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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수의 입힐 때마다...매번 목이 멘다"

[인터뷰] 연극 '나는 너다' 김아려 여사 역 배해선 "독립군 남편 위해 헌신한 삶"

14.12.03 09:04최종업데이트14.12.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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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나는 너다' 배해선 안중근 의사의 아내 김아려 역. ⓒ (주)돌꽃컴퍼니


곧 있으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심정이란 어땠을까. 연극 <나는 너다>의, 아니 안중근 의사의 아내 김아려 여사는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아려 여사는 남편을 떠나보내기 직전에 사형장에서 입을 수의를 건네주는 장면에서 남편의 품에 안겨 대성통곡하지 않는다.

송일국이 연기하는 안중근 의사가 "항소하지 않고 이대로 가도 괜찮겠소?" 할 때 김아려 여사는 "당신이 돌아오는 그날, 당신을 위해 옷을 짓고 항동이 술을 빚어놓고 진달래 핀 봄날에 당신을 기다리리라"라는 우아한 시적인 대사를 남긴다.

김아려 여사를 연기하는 배해선은 이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매번 목이 메인다고 한다. 하지만 배우는 감정에 치우쳐 연기를 망치면 안 되는 직업인지라, 매번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죽지 말라고 울부짖고 애원해도 모자랄 판에, 남편을 향한 애절함을 시적으로 풀어 연기한다고 한다.

"일제가 안긴 비극 속에서 산 안중근 의사의 가족들"

▲ '나는 너다'의 배해선 "독이 든 과자를 먹은 안분도는 입에서 피를 한 말이나 쏟고 죽는다. 할머니 조마리아와 어머니 감아려 여사가 어떻게 독이 든 과자를 분도가 먹고 죽었는가를 되짚어보니 남도 아닌 아들 준생이 준 거다.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일제가 안겨준 셈이다." ⓒ 박정환


- 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준생은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사죄하고 손자와 의형제를 맺었다. 왜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걸었을까.
"당시 만주 지역은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독립군이 만주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옮길 때 김아려 여사와 안중근 의사의 가족과 함께 가지 않고 내버려 두고 갔다. 만일 안중근 의사의 가족을 독립군이 데리고 갔다가는 독립군이 너무 위험해질 수 있었다고 한다.

안준생은 일제에게 심각한 문초를 당한다. 아버지 안중근 의사가 돌아가신 후 누구에게도 안중근의 아들이라고 이야기하지도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인생을 살게 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 없이 고통을 받으며 자라왔다.

일본에게 문초 당한 내용을 보면 일제가 안준생 개인만 위협한 게 아니다. 할머니와 어머니와 누나를 아주 끔찍하게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안준생은 한 인간으로서 버틸 수 없는 잔인한 협박을 받았다. 안준생이 선택의 여지가 없던 상황에서 일제가 손을 내밀었을 때 아버지와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 히로부미의 손자와 의형제를 맺었다고 일제가 홍보를 했지만 오도된 바가 있다.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머리를 조아린 게 아니다.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이 손을 내밀었을 때 손을 내밀고 인사를 한 것을 일제가 사진을 찍고는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사죄했다고 선전한 면이 있다."

- 극 중 안중근의 다른 아들인 안분도가 일제에게 독살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다음에 일제는 안준생만 협박한 게 아니다. 안중근 의사의 일가족을 몰살하려고 갖은 수를 다 썼다. 일제의 밀정이 좋은 사람인 척하고는 어린 안준생에게 독이 든 과자를 형과 나눠먹으라고 건네준다.

당시 안분도는 초등학생 나이고 준생은 어린 나이였다. 안준생은 자기가 먼저 먹지 않고 윗사람인 형에게 먼저 독이 든 과자를 주었다. 독이 든 과자를 먹은 안분도는 입에서 피를 한 말이나 쏟고 죽는다. 할머니 조마리아와 어머니 감아려 여사가 어떻게 독이 든 과자를 분도가 먹고 죽었는가를 되짚어보니 남도 아닌 아들 준생이 준 거다.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을 일제가 안겨준 셈이다."

"아들이면서 남편인 송일국, 이런 사람 또 있을까"

▲ '나는 너다'의 한 장면 "안중근 의사는 감옥에 있을 때 어머니와 아내에게 서신을 보낸다. 서신의 내용은 이렇다 '내가 다시는 당신을 못 볼지도 모르오, 준생이는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고 어머니도 뵙지 못했는데 걱정이오' 이를 배경으로 아내가 남편에게 수의를 입히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실제로는 수의를 입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 박정환


- 남편 안중근 의사 서거 후 김아려 여사는 어떻게 살았는가.
"김아려 여사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귀하게 자란 딸이다. 안중근 의사보다 한 살 연상이다. 당시 독립군은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독립군 활동하는 남편을 위해 논과 밭을 팔아 남편을 도왔다. 남편이 타계한 후 시어머니와 어린 자식들을 건사할 길이 없었다. 먹여 살리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병을 얻어 굉장히 고생하셨다고 한다. 몸은 굉장히 아프지만 자식들이 너무 어리니까 병을 고치지도 못한 채 아들 분도를 가슴에 묻는 생을 사셨다."

- 극 후반에 남편 안중근 의사가 형장에 서기 전에 김아려 여사가 수의를 건네주는 장면이 있다.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치르는 날은 원래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 도착하기로 한 날이 아니었다. 하얼빈에 도착하기 전에 러시아에서 총격 사건이 있었다. 암살의 위협을 느낀 이토 히로부미는 원래 하얼빈에 도착하기로 한 날보다 하루 이틀 빨리 온 거다.

<나는 너다> 무대에 서기 전에 배우들이 항일 유적을 답사했다. 배우들이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고스란히 쫓아서 가보았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시간과 비슷한 시간대에 하얼빈에 도착해서 독립 군가를 부르고 돌아왔다.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치른 다음에 안 의사의 가족들은 일제에게 바로 체포되어 문초를 당한다. 김아려 여사에게 일제가 채찍을 때리며 '네 남편이 누구냐, 안중근 맞지?' 하고 고문을 하지만 끝까지 잡아뗀다. 안중근 의사는 감옥에 있을 때 어머니와 아내에게 서신을 보낸다.

서신의 내용은 이렇다 '내가 다시는 당신을 못 볼지도 모르오, 준생이는 아직 얼굴도 보지 못했고 어머니도 뵙지 못했는데 걱정이오' 이를 배경으로 아내가 남편에게 수의를 입히는 장면이 만들어졌다. 실제로는 수의를 입히지는 않았다고 한다.

감옥의 간수가 일본 사람인데 안중근 의사의 필체를 보관할 정도로, 안중근 의사는 감옥에 있을 때 감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나중에 안중근 의사의 필체가 공개될 수 있던 것도 감옥에서 안 의사의 글을 받았던 이들이 공개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 안중근 의사를 연기하는 송일국씨와의 호흡은 어떤가.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연예인 같지 않다. 어머님이 배우라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은데,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첫날부터 마지막 연습 때까지 너무나도 진지하다. 사람을 대할 때 굉장히 예의 바르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인간적인 분이고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섬세한 배우다.

이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송일국씨가 제 아들이면서도 남편이다. 송일국씨가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끔 보필해 드리고자 마음을 먹었는데, 그 마음을 너무나도 잘 헤아려 준다. 무대에서는 이런 마음이 저절로 묻어나서 믿음이 가는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나는 너다 배해선 김아려 안중근 송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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