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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의 극적인 도움, 스완지 시티 구하다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 1-1 스완지 시티

15.01.02 08:41최종업데이트15.01.0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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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의 간판 두 선수를 이제 국가대표 팀으로 보내야 할 시기가 닥쳤기에 감독은 더욱 이 경기를 이기고 싶었을 것이다. 간판 골잡이 윌프레드 보니(코트디부아르)와 살림꾼 기성용(한국)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후반전 추가 시간에 믿기 힘든 무승부 드라마를 만들어낼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게리 몽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스완지 시티 FC가 한국 시각으로 2일 오전 0시 로프터스 로드에서 열린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퀸즈 파크 레인저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미드필더 기성용의 도움과 교체 선수 윌프레드 보니의 결정적인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심판들의 어이없는 경기 운영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TV 중계진 카메라는 그 휘슬을 분 앤서니 테일러 주심을 한동안 비추고 있었다. 경기 중에 있었던 두 가지 판정 순간 때문이었다. 하나는 명백한 오심이었기에 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장면은 경기 시작 6분 만에 일어났다. 방문 팀의 멋진 역습 패스가 빛났다. 그 출발점은 이 경기를 끝내고 호주 시드니로 날아가 아시안컵 축구대회에 출전하는 한국 국가대표팀의 간판 미드필더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동료 미드필더 시구르드손은 논스톱 찔러주기를 라우틀리지에게 밀어주었다.

이 공을 받은 라우틀리지는 특유의 빠른 드리블로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 때 각도를 줄이며 달려나온 QPR 문지기 그린은 페널티 지역 표시선 밖에서 왼팔을 뻗으며 공을 가로막았다. 이 순간을 앤서니 테일러 주심이나 제2부심 모두가 놓친 것이다. 그 자리가 페널티 지역 표시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선 지점이 아니라 꽤 떨어진 곳이었기에 두 심판 모두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공이 그대로 문지기 그린을  통과했다면 골이나 다름없는 결정적인 상황이었기에 명확하게 판정을 내렸다면 경고 없이 곧바로 퇴장 명령까지 내려야 할 장면이었던 것이다. 방문 팀 스완지 시티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전반전 20분 만에 안방 팀의 선취골이 나왔다. 공격형 미드필더 르로이 페르가 오른발로 찬 중거리슛이 묵직하게 스완지 시티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문지기 파비안스키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쳐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을 정도로 빠른 공이었다.

포기하지 않은 기성용, 극적인 동점골 도와

르로이 페르의 이 선취골이 끝내 결승골이 되는 듯한 분위기였다. 후반전도 중반을 넘어서고 있었지만 방문 팀 스완지 시티의 공격은 바페팀비 고미스의 발끝에서 좀처럼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스완지 시티의 몽크 감독은 71분에 미드필더 시구르드손을 빼고 윌프레드 보니를 들여보냈다. 기성용의 공-수 연결 부담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중앙 미드필더를 빼고 골잡이를 하나 더 들여보냈으니 그만큼 동점골이 절박하다는 증거였다.

교체 4분. 윌프레드 보니는 기성용이 얻어낸 정면 프리킥 기회에서 기성용이 발바닥으로 밀어준 공을 받아 오른발 감아차기 실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QPR 문지기 그린이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이 공을 쳐냈다.

두 선수는 이후에도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80분에는 그 역할을 바꿔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보니가 찔러준 공을 받은 기성용이 골문 바로 앞에서 밀어넣기를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로버트 그린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그리고 스완지 시티에게 두 번째 시련이 닥쳤다. 86분에 라우틀리지가 빨간 딱지를 받고 쫓겨난 것이다. 먼저 QPR 미드필더 칼 헨리의 고의적인 걸기 반칙이 라우틀리지를 심하게 넘어뜨렸는데 이에 흥분한 라우틀리지가 일어나면서 칼 헨리를 슬쩍 걷어찬 것이 화근이었다.

명백한 보복성 폭력 행위였기에 라우틀리지는 쫓겨날 만했다. 하지만 칼 헨리의 반칙 동작도 보통 이상으로 라우틀리지에게 부상을 입힐 위험한 동작이었기에 경고로 그쳤다. 스완지 시티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래저래 억울한 패배가 예고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후반전 추가 시간 1분이 지나가면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스완지 시티 미드필더 기성용이 공을 빠르게 몰다가 왼발 찔러주기를 윌프레드 보니에게 밀어주었고 이 공을 받은 보니는 간결한 회전 동작을 자랑하며 발끝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경기를 끝내고 각자 국가대표 팀에 합류하는 두 선수가 극적인 동점골을 합작한 것이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보다 8일 먼저 호주에서 개막하는 아시안컵에 뛰어야 하는 기성용으로서는 무엇보다 큰 선물을 소속 팀에 안겼다.

이렇게 극적인 동점골을 얻어낸 스완지 시티는 종료 직전에 결승골을 내줄 뻔했다. QPR 미드필더 찰리 오스틴의 결정적인 슛 두 개가 골문 바로 앞에서 터졌지만 스완지 문지기 파비안스키가 모두 막아내는 대활약을 펼치며 승점 1점을 지켜냈다.

그러나 스완지 시티는 만신창이나 다름없는 몸으로 4일 이어지는 FA(축구협회)컵 트린미어 로버스와의 방문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기성용과 윌프레드 보니의 공백은 물론, 4경기 중징계를 받은 존조 셀비와 라우틀리지의 퇴장 징계 수위까지 걱정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빨 없이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형국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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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결과(1일 밤 12시, 로프터스 로드)

★ 퀸즈 파크 레인저스 1-1 스완지 시티 [득점 : 르로이 페르(20분) / 윌프레드 보니(90+1분,도움-기성용)]
축구 기성용 스완지 시티 퀸즈 파크 레인저스 윌프리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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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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