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거지의품격에서

뽀빠이 이상용씨의 선행까지

검토 완료

김철민(cyberchannel)등록 2014.12.08 11:20
SCENE1; '거지의 품격'
2012년 9월 2일부터 2013년 6월 2일까지 방영됬던, KBS2  개그콘서트 「거지의 품격」을 전국민이 기억할 것이다. 개그맨 김지민, 허경환씨가 등장해 "비록 거지이지만 미모와 자존심 만은 포기 못하는 '꽃거지'의 이야기를 담은 코너"를 재미있게 구성했던 프로그램이다.

젊고 예쁜 아가씨에게 접근하여 그만의 애칭인 '꽃거지'라는 자존심은 끝내 잃지 않으면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고야 마는 플롯(줄거리)을 기본으로 한다. '꽃거지'라는 거지의 업그레이드된 개념도 흥미있는 은유이지만, 적선을 받는 과정이 반전의 재미를 알콩달콩 더해 주었다.

'꽃거지'의 화려한 패션감각에다 허경환씨의 멋진 퍼포먼스까지, 그리고 '500원만!!!'하는 젊은 아가씨에게 허를 찌르는 클로징멘트는, 절로 그 이상을 주고 싶은 아가씨들의 싫지 않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 개그우먼  김지민씨가 능청스레 잘 연기해 주었다.  

SCENE2; '변호인'
영화 '변호인'에서 고노무현대통령의 젊은 고학시절을 연기한, 배우 송광호씨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는,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년간 2천만관객을 동원한 성공적인 흥행요소였다.

여러 감동적인 장면중에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이 국밥집에서 송광호(고노무현역)씨가 김영애(국밥집여주인역)씨에게 그간의 밀린 국밥값을 지불하려는 장면이다. 변호사를 준비하던 시절에 돈이 없어 국밥값을 지불하지 않은것에 대해  변호사가 된 이후 밀린값을 지불한다.

게다가 점심을 매일 국밥으로 정하고 똑같은 음식에 물려하는 사무장을 아랑곳하지 않고 충성고객으로 과거의 것을 '보은'하려는 우직한 모습이 묘사된다.

SCENE3; '은혜 갚은 까치'
"옛날 어느 선비가 길을 떠나가던 중 어디에서 신음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살펴보았더니 큰 뱀이 까치둥지 안의 까치 새끼들을 잡아 삼키려 하고 있었다. 선비는 재빨리 활을 꺼내 뱀을 쏘아 까치들을 구해 주고는 갈 길을 재촉하였다."

~중략
"그 때 갑자기 절 뒤에서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 그러자 뱀은 곧 용이 되어 승천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선비는 날이 밝자마자 절 뒤에 있는 종각으로 가 보았더니 까치 세 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어 땅에 떨어져 있었다. 까치들은 은혜를 갚기 위해 머리로 종을 들이받아 종소리를 울리게 한 뒤 죽었던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까치의보은[─報恩]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자, 이제 S-1'거지의품격', S-2'변호인', S-3'은혜갚은 까치'에 대해 얘기해보자.
S-1,2,3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주는이(시혜자)와 받는이(수혜자)가 등장한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수혜되는 정도에 따른 받는이의 태도에 관한 점이다.

소위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회적'선행'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특히 '선행하는자'에 대한 말은 많이 있어왔지만 '선행받는자'에 대한 것은 상대적으로 적어, 이 부분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S-1'거지의 품격'에서는 아가씨(주는자)가 등장하는데, 이 아가씨는 원래는 주려는 생각(선행의지)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꽃거지(받는자)가 나타나 기분나쁘지 않을 정도로 조심스레 접근하고, 약간 아가씨가 싫어하는 내색을 보이면 바로 재미있는 언변과 퍼포먼스로 그녀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여 결국은 얻어내는 전략을 편다.

나중에 그녀는 그 사실을 깨닫지만 그정도는 이해할수 있는 정도라 여기고, 한편으로는 '선행'은 아닐지라도 '나누어줌'이라는 행위를 하게 된것을 깨닫는다. 약간이 타의적인 '선행'이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은 '선행'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여기서 두가지 '선행'이 이루어지는  받는이에 관한 시사점을 얻을수 있는데,
첫째는 받는이(수혜자)는 주는이(시혜자)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다. 모든 주는이들이 원래 선행의 의도를 갖고 있을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점이다. 항상 선한 의도로 사는것은 아니기 때문에 절적한 선행의 자극(꽃거지의 대화,춤)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것도 과하지 않으면서 주는이로 하여금 자그마한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의 행동이 시작되는 일이라 마음의 움직임을 위한 선행의 단서가 받는이에게 적절히 제공되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는 '꽃거지'의 거지같지 않은 자존심인데, 그것은 최소한의 '인간' 본래의 자존심이다. 주는이가 인간적인 무시를 하거나 인격적인 모욕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선행'은 선행이 아닌것이다. 그럴때는 과감하게 물러서 받지 않을 수도 있는 근본적인 인간적 자존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행위를 통해서 받는이는 약자가 아닌 '우리공동체안의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는것이다. 그래서 내가 '거지인줄 알아?'라는 말이 우리마음속에 강한 의미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S-2'변호인'에서는 국밥집아줌마의 음식값이 선행요소가 된다. 자영업에서 특히 요식업에서 음식값은 노동의 경제적 산물인 것이다. 자기노력분에 대한 정당한 가치인데, 손님이었던 송광호(고노무현역)씨가 고학을 할때 그 음식값을 지불하지 못한것이다. 타인의 노동의 결과물을 무전취득한 것이다.

