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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마지막 장면, 심장 뛰게 만든 이 음악

[기획] 새롭게 주목받는 영화음악가들...차세대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는 누구?

15.01.09 10:10최종업데이트15.01.0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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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음악(스코어)다. 지금은 각종 블록버스터의 범람 속에 전통적인 연주곡보단 기존(또는 신곡) 팝 음악 삽입곡의 비중이 커지긴 했어도 여전히 배경음악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 하워드 쇼, 제임스 호너, 랜디 뉴먼 등 짧게는 20여년부터 길게는 40여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중견·노장 작곡가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30~40대 연령의 상대적으로 '젊은' 음악가들이 뚫고 나간다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최근 10년 사이 아카데미 어워드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 후보자들을 살펴보면 여든을 훌쩍 넘긴 존 윌리엄스가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또다른 단골 후보자 하워드 쇼 역시 일흔을 앞둔 나이에도 꾸준히 좋은 작품들을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은 상대적으로 일천한 경력이지만 나름 기존 거물 음악가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이들은 주로 흥행 대작 오락물 위주로 경력을 쌓아가며 차근차근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탄탄히 다져가고 있다.

브라이언 타일러 - <분노의 질주> 시리즈, <아이언맨3>, <어벤져스2>

브라이언 타일러 ⓒ www.briantyler.com


최근 들어 이른바 '핫'한 영화음악 작곡가를 꼽는다면 먼저 1972년생 브라이언 타일러의 이름을 거론해도 좋을 것이다. 철저히 블록버스터·상업 영화 위주의 작업인 탓에 전통적인 영화음악 마니아나 비평가들에게 아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과거 한스 짐머 같은 명인들 역시 비슷한 대접을 받았던 걸 기억한다면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로 보인다.

하버드, UCLA를 모두 거칠 만큼 수재였던 그는 1997년경부터 TV, 영화음악 분야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2009년 저스틴 린 감독이 화려하게 부활시킨 <분노의 질주> 4편을 시작으로 블록버스터 영화 쪽의 러브콜을 받게 된다.

주로 할리우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을 통해 웅장한 사운드를 만들어낸 그는 직접 드럼,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것은 물론, TV 분야와 비디오게임(<콜 오브 듀티> <파 크라이>) 작업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전방위적인 활약으로 이전 작곡가들과는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엔 미국 스포츠채널 ESPN의 미식축구(NFL) 프로그램 테마곡을 작곡하기도.

<아이언맨 3>(2013년)의 엔딩을 장식한 경쾌한 브라스 록 연주곡 '캔 유 디그 잇(Can You Dig It)'은 이후 국내 각종 TV 프로그램의 배경 음악으로 자주 사용될 만큼 친숙해진 곡이 되었다. 또, 오리지널 테마곡 자체가 워낙 유명했던 리메이크 TV 시리즈 <하와이 파이브 O>(2010년~)에선 원곡이 지닌 맛을 그대로 살려낸 편곡으로 음악을 구성하기도 했다.

올해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엄청난 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의 음악을 맡아 또 한 번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예정이다.

라민 자와디 - <아이언맨> <퍼시픽 림> <왕좌의 게임> <포이즌 브레이크>

라민 지와디가 작업한 '퍼시픽 림' 사운드트랙 ⓒ 소니뮤직코리아

1974년생. 이란계 독일인 작곡가로 이른바 '한스 짐머 사단'의 일원 중 한명이다. 버클리 음대를 졸업한 후 1998년 한스가 설립한 '리모트 콘트롤'에 입사한 그는 같은 회사 소속의 선배 작곡가들을 보좌하면서 경력을 키워 나갔다.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타이탄> <퍼시픽 림> 등 굵직한 대작들의 음악을 담당하며 인지도를 높였고, 앞서 언급한 브라이언 타일러 처럼 TV와 게임 분야의 음악 작곡도 병행해서 진행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특히 미국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왕좌의 게임>, 인기 슈팅게임 <메달 오브 아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의 작업물들이다.

<퍼시픽 림>에선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을 초빙해 묵직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고, <왕좌의 게임>에선 이와 대비되는 전통 아일랜드·스코틀랜드 민요풍의 음악으로 TV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올해 흥행에선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던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을 선보였던 그의 차기 영화음악은 <워크래프트>(2016년 개봉)다. 던칸 존스(<소스 코드>) 감독의 기대작이자 동명의 인기 게임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선굵은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이밖에 미국 케이블 채널 HBO가 리메이크하는 TV 시리즈 <웨스트월드> 역시 라민의 손길을 거쳐 올해 미국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스티븐 프라이스  - <월즈 엔드>, <그래비티>, <퓨리>

스티븐 프라이스의 '그래비티' 사운드트랙 ⓒ 워너 뮤직 코리아

1977년생, 영국 출신. 아직 40살도 되지 않은, 이 바닥에선 젊은 축에 속하지만 아카데미상 오리지널 작곡(2013년) 부문을 수상할 만큼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록 기타리스트 출신으로 영국의 펑크 밴드 갱스 오브 포, 고 마이클 허친스(INXS), 보노(U2) 등과 작업을 해온 그는 2000년대 이후 영국 영화음악계의 거장 트레버 존스(<라스트 모히칸> <노팅 힐> 담당)를 보조하면서 점차 영화 쪽으로 영역을 바꾸게 된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배트맨 비긴스> 등의 음악 에디터로 참여했던 스티븐이 본격적으로 영화음악가로서 이름을 올리게 된 작품은 2013년 괴짜 감독 에드가 라이트의 코미디 <월즈 엔드>였다. 그리고 같은해 선보인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그래비티>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쥐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내로라하는 대가들조차도 수십차례 후보 지명되도 받기 힘든 상을 스티븐은 불과 지명 첫 번째에 수상하는 기염을 토한 셈이다.

당초엔 그는 음악 부문 에디터로 참여했지만 알폰소 감독이 우주 공간에 어울릴 만한 배경 음악에 대해 고심할 때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역할이 상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스티븐은 엠비언트 뮤직 성향의 사운드와 오케스트라, 전자음, 노이즈 등을 적절히 배합한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내면서 <그래비티>의 성공에 일조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주인공 산드라 블록의 지구 귀환 장면에 사용된 웅장한 연주곡 '센조우(Shenzou)'는 음악만으로도 영화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묘한 마력을 발휘했다.

최근엔 브래드 피트 주연의 세계 2차대전 영화 <퓨리>를 통해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를 선보이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영화음악 그래비티 아이언맨 어벤져스 한스 짐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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