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눈빛'... 정말 보기 창피했다"

[2014 특별상] '언론감시' 외길로 명예의전당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록 2014.12.31 16:19수정 2014.12.3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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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2014 특별상' 수상자로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신은미씨를 선정했습니다. '특별상'은 한 해 동안 좋은 기사와 기획 등으로 활약한 시민기자에게 드리는 상입니다.

시상식은 2015년 1월 23일 <오마이뉴스> 상암동 사무실에서 치러집니다. '2014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을 드립니다. 이 자리에서는 '2014 올해의 뉴스게릴라상'과 '2015 2월22일상', '2014 올해의 기사상', 시민기자 명예의 전당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인사 드립니다. [편집자말]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 유정아


많은 사람들이 2014년을 잊지 못할 것이다. 끔찍한 대형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여러 정치 스캔들이 수많은 뒷말을 낳은 해. 그 해의 절반을, 나는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의 작은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로 세상을 보고 기록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관련 보도를 감시하기 위한 모니터 요원 자리였다. 그런데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하면서 모니터링의 성격도 범위도 달라졌다. 민언련이 소화해야 할 보도량은 어마어마했다. 다 합쳐야 열 명 남짓한 활동가들과 모니터 요원들이 모든 보도를 직접 보고 분석했다. 활동가들은 오후 10시가 넘도록 집에 못 가기 일쑤였다.

그런데도 사무처 사람들은 항상 씩씩했다. 모니터를 쳐다보기 지루할 즈음이면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기운을 차렸고, 일이 넘쳐났지만 못 하겠다고 빼는 사람도 없었다. 몇 주를 내리 세월호 뉴스만 봤으면서도, 여전히 눈물을 참느라 눈이 빨개져 화장실을 연신 드나드는 활동가가 있을 정도로 마음의 공간도 남아 있었다.

민언련 사람들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 사람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늘 궁금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민언련을 떠난 이후, 그 궁금함은 활동가들의 수고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변했다. 그러던 중 <오마이뉴스>에서 민언련을 2014년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했다는 연락이 왔다. 나는 반갑고도 기쁜 마음에 수상소감 인터뷰를 핑계 삼아 민언련 사무실로 향했다.

아래는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과 한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MBC·종편3사의 '커밍아웃'... 시대를 역행하는 방송들"

- 먼저 <오마이뉴스> 특별상을 수상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영광이고, 기분이 좋죠. 사실 올해 모니터가 너무 힘들었거든요. 지방선거 보도 모니터를 시작했는데 4월에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선거보도가 사라지다시피 하고 세월호 이슈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됐어요. 선거라는 정치이슈와 사고보도가 엮이다 보니 문제가 많았죠. 선거에 불리할 문제는 제대로 보도를 안 하는 일도 있었고, 특히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잘못된 보도가 허다했어요.


정작 선거보도는 금방 끝났는데 오히려 선거 이후에 모니터할 것이 더 많아졌어요. 선거를 1년 내내 치른 기분이네요. 그래도 <오마이뉴스>가 늘 우리 글을 잘 실어줘서 고마워요. 이번에 민언련이 '톱(오름·으뜸)' 기사 100개를 채워서 '명예의전당'에도 올라갔어요. 기분 좋은 일이죠."

- 올해 방송 모니터의 대부분이 세월호와 지방선거에 관련된 내용이에요. 두 가지 모니터를 하면서 무엇에 중점을 두었는지, 모니터를 해본 소감은 어떠신지 말해주세요.
"올해는 세월호 사건 때문에, 더 사명감을 가지고 임할 수밖에 없었어요. 세월호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 문제가 많았고, 그래서 현재 언론이 보이는 모습들을 우리가 최대한 기록해 두자고 마음먹었어요. 피해자 부모님들의 모습을 기록하는 '4·16 기록단' 같은 분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다들 각자의 역할을 찾아내는 상황에서 민언련이 할 수 있는 일은 나쁜 보도를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사실 선거보도는 형식이 일정하기 때문에, 매번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거나 하지는 않아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2007년 대선 이후로 모니터에서 손을 뗐다가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거라서, 막연히 '그때보다는 나아져 있겠지' 하는 환상을 가지고 있었죠. 제가 처음 모니터를 시작한 게 1992년인데, 어느 면에서는 언론의 상태가 그 시절보다 더 나빠져서 충격을 받았어요. 특히 MBC와 종편3사의 보도는 시대를 역행했죠.

