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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토크쇼 '일대일', 실험이거나 도박이거나

[TV리뷰] 다큐와 예능이 낳은 정체 모를 생명체...정규편성 위해 고민 필요

14.11.13 15:09최종업데이트14.11.13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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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의 서장훈과 강풀. ⓒ SBS


이 프로그램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까. 예능? 교양? 형식적으로는 토크쇼를 취하고 있지만 진행자가 없고, 둘의 대화를 관찰하는 형태는 차라리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지난 12일 방영된 SBS 파일럿 프로그램 <일대일: 무릎과 무릎 사이>(이하 <일대일>)는 <짝> 남규홍 PD의 후속작으로 관심을 받았다. 첫 회의 출연자는 만화가 강풀과 전 농구선수 서장훈이었다.

<일대일>은 진행자가 없이 두 명의 출연자만으로 진행된다는 게 다른 토크쇼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출연자는 각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던, 혹은 지금 최고에 오른 사람들이다. 프로그램 내에서 출연자들은 '군주'로 불리고 그들의 만남을 '정상회담'이라 한다. 새로운 시도였지만 시청률은 2.0%(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참담했다.

진행자 없는 토크쇼로 차별화...장단점 명확해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진행자가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진행을 맡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프로그램의 기본요소가 빠진 것과 마찬가지다. <일대일>은 진행자를 배제하기보다는 진행자의 역할을 출연자에게 양도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일반적인 토크쇼는 제작진과 출연자가 사전 인터뷰를 하고 어떤 대화를 오갈지 구성을 한다.

이에 반해 <일대일>은 미리 대본의 틀을 구성하지 않기 때문에 대화는 자유롭다. 근황, 과거, 취미 등에 대해 상투적으로 묻는 일반 토크쇼와 차별되는 점이다. 분명 이러한 점은 <일대일>이 가지는 가장 치명적인 장점이자 단점이다. 출연자들끼리 어색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초반에 흐름이 매끄럽지 않을 수는 있으나, 시간이 지나 서로 가까워지며 대화가 자연스러워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어색한 초반을 견뎌야 지켜볼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제작진은 토크쇼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토크쇼의 진행자들이 게스트의 마음 깊은 곳의 진심을 꺼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술이 등장했다.

<일대일>에서는 출연자들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여과 없이 방송된다. '소맥'을 제조하고, '좌빨'(좌파적 성향을 비하하는 속어)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나오고, 정치적 색깔에 대해 논하는 장면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시도하지 못 했던 방법이다. 서장훈이 자신이 겪었던 이혼에 대해서 솔직히 강풀에게 털어 놓을 수 있었던 것도 진행자가 없었기에 가능했다.

아마 둘은 술을 마시고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는 과정을 거치며 방송이라는 걸 잊게도 되었던 것 같다. 이런 점에서는 프로그램의 소기의 성과가 달성된 게 아닐까.

출연자에 달린 '재미의 편차', 고민해야

SBS <일대일-무릎과 무릎 사이>의 서장훈과 강풀. ⓒ SBS


하지만 <일대일>은 시청자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재미에 대한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 한다. 출연자들의 궁합에 따라 재미의 편차가 심할 것이라 여겨진다. 출연자들의 궁합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제작진은 도박을 하는 셈이고, 시청자 또한 그 도박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다. KBS 2TV <해피투게더3>의 경우, 게스트에 흥미를 못 느껴도 MC인 유재석 때문에 보는 경우가 있다. 유재석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대일>은 출연자만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그런 이점을 누릴 수 없다. 게다가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를 차지한 유명인만 섭외하기에 출연자의 폭도 넓지 않다. 대중적인 인기를 고려해야 하니까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군주, 수행비서, 기록관, 정상회담 등과 같은 용어와 콘셉트는 신선하기도 하지만 엉성한 내용물에 포장만 화려한 선물 같다. 매번 만드는 음식의 맛이 다르다면 그 집은 맛집이라 할 수 없다. 제작진은 좋은 요리사가 되기 위해 우선 재미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석준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일대일 예능 강풀 서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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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안녕의 안녕」 작가.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씁니다. https://brunch.co.kr/@byul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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