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동아>의 카터 공격... 해석이 잘못됐다

[주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종북으로 만들고 싶은건가

등록 2014.12.31 17:43수정 2015.01.04 19:42
1
원고료로 응원
a

채널 A 화면 캡처 심지어 채널 A는 한국 사법체계를 무시했다며 전했다. ⓒ 채널 A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인권단체인 '카터센터'는 지난 18일, 재판을 받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구명을 위해 우편으로 우리 대법원에 성명서를 전달했다. 카터센터는 "이 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이 1987년 이전의 군사 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매우 억압적인 국가보안법에 의해 선고됐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이 국제인권조약을 준수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의무, 매우 성공적으로 번영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세계적 명성 등과 모순된다는 점도 주목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과 <동아>의 카터 공격

카터센터 성명서에 대해 <동아일보>는 "카터센터 '이석기 구명' 팔짱낀 한국외교"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구명 성명서를 낸 일을 곱씹어 보면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카터센터는 성명서에서 이 전 의원이 구속된 계기인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모임' 사건은 거론하지 않은 채 국가보안법으로 유죄가 선고됐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우려한다고만 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35년 전 퍼스트레이디 박근혜가 카터 美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쓴 방법"이란 기사를 냈다. <조선>은 이 기사를 통해 집권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저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화를 전했다. 또한 당시 지미 카터가 인식했던 군사독재 시절과 현재의 상황을 오해한 것 아니냐는 의도를 넌지시 내비치고 있다.

우선 <동아>의 "국가보안법으로 유죄가 선고됐다는 사실에만 주목했다"라는 이야기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이는 카터센터의 성명내용을 더욱 자세히 들어다보면 알 수 있다.


"이 판결이 국제인권조약을 준수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의무, 매우 성공적으로 번영한 민주주의 국가로서의 세계적 명성 등과 모순된다는 점도 주목한다."

또한 카터센터는 카터 전 대통령이 "한국이 아시아와 세계정세에서 인권 지도자로서 필수적 역할을 확대하려면, 국보법 때문에 위험에 처한 인권에 관해 모든 한국 시민들이 온전히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기회가 열려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진보당 사태에 관한 국내 진보학자들의 의견과도 상당부분을 함께 한다. 현 대한민국 안보상황에서 긴급한 군사충돌의 확률은 낮다는 점을 논리의 근거로 삼아 구시대 유물인 국가보안법으로 굳이 처벌하지 않더라도 민주적 절차, 이를테면 선거 등과 같은 방안에 의해서 충분히 이석기 의원의 정치생명을 절명시킬 수 있다.

재판으로서 처벌하는 것은 번영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필요치 않은 조치이다. 따라서 '국민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그를 심판하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얘기가 된다.

결국 카터센터의 성명은 국가보안법으로 유죄가 선고됐다는 사실에만 주목한 것이 아니라 현 대한민국의 안보상황까지 고려된 신중한 처사인 것이다.

이석기 전 의원 처벌, 민주주의 절차를 지켜라

또한 <조선>의 기사 또한 석연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카터 전 대통령과 함께 방한한 영부인 로잘린 여사를 찾아갔다. <조선>은 박근혜 대통령이 로잘린 여사에게 조깅 얘기를 꺼내 주한미군 철수를 저지한 사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엉뚱하게도 당시 시대상과 현재의 안보상황을 비교하며 지금은 군사독재 정권 하가 아니니 도리어 이석기 의원에 대한 처벌이 정당성하다는 이상한 논리전개를 내비친다. 독재 정권 하가 아니기에 긴급하거나 특수한 상황이 아니며, 따라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가능하다는 전제를 스스로 드러내놓고 반대의 결과를 도출해버린 것이다.

우선 주한미군 철수는, 당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서만 이루어진게 아니다. 당시 지미 카터는 주한미군 철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따라서 대통령 취임 즉시 3단계 주한미군 철수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한국의 완강한 반발과 더불어 미 의회와 미 국방부 역시 크게 반대하며 제동이 걸렸다.

이는 당시 미 8군 참모장 싱글러브 소장의 반발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당시 싱글러브 소장은 공개적인 비판까지 하며 워싱턴 정가에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미군 역사상 두 번 대통령에 대한 하극상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한국전쟁 당시 중공군을 저지하기 위해 만주 지역에 원자탄을 투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맥아더 장군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사람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싱글러브 소장이다. 결국 당시 상황을 봤을 때 박근혜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더라도 미국 내 정치상황에 의해서 주한미군 철수는 중단됐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이 꾸준히 제기해왔던 인권 문제에는 '3·1 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도 불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해 함석헌·문익환·함세웅 등 유신체제에 반대한 재야인사들의 구속 사건도 있었다. 1976년 3월 1일 명동성당에서 개최된 3·1절 기념미사를 빌미로 정부가 재야 지도자들을 대거 구속한 '명동성당' 사건이 바로 이것이다.

당시 카터 대통령 방한 기간 중 열린 한미경제장관 회담에서, 박정희 정권의 인권개선 문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남북특수상황'에 따른 것이었다. 명동성당 사건은 현 역사적 시점에서는 대한민국 민주가치의 퇴행적 사건이다. 결론적으로 당시 시대 상황과 현 상황을 비교하는 것은 애초에 상당한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안보상황은 긴급한 특수상황이 아니다. 이석기 의원의 판결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충분히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조선>과 <동아>의 기사는 카터 센터의 성명을 온전하게 해석하지 못한 것이다. 카터센터는 국가보안법으로 유죄가 선고됐다는 사실에만 주목한 것도 아니며, 또한 군사독재 시절과 현재 상황을 오해한 것도 아니다.

카터센터는 이석기 의원 판결에 제동을 건 것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민주적 진행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하는 '민주주의 모순' 상황에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카터에게도 종북 딱지가 붙나"라며 우려하고 있다.
#지미 카터 #카터 센터 #조선일보 #동아일보 #이석기 판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4. 4 "남자들이 부러워할 몸이네요"... 헐, 난 여잔데
  5. 5 고립되는 이스라엘... 이란의 치밀한 '약속대련'에 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