 미국의 '정치적 분열'을 지적했다. 현 민주당 정부와 각을 세우는 공화당의 경우, 이민법과 동성 결혼에 대해서는 동조하는 의견이 많지만 총기 규제에 대해선 결사반대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위에 열거한 총격 사건이 났을 때도 총기를 규제하자는 여론보다 이들 로비단체들의 논리가 더 부각됐다. 이들은 총격 사건은 '좌파들이 위험한 정신병자나 괴물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탓에 선량한 이들이 희생을 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총은 그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총기 사고에 대한 공포를 역으로 총에 대한 규제 거부와 소유로까지 이끄는 전략인 것이다.
이 논리에 따라 학교 내 총기 사고 대책으로 교사의 총기 휴대가 제안됐다. 이는 현실이 돼 올 가을학기부터 미국 28개 주 공립학교에서 교사들의 총기 소지가 허용되었다. 좋은 총(Good Gun)으로 나쁜 총(Bad Gun)을 막는다는 논리다. 이는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 참사 때와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의 총기 구입자들이 '자기 방어와 보호가 총기 구입의 목적'이라고 대답한 것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총은 어디에나 널려 있다재크의 장례식은 지난 10월 30일, 웨스트 파고에 있는 루터란 교회에서 치렀다. 식이 시작되기 전, 관속에 누워 있는 재크의 시신이 지인들에게 공개됐다. 평일 오후 2시임에도 불구하고 100여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교회당을 가득 채우며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하며 눈물을 지었다. 생전 처음 보는 친구의 장례식에서 그들은 서로 토닥이며 슬픔을 이기고 있었다. 며칠 전까지 함께 파티하고 낚시 다니던 그 친구가 총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장례식장엔 회색 재킷을 입은 중년의 아주머니가 누구보다 가슴 아프게 엄마인 바니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은 5년 전 권총을 이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다. 총기는 미국 중·장년층 자살 방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총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들은 오랫동안 껴안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재크의 장례식이 치러지던 날, 시애틀 총기 사고에 대한 작은 뉴스가 신문을 장식했다. 친구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15살 고등학생 제일런 프라이버그가 범행에 사용한 바레타 권총, 그 총은 그의 부모가 생일 선물로 준 것이었다.

▲ 재크의 장례식장에서 친구들이 남긴 방명록
최현정
총기 규제 운동을 하는 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총기로 목숨을 잃거나 큰 피해를 보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총기 규제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는 11월 4일 미국 전역에서 중간 선거가 치러진다. 각 지역별 현안이 주민 투표를 거치게 되는데 이 중 워싱턴 주 등지에선 총기 규제나 총기 소지 권리 확대 여부가 가장 큰 이슈다. 11월 4일,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미국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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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부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뉴욕 거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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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아이에게 총 사준 부모, 결과는 끔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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