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찹스틱의 칠리 감자.
김산슬
라다크 전통 음식도 제치고 가장 인상 깊은 음식이 감자튀김이라니. 하지만 찹스틱의 감자튀김은 한 눈에도 정성과 열정이 뚝뚝 묻어나는, '진짜' 음식이었다. 비행기로 농약을 뿌려가며 대량 생산한 GMO 감자를 이미 백 번도 넘게 사용한 시꺼먼 기름에 푹 담근 후, 소금 옷을 입히는 '정크'푸드를 여태껏 프렌치 프라이로 알고 살았다니. 수지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와! 우리의 열정을 알아봐 주는 사람을 만났네요. 우리가 이 식당을 시작할 때 다짐한 몇 가지 것들이 있어요. 바로 그중 하나가 식재료예요. 무슨 일이 있어도 좋은 식재료만 쓰겠다 약속했죠. 그래서 우리는 밭을 일구고 유기농 농장을 만들었어요. 모든 채소들은 하루에 두 번 우리 텃밭에서 가져와요. 감자도 마찬가지로 우리 밭에서 자란 유기농 감자고요. 물론 감자가 전부는 아니에요. 언제나 깨끗한 기름만 써요. 큰 튀김기에 기름을 부어두고 계속 쓰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요리에 필요한 만큼 새로운 기름을 쓰려고 해요."- 그래서 프렌치프라이가 그렇게 신선한 맛이 났던 거네요. 하지만, 기름을 그렇게 쓰면 폐기량도 많고 환경에도 좋지 않잖아요. 그리고, 유기농으로 힘겹게 키운 채소들을 장식용으로 쓰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해요."맞아요. 기름을 여러 번 쓰는 것보다는 사용량이 많은 게 사실이죠. 하지만 기름은 바로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비누를 만든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재활용을 해요. 그리고 장식용으로 쓴 채소들과 요리를 하고 남는 껍질 등은 모두 우리가 기르는 가축들에게 줘요. 그 유기농 채소밭 옆에 바로 작은 농장도 만들었거든요. 무엇 하나 허투루 버리거나 낭비하지 않아요. 그것이 라다크 사람들의 방식이고, 우린 그것을 최대한 따르고 싶어요."
- 접시 위 장식들을 볼 때마다 한편으론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겠어요. 사실 찹스틱에 와서 음식 다음으로 놀랐던 건 인테리어예요. 사실 히말라야 고산지대의 한 마을에 있는 식당이라고 하기엔 뭐랄까,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너무 섬세했거든요. 식탁 위의 꽃이라든가 조명등까지요."우리 식당의 가격이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을 수는 있어요. 서비스 택스(Tax)를 받으니까요. 종종 불평을 하는 손님들도 있긴 하지만 우린 떳떳하게 봉사료를 청구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서비스는 단순한 종업원들의 서빙에서 끝나지 않아요. 라다크를 찾은 대부분에게 여행은 특별한 의미일 테고 라다크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외식을 하는 날이겠죠. 그 특별한 날에 조금이라도 완벽한 장소와 식사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당신은 인도에 있지만, 여기서라면 설사 걱정 없이 얼음을 마음껏 먹어도 돼요. 식기와 냅킨, 화장실의 청결. 인도 여행 중 누구나 신경이 쓰였을 문제들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우린 언제나 노력을 해요."

▲ 찹스틱 곳곳에는 아시아 각 나라들에서 가져온 기념품들이 놓여져있어 눈이 즐겁다.
김산슬
- 손님들이 누렸던 그 모든 것엔 그런 노력들이 있었네요. 아 참, 하나 물어볼 것이 있어요. 많진 않지만 그래도 점점 라다크에도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숙박업소와 식당들이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이 히말라야 중턱에 와이파이가 된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현대적이고 글로벌한 콘셉트를 가진 식당에 와이파이가 없는 게 궁금했어요."요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잖아요.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서 열중해 있는 모습. 함께 밥을 먹기 위해 모였으면서도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기 바쁘죠. 주마와 저는 적어도 이 식당에서만큼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더 열중하길 바랐어요. 밥을 먹고, 눈을 맞추고, 인생을 나누고 순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죠. 그래서 일부러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않았지요. 앞으로도 우린 와이파이를 설치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실내에 있는 테이블 세 개는 긴 것으로 놓았죠. 종종 자리가 없을 때면 같은 테이블에 일행이 아닌 이들이 와서 앉게 되기도 하는데 스마트폰이 없으니 시선을 피할 곳은 없고, 그러다 한두 마디 나누고 미소 짓다 보면 친구가 돼서 함께 식당을 나서거든요. 새로운 만남과 나눔. 이게 여행의 의미 아닌가요?"

▲찹스틱의 대형 식탁 일부러 테이블 세 개는 긴 것으로 놓았어요. 종종 자리가 없을 때면 일행이 아닌 이들과 합석을 하게되는데 한 두 마디 나누고 미소 짓다 보면 친구가 돼서 함께 식당을 나서거든요. 새로운 만남과 나눔. 이게 여행의 의미 아닌가요?"
김산슬
그녀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벽돌을 쌓고 페인트칠을 해서 만든 공간에서 자신만의 철학으로 음식을 만들고 그 공간을 꾸려가는 모습이 그저 존경스럽고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바른 음식과 함께 바른 생각까지 야무지게 곁들여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매일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이라니. 내가 그녀의 나이가 되면 그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스스로 되물었다.
미처 다 적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그날의 테이블 위에서 오고 갔다. 나날이 변하는 라다크에 대한 씁쓸함과 안타까움에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십 년 전, 지금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그날에 대한 수지의 이야기를 귀를 쫑긋 세워 들었다. 그녀는 개방 후 물밀듯이 밀려온 외부 문물을 이제는 막을 수도, 막을 권리도 없지만 공동체 전체가 자주적으로 미래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라다크는 더 이상 라다크 사람들만의 땅이 아니었다. 외부인들에 의해 많은 것들이 망가지는 부분도 사실이었지만 분명 그 곳에는 라다크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었다. 자신의 나라를 떠나 이 곳에 와서 지속가능한 개발과 공동체 유지에 힘쓰는 외국인들. 그렇게 자신의 고향만큼이나 라다크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나는 보았다. 여행 후에도 깨끗하고 순박한 라다크를 떠올릴 때마다 이 세련되고 현대적인 식당도 함께 그리워지는 건 아마 그 안에 담긴 '진짜' 애정을 보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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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 이런 식당이... 최고 음식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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