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없다"던 대구교육청, <국제시장> 관람에 학생 동원

[단독] 대구교육청, 6000명 학생 대상 무료 관람에 감상문 대회까지

등록 2014.12.31 16:43수정 2015.01.0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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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대구시교육청이 대구지역 전체 중학교에 보낸 공문. ⓒ 윤근혁


대구시교육청이 <국제시장>을 보도록 학생들을 집단 동원했다. 무료 관람에 영화감상문대회도 열 예정이어서 특혜 논란이 거셀 전망이다. 특정 상업영화에 대해 교육청 차원에서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대구교육청 "6000명 무료 관람, 감상문 우수작 제출하라"

31일 입수한 대구교육청의 공문 '영화 관람 좌석 배정 알림'(12월 30일자)을 보면, 교육청은 오는 1월 2일부터 7일까지 4차례에 걸쳐 대구지역 124개 중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영화<국제시장>을 무료 관람시키기로 했다.

학교별 배정인원은 학생 45명씩인데 교원까지 합쳐 모두 6000여 명 규모이다. 이 지역 전체 중학교 교장들도 공짜로 해당 영화를 보도록 했다.

대구교육청은 또 같은 공문에서 "1~2월에 <국제시장> 영화 감상문대회 개최 예정(교당 우수작 1편씩 제출)"이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해당 영화를 보도록 하기 위해 교육청 차원에서 대회까지 열기로 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특혜 사업에 대해 우동기 현 대구시교육감의 특별 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증언도 나왔다. 익명의 교육청 관계자는 "우리 부서 과장이 이 영화를 본 뒤 '학생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국장과 교육감에 보고한 뒤 사업이 추진됐다"면서 "우리 부서는 예산이 없어서 예산이 있는 교육과정과로 업무를 넘겼다"고 설명했다.

우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 논란 당시인 지난 10월 2일 국회를 방문해 "(대구교육청이) 공무원 월급을 못 줄 수도 있을 정도로 예산이 없다"고 예산대란을 예고한 바 있다.


<국제시장>은 <일간베스트>에서 '애국영화'로 지목되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또한 지난 29일 청와대 핵심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부부싸움을 하다가도 애국가가 들리니까 국기배례를 하더라"며 "그렇게 해야 이 나라의 공동체가 발전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19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특정 정치인이 등장하지는 않으나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공짜표 뿌리는 교육청이 수상해" 지적에 "교육적으로 필요한 일"

이 같은 대구교육청의 갑작스런 <국제시장> 관람 사업에 대해 이 지역 한 중학교 최아무개 교사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대구지역 중학교는 지금 방학에 들어간 학생들에게 전화를 걸어 반강제로 <국제시장> 영화를 보도록 하느라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학교는 돈이 없어 쩔쩔 매고 있는데 특정 상업영화표를 공짜로 뿌리는 대구교육청이 정치적으로 수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교육청 교육과정과의 한 관계자는 "방학 중에 영화를 보도록 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내부 논란이 있었지만 교육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영화 관람은 우수 동아리 격려 차원이며 영화감상문대회를 여는 이유는 목적의식적으로 영화를 본 뒤 정리를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 또한 "사실 (교육청이) 상업영화를 무료로 보여주고 대회까지 여는 것은 내가 알기론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인정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상업영화 교육청 공짜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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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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