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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 호주 개막전 대역전극, 이 사람 때문

[2015 AFC 아시안컵 개막전] 호주 4-1 쿠웨이트... 경기 흐름 뒤집은 마시모 루옹고

15.01.10 09:48최종업데이트15.01.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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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루' 호주 축구의 새로운 가운데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는 1992년생으로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과 동갑내기다. 그를 공격적으로 밀어올린 판단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먼저 골을 내줘 흔들릴 우려가 큰 경기 흐름을 단번에 뒤집어버린 주인공이 된 것이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호주 축구대표팀이 멜버른에 있는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린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2015 A그룹 개막전에서 미드필더 마시모 루옹고의 1득점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4-1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빠른 결단력, 역전승의 원동력

경기 전부터 예상했던 것처럼 쿠웨이트는 개최국이자 우승 후보 호주를 상대하며 엉덩이를 뒤로 빼고 수비 중심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다. 전반전 중반까지 호주가 단 한 개의 유효 슛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1선과 2선의 간격을 좁혀서 버틴 것이다.

더구나 경기 시작 후 8분만에 쿠웨이트가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선취골을 터뜨려 경기장은 더 술렁거렸다. 골잡이 압둘아지즈 미샨이 오른발로 낮게 올린 코너킥을 가운데 수비수 후세인 파델이 몸을 날리며 헤더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상대가 수비지향적으로 나설 때 호주는 측면 수비수들을 공격적으로 올려세우지 못했고, 가운데 미드필더 마일 예디낙과 마시모 루옹고도 포 백 바로 앞에서 공격 방향을 바꾸거나 패스를 넣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호주의 벤치는 이 흐름을 더이상 방관하지 않았다. 빠른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이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마시모 루옹고를 과감하게 밀어올려 변칙적인 공격을 주문했고 이 결단은 결과적으로 멋진 역전승을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33분, 호주의 첫 번째 유효 슛이 무엇보다 귀중한 동점골로 연결되었다. 오른쪽 옆줄 던지기로 시작한 공격 기회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인 마시모 루옹고가 프라니치의 던지기를 받아 재치있게 수비수 둘을 따돌렸다. 그리고 루옹고는 팀 케이힐을 빛냈다. 낮게 깔아준 공은 공격수들이 좋아하는 돌려차기 각도였던 것이다.

전반전 종료 전에 동점골을 뽑아낸 것만 해도 큰 성과였는데 호주는 내친김에 역전 결승골까지 전반전 끝무렵 만들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프라니치가 왼발로 올려준 공을 동점골을 도운 마시모 루옹고가 솟구쳐 올라 이마로 마무리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3부리그(리그 1) 스윈던 타운 소속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새 얼굴이 휘청거리던 호주를 똑바로 일으켜세운 셈이었다. 빅 리그 소속 팀 벤치 멤버보다 실속있는 실전 경험(20경기 3득점)을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마시모 루옹고와 비교할 수 있는 선수가 역시 호주의 선발 멤버로 뛰었다. 등번호도 10번을 달고 뛰었으니 가장 주목받을만한 위치였다. 손흥민의 소속 팀(레버쿠젠, 독일) 동료 로비 크루즈다.

물론 로비 크루즈는 61분에 쿠웨이트 미드필더 술탄 알 엔지의 걸기 반칙을 이끌어내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활약을 펼치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좋은 공격 기회를 잡고도 결정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68분에 상대 문지기 하미드 유세프와 혼자서 맞서는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쿠웨이트 수비수 아메르 마투크의 슬라이딩 태클에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한국의 손흥민이 이번 시즌에 레버쿠젠에서 15경기를 선발로 뛴 것에 비해 로비 크루즈는 벤치 멤버로 대기하다가 겨우 네 경기를 교체 선수로 뛰었다. 유명 클럽이 아니라 실제로 경기에 뛸 수 있는 팀을 고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호주는 후반전 추가 시간에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4-1 역전극을 완성시켰다. 레키의 슛이 굴절되어 흐른 것을 제임스 트로이시가 달려들어가 왼발로 벼락같이 꽂아 넣은 것이다. 여러 차례 선방을 거듭하던 쿠웨이트 문지기 하미드 유세프와 왼쪽 기둥 사이를 꿰뚫는 골이었다.

