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추한 옷을 부끄러워 말라!

[중국어에 문화 링크 걸기 98] 衣

등록 2014.12.17 18:45수정 2014.12.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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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 의(衣)는 사람이 옷을 걸친 모양이다. 위의 첫 획이 빳빳하게 세운 옷깃, 양쪽으로 뻗은 것이 옷소매, 위 아래로 교차하는 것이 옷자락을 나타낸다. ⓒ 漢典


문명(文明)의 문(文)이 원래는 무늬를 나타내는 문(紋)에서 왔다고 하는데, 인류가 남긴 문명의 무늬를 외향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옷일 것이다.

공자는 본질적인 바탕이 겉차림에 비해 너무 지나치면 세련되지 못하고, 외면적인 치장이 본질을 넘어서면 형식적인 것이 되니, 본질과 외면의 치장을 적절하게 한 후에야 군자다울 수 있다(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然後君子)고 <논어>에서 일러주고 있다. 옷을 다만 치장의 일부로만 생각해 지나치게 화려한 겉멋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충고로 보인다.

베이징 저우커우뎬(周口店) 산정동인(山頂洞人) 유적에서 옷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뼈바늘(骨針)이 출토되는 것을 보면, 인류가 나뭇잎이나 짐승의 털가죽으로 옷을 만들어 입은 것이 1만 5천 년 전으로 추정된다. 흔히 '옷이 날개다'라고 하는데, 이 즈음엔 새의 깃털이나 짐승의 털가죽을 몸에 두르고 다녔을 테니 정말 날개처럼 보였을 법도 하다. 추위나 더위, 때론 사냥이나 전쟁에서 몸을 보호하거나 신분, 지위, 계급 등을 나타내는 문화적 상징으로 옷은 인류 문명과 함께 해 왔다.

옷 의(衣, yī)는 사람이 옷을 걸치고 있는 모양의 상형자이다. 위의 첫 획이 빳빳하게 세운 옷깃, 양쪽으로 뻗은 것이 옷소매, 위 아래로 교차하는 것이 옷자락을 나타낸다. 옷 의(衣)는 일반적으로 빳빳하게 깃을 세운 상의를 나타내며, 하의는 치마 상(裳)을 썼다. 밖에 입는 긴 옷은 포(袍)라 하고, 원래 따르다, 복종하다는 의미의 복(服)은 몸에 따라 옷을 입는다는 의미에서 서서히 '옷'의 의미가 생겨난 걸로 보인다. 

중국의 의복 변천사를 보면, 예와 멋을 강조하여 다소 치렁치렁 늘어뜨린 권위적인 중원의 의복이 목축, 사냥 등의 활동에 용이한 형태의 북방의 의복 양식을 수용하는 형태로 발전되어 왔다. 17세기 청나라 만주족의 전통복장이던 치파오(旗袍)가 유행하며 베트남의 아오자이에도 영향을 미치며, 대표적인 차이나 드레스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공자는 제자 자로에 대해 다 떨어진 솜옷을 입고 여우 담비 털옷을 입은 사람과 함께 있어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사람(衣敝縕袍, 與衣狐貉者立, 而不恥者)이라고 칭찬했으며, 안중근의사는 사형선고를 받고 1910년 뤼순(旅順) 감옥에서 <논어>의 구절을 인용하여 "누추한 옷과 궂은 음식을 부끄러워하는 자와는 함께 의논할 수 없다(恥惡衣惡食者, 不足與議)"는 유묵을 남겼다.

옷이 다만 추위를 막는 의취폐한(衣取蔽寒)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하나, 너무 지나치게 옷에 연연할 필요는 없는 듯하다. 사람이 옷을 입는 것이지 옷이 사람을 입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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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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