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관리하던 사람들... 재고용 무산되나

[현장] 공주시 통합사례관리사 재고용 여부 논란... 시 "법대로 할 수밖에..."

등록 2014.12.29 18:56수정 2014.12.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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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부터 공주시와 협의를 해오다 26일 일방적으로 공개채용을 하겠다는 입장을 듣고 기간제근로자들이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 김종술


12월이면 누구나 들뜨기 마련입니다. 하늘도 땅도 축복을 내려 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올 힘든 분들도 많습니다. 비정규직의 삶, 신년 초에는 꼭 무기계약직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갈수록 힘든 삶이 찾아옵니다. 지난해에 이어 똑같은 기사를 써야만 하는 기자의 마음도 무겁습니다. 언제쯤 따뜻한 봄날이 올지 그날이 그리워집니다.

29일 오전 8시 30분 충남 공주시청 시장실 앞에는 10여 명의 낯익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공주시에서 통합사례관리사로 2~3년간 근무한 분들입니다. 재계약을 앞두고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러 왔답니다. 하지만 비서실에서 제지를 당해 일부는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통합사례관리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의 가정을 찾아, 문제 해결과 자립을 돕는 역할을 맡은 분들입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이자 사람들입니다.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전환)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공주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재계약을 할지 공개 채용을 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13명의 통합사례관리사는 2014년 12월 31일 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돼 해고 위기에 놓였습니다.

충청남도 내 8개 시·군 통합사례관리사 무기계약 현황을 살펴보면 천안시, 서산시, 논산시, 아산시, 홍성군, 서천군, 금산군, 당진시(2015년 1월 1일 확정)는 무기직 전환 및 계약기간 2년 도래시 무기직으로 전환했습니다. 나머지 시·군은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고용(재계약)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주시만 "논의중"이라는 말로 입을 닫고 있습니다.

공주시의회 김동일 시의원은 "국가보조사업에서 기간제 고용된 분들 고용승계는 당연한 일인데, 법이 없다고 하는 건 무리한 구조조정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담당자가 바뀌면 어디에서, 어떤 아이가, 어떻게 어렵고,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주시 인사담당관은 "지자체의 재량으로 2014년부터 6개월 이상 채용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다 공개 채용하는 것으로, 작년 11월 13일 시장님 방침을 받아서 시행을 해오고 있다"며 "공주시민간인근로자 취업 규정에도 공개채용이 원칙으로 되어 있다. 공개채용을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이분들이 반대하면서 미뤄지고 있어서 논의중이다"라고 밝혔다.

비서실 옆 회의실에서 통합사례관리사를 만났습니다.

"무기직 전환도 좋지만, 근무하도록 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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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부터 공주시와 협의를 해오다 26일 일방적으로 공개채용을 하겠다는 입장을 듣고 기간제근로자들이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장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 김종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말까지 아동복지 교사를 일하다, 2012년 2월부터 공주시 지역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다. 우리는 무기계약이 되면 좋겠지만, 계속해서 근무할 수 있도록 재계약을 원하고 있다. 그런데 시에서는 공개 채용에 응시를 하라고 하니... 12월 1일부터 계약과 관련해서 시와 협상을 해오고 있는데 '기다려라' 하더니 지난 26일 시에서 '쿨하게 공채 한 번 하자'는 통보를 받았다. 

아동 돌봄은 연속적으로 서비스가 연계되는 사업인데, 담당자가 바뀌면 결국 시민들이 피해를 본다. 대상자가 바뀌면 혼란이 온다. 아이들도 어려운 형편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데... 시에서는 이런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주시는 결제하고 돈 내보내고 하는 것 외에는 대상자가 뭘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 강경화씨(여. 45살)

"우리는 사회복지사, 유치원, 간호사 자격증 등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정을 방문해서 아이들의 신체가 건강한지, 교육과 정서적으로 뭐가 부족한지 파악해서 위기 아동을 상대로 저소득층 복지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다. 예전에는 공급자 중심의 복지서비스로 보여주기 복지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면서 문전박대를 많이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4~5년이 흐르다 보니 엄마들이 어려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학부모와 공감대 형성이 되어 있는데 또 다른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면 이 가정은 다시 불신이 올 것이다. 실제로 선생님이 바뀌면 속에 있는 얘기를 하지 못한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하면서 1년마다 공개 채용을 하게 되면 고용불안에 떨게 하고 아이들에게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이다." - 장주영(여. 40살)

"학원에서 근무하다 2012년도에 공주시와 지역아동센터 복지교사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2년간 근무를 해왔다. 한부모 가정이나 소외된 애들의 학습, 생활지도를 하면서 기초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하루에 1시간은 영어를 가르치고 생활지도와 학습지도를 하는데 아이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애들이 마음을 터놓고 자신의 얘기를 하는데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는 걸린다. 그런데 공채로 갈 경우 다른 선생님이 또 오고 마음을 열기까지 모든 피해는 아이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다.

시에서는 단순히 일자리를 나눈다는 생각뿐이라 어려움이 있다. 고용만 안정된다면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서 포옹하고 오랫동안 도움을 주고 싶다." - 이명순(여. 41살)씨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오시덕 공주시장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오 시장은 이 자리에서 "구조적인 문제로 규정이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 지금 와서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인사부서에 다시 한 번 얘기해 보겠다. 법이 무엇인지 규정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몰라서 알아봐야 한다. 공조직이라 시장이라고 해서 함부로 할 수가 없다. 어찌 될지 잘 모르겠다. 인사과에서 검토한 뒤 다시 보고를 받아 보겠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10시 부시장과 통합사례관리사들이 면담을 한다고 합니다.
#공주시 비정규직 #기간제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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