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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희 결승골... 슈틸리케호, 아시안컵 8강에

쿠웨이트 1-0 격파하고 2연승... 오는 17일 호주와 '진검승부'

15.01.13 18:15최종업데이트15.01.1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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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쿠웨이트 경기. 남태희가 전반 첫골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이 아시안컵 2연승을 질주하며 8강행 티켓을 예약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어딘가 답답한 마음을 뚫어주지 못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 호주 캔버라의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전반 35분에 터진 남태희의 결승골에 힘입어 쿠웨이트를 1-0으로 꺾었다. 이로써 오만 전에 이어 2연승을 거둔 한국은 사실상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경기 시작 전부터 부상의 먹구름이 덮친 슈틸리케 감독은 '플랜 B'를 꺼내 들어야 했다. 오만 전에서 정강이 부상을 당한 오른쪽 날개 이청용이 대회에서 중도 하차했고 손흥민, 구자철, 골키퍼 김진현도 감기 때문에 결장했다.

강력한 경쟁 상대 호주와의 다음 경기를 대비해야 하는 슈틸리케 감독은 오만 전 선발 명단에서 무려 7명이나 바꾸는 대대적 변화를 줬다. 이근호를 최전방 원톱으로 앞세우고 김민우, 이명주, 남태희가 2선 공격을 맡았다.

핵심 멤버가 대거 빠진 공격과 달리 수비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만 전과 마찬가지로 기성용과 박주호가 중원에서 손발을 맞추고 오른쪽부터 차두리, 김영권, 장현수, 김진수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을 구성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진현 대신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던 김승규가 차지했다.

남태희, 이청용 빈자리는 잊어라

사흘 전 오만 전보다는 좋은 경기가 예상됐다. 첫 경기의 부담을 이겨내고 목표했던 승점 3점을 획득했고, 오만 전을 치렀던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2경기 연속 나서며 그라운드 적응도 빨랐다.

하지만 개최국 호주와의 개막전에서 1-4로 대패를 당하면서 물러설 곳이 없었던 쿠웨이트는 저돌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공을 잡으면 순식간에 2~3명의 선수가 달려들어 압박을 가했고, 공을 빼앗으면 재빨리 역습을 시도하며 한국과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가뜩이나 공격진이 대부분 바뀌어 손발을 맞추기가 어려운 한국은 쿠웨이트의 압박에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공 점유율은 크게 앞섰지만 좀처럼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오만 전에서 보여준 지루한 경기를 답습했다.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하자 한국은 측면 돌파로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다. 좌우 날개인 김민우와 남태희는 물론이고 측면 수비수인 김진수와 차두리까지 과감히 공격에 가담하며 쿠웨이트 수비의 빈틈을 노렸다. 하지만 한국의 거친 볼 터치와 드리블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25분에는 중앙 수비를 맡은 김영권과 장현수의 백패스 실수가 나오면서 쿠웨이트의 유세프 나세르에게 돌파를 허용하는 위험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수비가 먼저 공을 걷어내면서 위기를 넘겼지만, 실전은 물론 연습에서도 나오지 말아야 할 실수였다.

위기를 넘기며 심기일전한 한국은 전반 30분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기회를 잡았다. 김민우의 날카로운 침투 패스가 순식간에 쿠웨이트 수비 라인을 뚫었고, 공을 잡은 이근호가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으나 상대 골키퍼 손에 걸리면서 골대를 살짝 비켜가고 말았다.

그러나 아쉬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5분 뒤 쿠웨이트의 왼쪽 측면을 돌파한 '차미네이터' 차두리가 크로스를 올리자 문전으로 쇄도하던 남태희가 몸을 날리는 헤딩으로 골망을 흔든 것이다.

고전 끝에 남태희가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린 한국은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전반전의 남은 시간도 계속 주도했고, 오만전과 마찬가지로 1-0으로 앞서며 후반전을 맞이했다.

이겨도 웃지 못한 슈틸리케, 호주전 비책은?

사진은 지난 10일 오만 전 경기 당시 슈틸리케 감독이 그라운드로 입장하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경기마저 패하면 사실상 8강 진출의 희망이 사라지는 쿠웨이트는 후반전이 되자 공격 라인을 대거 끌어올리며 승부수를 던졌다. 반면 이명주를 빼고 오만전 결승골의 주인공 조영철을 투입한 한국은 다소 방심했는지 후반전 시작부터 큰 위기를 맞았다.

쿠웨이트는 후반 4분 알 막시드가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공은 골키퍼 김승규의 손을 피해 갔으나 그 뒤에 버티고 있던 골대를 맞고 말았다. 한국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고, 쿠웨이트는 아쉬움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쿠웨이트의 공세가 계속되자 당황한 한국은 반칙으로 끊어내기 일쑤였고, 중원 싸움을 맡은 기성용과 박주호는 수비진을 도와주느라 좀 처럼 공격에 가담할 여유가 없었다. 경기를 지켜보는 슈틸리케 감독도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선수들을 향해 주문을 쏟아냈다.

한국은 슈팅으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다. 후반 13분 중앙 돌파에 성공한 남태희가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에서 벗어났고, 1분 뒤에는 측면을 돌파한 이근호가 상대 골키퍼가 골문을 비운 것을 보고 감아차기를 시도했으나 각도가 조금 부족해 안타까운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쿠웨이트는 물러서지 않았다.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를 잇달아 투입했고, 주로 측면을 통해 돌파를 시도하며 기회를 노렸다. 그만큼 한국 측면 수비수들의 경고 카드도 늘어났다.

한국도 후반 30분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측면 후방에서 공을 잡은 남태희가 매끄러운 대각선 크로스를 올렸고, 문전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근호가 상대 수비의 방해를 받지 않고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스치듯 비켜가고 말았다.

한국은 37분에도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을 잡은 박주호가 시원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몇 차례 슈팅이 무위에 그치자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막판 남태희를 빼고 수비 자원인 한국영을 투입하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숱한 위기를 넘기고 남태희의 선제골을 끝까지 잘 지켜냈다. 오만,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내용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2연승을 거두고 승점 6점을 확보하며 결과는 만족한 한국은 오는 17일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개최국인 호주와 A조 1위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강점과 약점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환하게 웃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이 과연 호주와의 진검 승부에서 어떤 비책을 준비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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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5 아시안컵 A조 조별리그
한국-쿠웨이트 (13일 호주 캔버라 스타디움)

한국 : 1 (득점 : 남태희 전반 35분)
쿠웨이트 : 0

■ 한국 출전명단

FW : 이근호, 김민우 (후반 30분 이정협), 남태희 (후반 41분 한국영), 이명주 (후반 1분 조영철)
MF : 기성용, 박주호
DF : 김영권, 장현수, 김진수, 차두리
GK : 김승규
한국 축구 아시안컵 울리 슈틸리케 쿠웨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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