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현실 딛고... "꿈도 무한리필 되나요?"

안성에서 경양식집 연 김윤섭 씨가 사는 법... 자영업, 이래서 힘들다

등록 2014.12.31 17:03수정 2014.12.3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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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다 뭐다 해서 바쁜 요즘, 김윤섭씨(경양식뷔페 공동대표)는 그럴 여유조차 없다. 그를 인터뷰한 지난 29일은 그가 경기도 안성에 경양식 무한리필 가게를 연지 3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것도 친구(공동 대표 황장균)와 동업해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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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사장 이 가게의 공동대표인 김윤섭씨가 이 가게를 열기까지의 자신의 여정을 말하다가 잠시 웃고 있다. ⓒ 송상호


닭갈비 식당 내니 바로 조류독감 파동오고

무한리필이라니? 말 그대로 먹고 싶을 때까지 먹는다는 이야기다. 당장 드는 생각 하나. '그래도 되나? 물론 밑지지는 않겠지만, 가격도 저렴한데 무한리필까지...' 이런 식의 장사를 하기까지 윤섭씨의 사연이 있다.

그는 2001년 안성 지역에서 기획사를 열었다. 잘 되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그의 부친이 작고하는 등 여러 어려움이 닥치면서 기획사를 3년 만에 접어야 했다. 그 후 이 직장, 저 직장을 전전했다.

생계를 위해 이리저리 힘쓰다 누구나 한 번쯤 손 대본다는 영업직. 그는 이후 자동차 영업사원을 해봤다. 하지만 윤섭씨의 타고난 조용하고 내향적인 천성은 그 일과 맞지 않았다.

2008년엔 닭갈비 식당을 열었다. 이제 좀 되나 싶을 무렵, 청천벽력 같은 일이 터졌다. 바로 '전국적인 조류독감 파동'이 벌어진 것이다.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그랬다.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자본력이 약한 서민들은 항상 이 지점에서 자주 쓰러지곤 한다. 다시 직장 생활을 하다 2012년도에 자신의 이름으로 기획사를 또 차린 것은 그나마 작은 승리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벌이가 안정됐다면, 오늘 그의 '무한리필 경양식 뷔페'가 탄생하지 않았을 터.


윤섭씨가 말하는 "지역 업체가 어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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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 화환 개업 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화환들이 식당입구에 서 있다. 이 가게 김윤섭 사장은 "한 이틀은 개업발로 잘 되었는데, 이게 얼마나 갈지"라며 웃었다. ⓒ 송상호


"인터넷이 다 좋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현수막, 명함, 전단지' 등을 구매하니, 자연히 지역 광고 업체들이 죽죠. 거기다 다른 품목(옷, 신발 등)도 인터넷 구매를 하니, 지역 가게들이 죽어나가고... 연쇄 반응으로 광고 업체도 힘들게 되는 거죠."

설상가상 대부분의 지역가게 조차 체인화가 되니, 광고 업체는 더 설 땅이 없어졌다는 게다. 체인점 본사에서 기본적인 광고와 인테리어를 해주는 시스템 앞에 윤섭씨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었다.

"요즘 경기가 어려우니 가게들이 개업을 해도 기본적인 것을 잘 안 한다"고 말하는 윤섭씨. 기본적인 것이라 함은 '판촉물 제작, 현수막 게시, 전단지 배포, 개업기념 수건 제작' 등이다. 윤섭씨의 말을 듣고 있으니, 지역 경기의 바로미터가 바로 '광고업체'인 듯하다. 윤섭씨는 "지역에 있는 업체를 서로 이용해 서로 살려주려고 해도 위와 같은 사정이라 서로 못해주는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무한리필, 서민과 함께 가는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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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는 사람들 이 가게를 연 지가 오늘(지난 12월 29일)로 3일 째다. 이 가게를 열어가는 주축인 3인방이 한자리를 함께 했다. 왼쪽부터 김윤섭씨(공동대표), 김동원씨(조리장), 황장균씨(공동대표) 등이다. ⓒ 송상호


윤섭씨는 아내와 두 명의 자녀를 둔 40대 가장이다. '지역 경기와 시대의 흐름'만을 탓하고 있을 순 없다. 그래서 이 식당을 벌였다. 왜? 살아남아야 하니까. 그것도 가족과 함께. 그렇다면 기획사는 접었을까. 아니다. 요즘도 윤섭씨는 아침에 일어나서 기획사로 먼저 출근한다. 오전 11시까지는 기획사 일을 보고, 직원에게 맡겨둔 뒤 식당으로 출근한다. 저녁 늦게까지 식당 일을 같이 하고 문을 닫는다.

이쯤되면 왜 '무한리필 경양식 식당'이 탄생했을지 짐작이 간다. 다년간 안성 지역에서 식당과 직장 일을 하면서 얻은 결론, 그것은 바로 서민들을 상대로 하는 '박리다매'였다. 일단, 비싼 가격이면 지역 서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윤섭씨였다.

요즘 자녀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돈가스 등 경양식 음식이다. 하지만, 가격은 저렴하고 맘껏 먹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 외식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윤섭씨 자신도 두 아이의 아빠로서 '이런 곳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목숨 걸고'... 꿈도 무한리필 되기를

"이제 책임이 더 커졌어요. 이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이 7명(대표 2명, 직원 5명)이에요. 7명에 딸린 식구를 생각하면 약 20여 명의 생계가 이 일에 달린 거 잖아요."

그랬다. 2008년 닭갈비 식당을 열 때만 해도 자신의 한 가정만 책임지면 됐던 윤섭씨는 "이제 친구(공동대표 황장균)와 함께 목숨 걸고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목숨 걸고'란 단어가 이 시대 서민들의 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도 우리의 꿈은 야무집니다. 친구와 함께 이 가게를 열면서 이런 스타일의 체인점을 내어 우리가 본점이 되어보자고 했죠."

다행이다. 그들이 꿈조차 버리지 않아서, 꿈꾸어 볼 기력이 남아 있어서, 40대 한국 가장들이 느낄 무게감을 뚫고 도전하는 걸 보여 줘서. 이 가게가 추구하는 '무한 리필'이 손님에게도 주인에게도 '꿈 무한리필'이 되기를 바란다.
#무한리필 #경양식 #서민경기 #40대 가장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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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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