이 결과는 10일(토) 낮 2시(한국 시각) 캔버라에서 오만을 상대로 첫 경기를 펼치는 한국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오만과 쿠웨이트를 상대로 많은 골을 터뜨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쿠웨이트는 수비를 먼저 생각하면서도 역습 전술을 효과적으로 준비하지 못했기에 이렇게 큰 점수차로 역전패한 것이다. 압둘아지즈 미샨을 형식적 원톱으로 내세웠지만 그의 파트너가 될 동료 미드필더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74분에 교체로 들어온 공격수 무타와의 노련한 몸놀림이 인상적이었다. 79분에 오른발로 찬 대각선 슛이 호주 문지기 매트 라이언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지만 뛰어난 순발력으로 수비수를 따돌리며 위험 지역으로 파고드는 실력이 베테랑 골잡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쿠웨이트는 왼쪽 측면 수비가 부실했다. 알 카흐타니가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나섰지만 호주의 프라니치와 마시모 루옹고에게 자주 공간을 내줬다. A 매치 경험이 비교적 풍부한 센터백(메사에드 알 엔지, 후세인 파델)이 중심을 잡았지만 섣불리 발을 내뻗는 허술한 수비와 상대 공격수에게 가로채기를 당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눈에 띄었다.

이런 점을 숙지한다면 쿠웨이트를 상대하는 한국의 차두리(김창수)-이청용 쪽에서 좋은 공격 장면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개막전 대승을 거둔 개최국 호주도 수비 쪽에서 빈틈이 많이 보였다.

가장 취약한 지점은 호주의 왼쪽 측면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히치를 왼쪽 측면 수비수로 내세웠지만 반대쪽의 프라니치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71분에 쿠웨이트 미드필더 파하드 에브라힘이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크로스바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멈추었다가 다시 공격을 전개하는 상대의 기습적 움직임에 크게 흔들린 것이다.

플레이 메이커 마일 예디낙의 듬직한 경기 운영과 노련한 골잡이 팀 케이힐의 결정적 한방은 호주 축구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들이 공을 소유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체격 조건이 좋은 미드필더 예디낙과의 직접적인 몸싸움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며 팀 케이힐은 위험 지역에서 순간적으로 빈 공간을 차지하는 능력이 뛰어난 만큼 수비형 미드필더의 동조 압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국이 호주처럼 첫 경기를 시원하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폴 르갱 감독이 이끌고 있는 오만의 역습을 차단할 수 있는 대비를 철저하게 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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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아시안컵 개막전(A그룹) 결과(9일 오후 6시, 렉탱귤러 스타디움-멜버른)

★ 호주 4-1 쿠웨이트 [득점 : 팀 케이힐(33분,도움-마시모 루옹고), 마시모 루옹고(44분,도움-프라니치), 마일 예디낙(62분,PK), 제임스 트로이시(90+2분,도움-레키) / 후세인 파델(8분,도움-압둘아지즈 미샨)]

◎ 호주 선수들
FW : 로비 크루즈(72분↔네이선 번즈), 팀 케이힐(65분↔토미 유리치), 레키
MF : 트로이시, 예디낙, 마시모 루옹고(84분↔마크 브레시아노)
DF : 베히치, 스피라노비치, 세인스버리, 프라니치
GK : 매트 라이언

◎ 쿠웨이트 선수들
FW : 압둘아지즈 미샨(63분↔유세프 나세르)
MF : 파이살 자예드(46분-경고), 술탄 알 엔지, 알 마크시드, 알 에브라힘, 알 셰이크
DF : 알 카흐타니(74분↔바데르 무타와), 메사에드 알 엔지, 후세인 파델(18분-경고/57분↔아메르 마투크), 알 하제리
GK : 하미드 유세프

◇ A그룹 현재 순위표
호주 3점 1승 4득점 1실점 +3
쿠웨이트 0점 1패 1득점 4실점 -3
한국(경기 전)
오만(경기 전)

☆ 한국 - 오만(1월 10일 토 오후 2시, 캔버라 스타디움)
축구 아시안컵 호주 쿠웨이트 마시모 루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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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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