당연히 그것을 돌려주는것이 법적으로 옳지만, 국밥집아줌마에게는 손님(송광호씨)에 대하여 그런 경제적 '이익'의 관념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경제행위를 하면서도 '이익'을 '선행'의 관점으로 돌려 생각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어머니'의 모습이 국밥집아줌마에게서 느껴진다.

중요한점은 손님(송광호씨)의 태도이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나중에 그 모든 음식값을 지불한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 국밥집을 단골로 정하고 다닌다. 국밥집아줌마의 '선행'에 '보은'을 하는 중이다. 지난날 음식을 먹고 꼬박꼬박 음식값을 지불했다면 그런 '보은'행위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상호 '선행''보은'의 관계가 맺어진 것이다.

인간은 평생 주고 받는 관계이다. 우리는 이 관계사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선행에 대해 보은하는 손님(송광호씨)의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모든이들이 다 그런 보은을 하는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장면에 뭔지 모를 작은 인간적인 감동을 느낀다.

만약 보은을 하지 않았다면 영화속에서 기억하는 고노무현전대통령의 인간성은 많은 부분 반감이 되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보은행위에도 '선행'에 못지않는 용기가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감사할줄 아는 인간적인 반응이, 주는이에게 선행천사의 날개를 달게 해준다는것을 기억하자.

S-3'은혜갚은 까치'는 나그네의 '선행'에 동물조차도 목숨으로 '보은'한다는 우리나라 전통설화이다.

"왜 나그네가 동물들일에 끼어들었나"라고 비판하지 말고 까치의 보은에 주목해 보자.

까치새끼의 목숨을 구해준 '선행'에 목숨을 바쳐 나그네에게 '보은'한다는 점은 분명 오버한 느낌이 있지만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에는 충분한 본보기가 된다. 때로는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선행과 관련해서 비단 동물에 한정된 사안은 아닌것 같다. 게다가 목숨이 귀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테니, 목숨을 버려 타자를 구한다는 것은 보은의 궁극점일것 같다.

설화이긴 하지만, 하물며 미물인 까치도 보은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그럼 인간의 보은은 어떠해야 할까? 보은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 할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목숨과 관련되있는 '선행'을 필요로 하는 상황은 의외로 자주 있기는 하다. 만약, 치료비가 없는 이에게 누군가가 '선행'을 베풀어 병이 나아 살게 되었다면 어떠할까?

SCENE4; '뽀빠이 이상용의 선행'
뽀빠이 이상용(72세)씨는 40여년 넘게 행사진행자로 활약해왔고, 그중  10여년간  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던 우정의무대에서의 명사회자로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그가 한명당 수술비가 1800만원에 달하는 심장병어린이 567명에게, 32년간 80억원어치의 무료수술비를 지원하는 선행을 베풀었었다. 그러나 "1996년 11월 당시 김영삼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에게 국회의원 출마권유를 받았는데 거절했고, 그 이후로 '심장병어린이 수술기금 횡령'사건이 언론에 불거져 나왔으나, 97년에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라는 기사가 보여주듯 굴곡의 시절을 지나쳐 왔음이 분명하다. 그 사건이후로  약속이나 한듯이 언론에서 무죄사실을 보도해주지 않아서, 무죄판결문을 가지고 다니며 스스로 힘들게 소명해왔다고 한다.

중요한건 2013년 12월 22일자 인터뷰기사부터 최근 그의 심경고백의 글에도, 중간중간 "선행을 받았던 그 누구한테도 전화도 없었다"는 서운함을 내비쳤다. 선행한자는 있는데 선행받은자는 없는 것이다. 이상용씨가 선행받은자에게 "500원만!!!" 한것도 아니고, 국밥한그릇 사달라고 한것도 아니고, 목숨을 내놓으라 한것도 아니었다.  그저 '감사하다'는 전화 한통화가 몹내 아쉬었던것 같다.

심지어 지난달 11월 22일 2천5백여명(2회공연)이 관람했던 나주'뽀빠이유랑극단' 공연 사회에서도 "아무도 전화도 안해! 내가 수술시킨 얘들중, 판검사도 있고 그런데..." 하며 만담 소재로 웃어넘겼지만, 서운함이 그의 만담속에서 느껴졌다. 게다가 공연중 입담중에 최근에야 자신도 자신의 아파트를 갖게 됬다는 말이 애처롭게 들렸다. '선행'을 하느라 자신을 늦게 돌아본 것에 대한 아쉬움의 말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사회지도층의 사회적책임(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부르짖고 있으며 기업의 사회적책임의식도 줄기차게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을 크게 변화시킨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위의 문제제기는 '선행' 내지 '기부' 문화가 척박한 우리나라현실에서 조금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의미가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의 '선행'에 대한 관점이 단순히 '주는자'와 '받는자'의 관점에서 '우리'라는 관계속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하도록 하게 하자는 바람이다. 아울러 받는이의 지속할수 있는 핵심전략으로서 '보은'. 즉 작은'칭찬'조차도 주는이에게 더 '선행'을 하고 싶게 만드는 귀한 촉진제가 될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지금도 우리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선행'하는 숨은 천사들에게 힘이 되도록 받는이들의 '보은'의 반전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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