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구속영장 기각...검찰 수사 불신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구속수사 필요성 인정 어렵다"... 수사 취약점 드러나

등록 2014.12.31 01:23수정 2014.12.3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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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구속영장 기각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청와대 문건 유출 개입 혐의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귀가하고 있다. ⓒ 유성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 사건을 수사해 '조응천-박관천 자작극'으로 결론낸 검찰 수사에 취약점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엄상필 영장전담부장판사는 31일 오전 검찰이 조 전 비서관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범죄혐의사실의 내용, 수사 진행경과 등을 종합해 볼 때 구속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영장심사 뒤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기하던 조 전 비서관은 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석방됐다. 이날 0시 47분경 지친 기색으로 서울중앙지검청사를 나선 조 전 비서관은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도 "드릴 말씀이 없다", "피곤하다"고만 했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박관천 경정이 '정윤회-십상시 국정농단 보고서' 등 공직기강비서관실 동향보고서를 작성하고 청와대 밖으로 빼내도록 주도한 게 조 전 비서관이라고 판단하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박 경정으로부터 조 전 비서관의 혐의 관련 진술을 받았고 조 전 비서관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서 증거도 확보했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또 지난 1월 조 전 비서관이 박지만씨, 박 경정 등과 서울의 한 중국식당에서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조 전 비서관의 혐의가 박 경정보다 훨씬 중하다"고 강조했지만 법원은 조 전 비서관의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별다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거나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오후 4시경부터 진행된 영장심사 때 조 전 비서관은 법정 밖에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법원이 '구속 수사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은 조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는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법원은 청와대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은 박 경정의 구속영장은 발부했지만 보고서를 복사하고 유출한 혐의로 체포된 한아무개, 최경락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자살한 최 경위는 생전 영장심사에서 청와대가 한 경위를 회유했다고 폭로했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이 어떻게 수사해왔는지는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게 됐다. 주요 혐의자들에 대한 구속 영장이 또다시 기각된 만큼 수사 초기 박근혜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 발언에 겹쳐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응천 #구속영장 #박관천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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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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