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으로 이끄는 책 '탈바꿈'

탈핵은 선택지가 없는 유일한 길

등록 2014.12.31 20:58수정 2015.01.0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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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획구역을 30㎞로 하면 373만 명의 시민들이 한꺼번에 탈출해야 하는데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비상계획구역을 확대한다고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2014년 12월 29일, 한겨레신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상계획구역 확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 부산시 원자력안전실 관계자의 말은 우리가 얼마나 끔찍한 현실에 놓여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0km 이내와 그 밖이지만 강제 피난 구역으로 설정된 지역의 피난민만 135000명이라고 합니다.(22쪽) 2013년 10월 29일자 '투데이에너지'에 의하면 "고리원전 부근 10km 내에는 부산과 울산, 경남 주민이 11만 명을 넘었으며 20km 내 94만 명, 50km 내 56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구밀집도가" 크다고 합니다.

두 자료를 종합하면 일본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고리에서 일어나게 되면 부산시 관계자의 말처럼 수백만 명의 안전은 포기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어서 일본과 유사한 사태는 일어날 확률이 적다고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는 우리나라의 비상상황 대처 능력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세월호 사태를 지켜보면서 뚜렷이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원전 해킹 사태도 그것을 증명한 사례이며, 원전 공사장 가스 누출 사고도 마찬가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잦은 지진은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 지대도 아님을 말해줍니다. 그러면 어찌 해야 할까요? 저는 '탈바꿈'을 읽는 데서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탈바꿈'은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을 줄여서 표현한 책의 제목입니다.

이 책은 일본의 반핵 전문가인 히로세 다카시로부터 시작해서 '한국 탈핵'의 저자 동국대 김익중 교수와 여러 시민운동가 및 환경운동가들이 탈핵이란 공통의 주제를 놓고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한 글을 모은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모두 3부로 제1부는 삶을 위협하는 핵발전, 제2부는 방사능 먹거리와 안전, 제3부는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부분은 각각 세 꼭지의 세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표지를 넘겨서 제 1부 첫 장에서는 '지금도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무서운 제목을 만나게 됩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방사능 유출량이 얼마나 많은지, 실제로 그것 때문에 어떤 피해를 입고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보여 줍니다. 그리고 아베 총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 제125차 총회에서 도쿄에 어떤 피해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현대사 최고의 거짓말로 꼽힐 것이라 말합니다. 그것을 막연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8가지 근거를 들어서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원전 사고를  어떻게 극복해 가고 있는지도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핵발전소가 지진 발생지대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도 이 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노후화된 핵발전소를 설계 수명을 넘기면서까지 연장하는 실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4년 3월 기준으로 전 세계 핵발전소 435기 중 86기가 수명이 연장되었다고 합니다.(48쪽) 그리고 우리나라에 핵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될 것인지 그 끔찍한 처지를 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대피소도 없고 대피 계획도 부실하지만 수백만의 사람들이 대피한다고 상상을 해 보십시오. 온 도로에 차량이 뒤엉키고 경음기가 울려 퍼지는 아수라장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이 장을 읽으며 그렇게 상상했습니다.

2부에는 방사능으로 오염된 먹거리와 안전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책임을 방기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도 대책이 없다고 합니다. 식품에서 방사능이 검출될 때마다 기준치 이하여서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자주 들어오지 않았나요? 그런데 그 발표는 잘못되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식품 방사능 기준치는 방사성 세슘(세슘-134, 세슘-137)과 요오드(요오드-131)에 대해서만 정해져 있습니다. 스트론튬이나 플루토늄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은 아예 기준이 없으며, 따라서 표본 검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기준치는 세슘이 킬로그램당 100베크렐(Bg/Kg)이고(임시특별조치에 따름) 요오드가 킬로그램당 300베크렐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국가의 상업적 관리 기준이지 안전 기준이 아닙니다."(95쪽)

이 책에서는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 매우 급한 일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교육청이나 지자체의 조례 제정 실태를 정리하여 알려줍니다. 아직 미흡한 점이 많고 앞서 제정한 곳도 변질되거나 처음 취지와 달라졌다고 합니다.

이 글을 쓴 분은, 당국의 안전 급식에 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고 교육당국도 행정의 편의성과 비용 문제를 우선시해서 생겨나는 문제라고 봅니다. 친환경 식재료를 쓰지 않는 것도 비용 때문이라고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5, 6장에서는 방사능이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병원에서 CT촬영을 할 때, 우리가 오염된 음식을 먹을 때 얼마 정도의 방사능에 노출되는지, 얼마나 관리되지 않고 있는지도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전 세계 연평균 방사선 노출량은 2.4밀리시버트인데, 우리 국민들은 연평균 3,7밀리시버트이고 식품에 허용하는 기준을 1밀리시버트라고 하면 연평균 4,7밀리시버트에 노출되는 셈이라고 합니다.(119쪽) 그런데 문제는 그 기준이라는 것이 안전하다는 뜻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1밀리버시티에 노출되어도 암에 걸릴 수 있으며 많이 노출되면 암에 걸릴 확률도 높다고 합니다.