그들을 보면 지금 보도의 판이, 좀 기울어진 정도가 아니라 거의 수직으로 서 있는 수준이에요. 보통 모니터를 시작한 후 2~3주차까지는 정책보도가 어느 정도라거나 하는 양적 분석을 주로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걸 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극단적인 나쁜 보도의 사례가 많았어요. 너무 노골적으로 편파성을 띠다 보니까 양적 분석을 가지고 설명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우스갯소리로 '언론이 선거운동원으로 뛰고 있다'고 할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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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선수와 박근혜 대통령을 닮은 꼴로 꼽은 '정치옥타곤' ⓒ TV조선


- 그 중에 특히 기억나는 보도가 있나요?
"종편, 특히 TV조선 같은 방송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빛', '박 대통령의 카리스마' 이런 주제를 시사프로그램 꼭지로 다뤘어요. 정말 보기 창피할 정도죠. 대놓고 찬양을 하니까요. 정작 그들은 굉장히 당당해요. 그런 보도가 너무 많아서, TV조선이랑 채널A, MBC는 거의 '커밍아웃'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우리는 공정성을 유지하기보다 우리를 보는 시청자의 마음에 들도록 정치색을 완벽히 드러내겠다'는 식이죠.

물론 (일부)신문들은 이제까지 그렇게 해왔지만, 방송이라는 것은 신문보다 훨씬 더 공영성이 강조되는 영역이잖아요. 전파가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정치적 편향이) 금기시 돼왔는데 종편이 그 선을 넘으면서, MBC도 따라하는 형상이 되는 거예요. 이제는 MBC와 종편들이 거의 경쟁적으로 정치색을 드러내는 판국이죠."

- 아마 민언련은 국내에서 종편을 가장 많이 본 시민단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종편이 가진 가장 큰 위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회에 굉장히 나쁜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는 것 같아요. 정치적 성향을 빼더라도요. 종편 방송들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면 굉장히 직선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요.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무례하게 막말을 하고, 빈정거리면서 웃음거리로 만들기도 하죠. 예를 들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에 관한 보도는 완전히 흥미 위주였어요. 사건의 중요한 점이나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기보다 사람 자체를 저속하게 난도질하는 식으로 나갔죠.

이런 태도들은 이슈를 생각하는 국민들의 방식이나 상대를 비판하는 태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요. 방송에서 극단적인 모습을 자주 보이면, 시청자도 그 정도는 괜찮다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방송은 기본적인 품격과 더불어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해요. 저는 종편이 정치적인 공정성을 잃은 것보다 이런 것을 준수하지 않는 게 더 위험해 보여요."

"<오마이뉴스>는 세상에 꼭 필요한 언론... 민언련이 성장 도울 것"

- 이전까지 민언련이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을 보면 논평이나 보고서 형식이 주를 이뤘는데 올해는 프로그램 비평, 기획 칼럼 등 형식도 다양해지고 글의 결도 조금 달라진 느낌이에요. 계기가 있나요?
"기사를 쓰는 분들이 다양해졌어요. '시시비비'라는 연재 형식의 칼럼은 민언련 정책위원들과 이사님들이 돌아가며 쓰시는 건데, 사무처가 만드는 보고서를 가공해서 씁니다. 원래는 민언련 웹진에 실으려고 기획한 건데, 더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도록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하게 된 거예요. 또 방송분과 모니터가 기사로 많이 올라갔어요. 우리 웹진에 분과 모니터를 싣는 '참견'이란 코너가 있는데, 그것을 그대로 <오마이뉴스>에도 송고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사무처 보고서보다 이게(방송분과 모니터가) 더 반응이 좋은 거예요. 무거운 주제보다는 우리가 잘 아는 프로그램들을 신선한 시각에서 비평한 글에 더 큰 호응이 오는 거죠. 그렇게 사무처 보고서와 칼럼, 분과의 대학생들이 젊은 시각에서 쓰는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쓰는 글의 종류가 다양해지게 된 것 같아요. 사무처도 보고서를 기사 형식으로 바꾸는 시도도 했고요."

- 언론감시단체의 시각에서 볼 때 <오마이뉴스>는 어떤 언론이라고 생각하세요?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속보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생각은 가끔 해요. 아무래도 상근기자가 많은 다른 언론사에 비해 <오마이뉴스>는 (시민기자의) 자발성에 기초하는 부분이 많으니까. 그 부분에서 기복이 좀 있죠. 대신 시민기자들이 본인의 전문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뤄준다는 건 큰 장점이에요.

요즘 모든 언론이 선정적인 헤드라인을 쓰잖아요. 어느 순간 <오마이뉴스>도 그 시류에 쓸려 들어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물론 언론이 그렇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도 있고, <오마이뉴스>만 엄격한 기준을 유지하라고는 할 수 없어요. 그렇지만 원칙적으로 말하면 그렇죠.

하지만 어떤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오마이뉴스> 같은 매체는 반드시 존속해야 합니다. 많은 이가 자신들의 이슈를 알리고 싶어하거든요. 그런 입장에서 <오마이뉴스>처럼 좋은 언론이 없어요. 내가 쓰면 나의 이슈를 알릴 수가 있으니까요. 그런 시민 혹은 단체들과 <오마이뉴스>가 서로를 더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우리 글을 실어주는 곳이 있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모니터를 했거든요.

다만 언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부분의 시민단체나 개인들은 뉴스를 만드는 것에 대한 감각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요. <오마이뉴스>가 이런 이들을 시민기자로 끌어내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만들고 홍보하면 좋겠어요. 그렇게 시민기자의 범위를 늘리다 보면 앞에서 말한 속보성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요. 또 <오마이뉴스>가 그렇게 자라나는 것을 돕는 게 민언련이 해야 할 역할 중 하나라고 봅니다.

<오마이뉴스>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시민기자 분들을 보면, 직업기자들보다 더 큰 사명감을 가지고 계신다고 느껴요. 그분들은 정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하시는 거잖아요. 주는 뉴스를 받기만 하는 것보다 그렇게 스스로 미디어가 돼서 발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민언련이 추구하는 진짜 언론 소비자의 모습이죠. 그런 분들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민언련과 <오마이뉴스>는 닮은꼴이에요."

민주언론시민연합 로고 ⓒ 민언련


- 향후 모니터 계획은 어떤지, 새해에는 민언련이 어떤 단체가 되면 좋겠는지 말씀해주세요.
"거창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보다는 가진 콘텐츠를 가공해서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자는 게 기본 방향이에요.

작년 6월부터 방송 보도 중 '좋은 보도'와 '나쁜 보도'를 선정하기 시작했어요. 올 11월부터는 신문에서도 선정하기 시작했고요. 이것을 일주일에 한 번은 발표하자는 것이 목표예요. 매번 보고서로 정리하기가 부담스러우면 영상보고서나 '카드뉴스'식으로 간단하게 하더라도요. 사람들이 중요한 이슈와 보도 행태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학생들의 많은 분과 활동도 잘 뒷받침해주고 싶고요.

민언련 또한 대중과 더 많이 대화하는 단체가 되면 좋겠어요. 사실 우리는 '매우 선명하고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잖아요. 그 원칙을 주장하려면 소통보다는 견고한 태도를 유지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사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원칙은 지켜가는 게 맞아요. 다만 대중에게 우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알리는 방식보다는 설득하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는 식의 대화로 시민운동을 하고 싶어요.

우리 언론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뭐'하고 포기해버리기도 하고, '나만 안 보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내가 안 봐도 보는 사람은 분명히 있어요. 그래서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게 하는 투쟁이 중요한 거예요. 민언련은 그 가운데에 서서 대중이 기운을 잃지 않게 격려하고, 개인이 각자의 실천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게 돕는 역할을 담당했으면 합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기자의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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