3부에서는 최선의 에너지가 핵에너지가 최선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합니다. 글쓴이는 핵발전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그다지 경제적이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건설비용이 싸다고 하지만 원전 기업들은 생산비를 영업 비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으며, 실제로 원전 유지비와 폐기물 처리비용, 폐기물처리장 건설과정에서 나타나는 마찰 비용 등을 따지면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원전의 드러나지 않는 비용>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2012년에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핵에너지가 경제적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발전 단가를 책정하는 데 배제된 비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178쪽)

핵에너지는 경제성, 안전성, 친환경을 이유로 붙들고 있을 만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진정한 청정에너지는 따로 있으며 바람이나 태양광 에너지 등으로 '에너지 전환'을 위해 나아갈 때라고 합니다.

독일이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에 재생가능에너지법 제정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생산을 확대해 온 점(188쪽), 2011년 3월 12일 네카어베스트하임 핵발전소를 전국에서 모인 6만여 명의 시민들이 인간 띠를 이어 포위한 사실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탈핵을 시작할 것인지를 넌지시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원전 제로'를 선언하게 된 배경을 인용을 통해 엿보겠습니다.

"그 길 위에는 '시민전쟁'이라고 불릴 정도의 격렬한 충돌, 중앙 집중적인 거대 전력기업에서 독립하려는 시민들의 창조적 노력, 반핵을 기치로 내건 녹색당을 성장시키고 기존 진보정당을 생태적으로 바꾸는 정치적 변화, 핵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 그리고 녹색일자리에 참여하는 노동자를 포함한 폭넓은 사회적 연대가 있었습니다."(193쪽)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많은 사람들이 탈핵을 고민하고 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부하고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녹색당도 출범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미안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제가 할 일도 있겠다는 생각에 위안도 삼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속에는 제가 말하지 않은 더 유익한 정보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은 책을 읽는 이가 누릴  기쁨이므로 다 말하지 않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이 책의 특징은 쉽게 씌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중학교 고학년 수준이면 읽어도 괜찮겠습니다. 그리고 핵과 관련된 전문적인 용어는 책 뒤에다 모두 모아서 쉽게 풀어놓아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그래픽을 자료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보여 줍니다. 탈핵과 관련된 책 정보와 시민활동가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저처럼 막연하게 알고 있었거나 핵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탈핵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기에 참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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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선도 일출 고리 원전으로부터 약 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명선도 일출 장면입니다.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명소입니다. ⓒ 김순남


사진 한 장을 소개합니다. 지난 25일 진하해수욕장 앞 명선도 위로 떠오르는 일출 장면입니다. 매우 아름답지 않습니까? 진하해수욕장은 고리원자력발전소로부터 대략 7킬로쯤 됩니다. 인터넷 지도로 살펴보니 그 정도 되었습니다.

제가 사진을 찍는 날엔 꽤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려고, 혹은 사진을 찍느라 모여 있었습니다. 저 아름다운 모습을 지금 사람들이 즐기고 우리들의 후손에게까지 물려주려는 것이 사치는 아니겠지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대략 14킬로미터쯤 되는 곳입니다. 고리에서 핵사고가 나면 제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힘들지 싶습니다. 핵 사고를 일찍 알 수도 있겠지만, 모른 채 넘어갈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왜냐고요? 서두에서 인용한 부산시 관계자의 말에 그 까닭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책을 널리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가 늘어나서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알고 그 확산을 막는 일에 나서게 하는 것, 노후화된 발전소는 세우고 안전을 도모하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게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사서 이웃에 주는 일도 기쁘게 하겠습니다. 마침 우리 지역에도 위험물질로부터 안전한 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핵 대책위도 출범할 것이라 들었습니다. 거창한 목표를 위한 것이거나, 인류를 구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살아가는 동안 안전한 먹거리를 먹으며, 윤택하지는 않아도 안전하게 살고 싶은 그 소박한 소망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간절한 소망을 다카기 진자부로의 유언을 옮겨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뒤에 남은 사람들이 역사를 꿰뚫어보는 투철한 지혜와 대담하게 현실에 맞서는 활발한 행동력을 가지고 하루 빨리 핵에너지 시대에 종지부를 찍기 바랍니다."   (208쪽, 다카기 진자부로의 유언 재인용)
덧붙이는 글 www.yes24.com에 회원 리뷰에 실었습니다.
첨부파일 IMG_7485.jpg

탈바꿈 -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

탈바꿈프로젝트 엮음, 히로세 다카시 외 지음,
오마이북, 2014


#탈핵 #원전 #방사능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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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책을 읽는 일을 버릇으로 만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돕도록 애써 살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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