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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시안컵 8강 진출 실패할 경우의 수는?

[임형철의 아시안컵 ⑦] 대승 못 거둔 일본, 예상 못한 변수의 피해자 될 수 있어

15.01.17 12:11최종업데이트15.01.1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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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 예선 1차 전에서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처음으로 진출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일본은 4:0 대승을 거뒀다. 함께 D조에 속한 상대국인 요르단과 이라크는 오랫동안 앓았던 부진의 여파를 증명하듯 무기력한 경기 내용과 함께 간신히 이라크가 1:0 승리를 거뒀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의 수월한 8강 진출을 예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팔레스타인은 의심할 수 없는 대회 최약체 팀이고, 요르단과 이라크도 전력이 약해 일본이 충분히 대승을 거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먼저 열린 조별 예선 2차 전 팔레스타인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요르단이 5대 1로 대승을 거뒀고, 오히려 일본은 이라크를 상대로 한 골만 득점하며 1:0 승리를 거뒀다. 아직은 일본이 2승을 거둬 1위, 이라크와 요르단이 1승 1패로 2위와 3위를 달리며 일본의 뒤를 쫓고 있지만, 3차 전의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오히려 일본이 8강 진출에 실패할 수 있는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 과연 그 경우의 수는 무엇일까?

일본, 8강 진출에 실패할 경우의 수는?

이번 아시안컵 조별 예선에는 '승자승 원칙'이 우선 적용된다. 순위 경쟁을 하는 나라 간의 승점이 같을 경우, 양 팀의 전적을 살펴 승리를 거두었던 팀이 더 높은 순위로 올라서는 원칙이다. 만약 양 팀이 지난 전적에서 무승부를 거뒀거나, 3개 이상의 팀이 승점과 승무패가 같아 '승자승 원칙'이 꼬여 적응할 수 없을 때는 다음 방법인 당사자 간 경기에서의 '골득실 원칙'을 통해 순위가 결정된다. '골득실 원칙'으로도 순위가 가려지지 않으면 당사자 간 경기에서의 '다득점 원칙'으로 넘어간다. 당사자 간의 골득실과 다득점으로 순위를 가리지 못하면 이후로는 전체 조별예선 경기에서의 골득실 원칙, 다득점 원칙 순으로 진행된다. 일본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의 이러한 순위 결정 방법으로 자칫하다간 8강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우선 전제돼야 할 것은 요르단의 승리다. 일본의 3차전 상대는 요르단이다. 요르단은 2차 전에서 팔레스타인을 5대 1로 누르고, 득실차를 +3까지 높여 1위 일본을 뒤쫓고 있는 상대다. 물론 일본이 3차 전에서도 승리를 거두거나 비기면 요르단과 이라크와 비교해 승점이 앞서 8강 진출을 확정 짓지만, 만약 이 경기에서 일본이 요르단을 상대로 패하고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다득점에 성공해 대승을 거둔다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특히 일본과 요르단의 경기에서 요르단이 일본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두고,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5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둔다면 이라크가 1위, 요르단이 2위가 된다. 당사자 간의 골득실과 다득점이 +0, 1득점으로 같아지는 상황에서 전체 조별 예선 경기 골득실에서는 이라크가 요르단, 일본을 앞서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요르단은 일본보다 전체 조별예선 경기에서 한 골을 더 넣은 것이 되어 조별예선 경기 다득점 원칙으로 8강행을 확정 짓는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전체 조별예선 경기의 골득실과 다득점에서 밀려 3위로 대회에서 탈락한다. 요르단이 일본을 상대로 2점 차 이상으로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요르단이 조 1위로 올라서는 게 확실시된다.

즉, 요르단이 일본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막아낸 상황에서 골을 득점해 승리를 거두게 되고,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5점 차 이상으로 승리를 거둔다면 요르단과 이라크 간의 조 1, 2위 경쟁은 있겠지만, 어쨌든 일본은 3위로 떨어져 8강 진출에 실패하는 것이다. 여기서 요르단이 일본을 상대로 2점 차 이상의 점수 차로 대승을 거두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의 경기 점수와 상관없이 요르단의 조 1위가 확정된다.

하지만 일본이 요르단을 상대로 한 골 이상을 득점한 뒤 패한다면, 당사자 간 다득점 원칙에서 이라크가 가장 적은 골을 기록한(1골) 팀이 되기 때문에 이라크를 제외한 요르단과 일본이 8강에 오르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요르단은 조 1위를 차지하게 되고, 일본은 2위로 내려가지만 어쨌든 8강 진출은 확정이다. 경우의 수는 언제나 복잡하지만 결국 일본이 탈락하게 되는 전제들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전제 1. 이라크 vs 팔레스타인 경기에서 이라크가 반드시 5점 차 이상으로 승리한다

이라크는 지금까지 5번의 경고, 일본은 2번의 경고를 받았기 때문에 페어플레이 원칙까지 넘어가 순위를 겨루게 되면 이라크가 불리하다. 5점 차 이상으로 이 경기에서 이라크가 승리할 경우 페어플레이 원칙까지 넘어갈 필요가 없다.

#전제 2. 요르단이 일본을 상대로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한다

1실점이라도 허용하면 일본이 2위로 진출한다. 일단 이 경기에서 요르단은 승리만 하면 조 1위 확정이다.

8강 진출 실패 가능성 있는 이유는?

이렇듯 두 가지의 전제 조건이 모두 성립할 시 일본은 조 3위로 추락해 8강 진출에 실패하게 된다. 요르단이 일본을 무실점으로 이기고,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을 5점 차 이상으로 이기는 전제 조건이 쉽지 않으리라고 점쳐지지만, 따지고 보면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일본의 8강 진출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단지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에서의 서술이다. 따지고 보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라크와 맞붙은 2차전에서 일본은 전반전 내내 경기를 지배하는 듯했으나, 후반전 들어 선수들의 기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때를 노리고 피지컬을 앞세워 일본을 압박한 이라크는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맞았으나 아쉽게도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라크를 상대로 후반전 들어 위기를 겪은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유는 브리즈번 스타디움의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 때문이다.

전반전을 마친 일본 선수들은 온몸에 땀이 가득했다.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은 흠뻑 젖어있었고, 후반전을 뛰기 위해 그라운드에 나온 선수들의 모습에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브리즈번 스타디움은 대회 전부터 잔디의 상태와 날씨까지 모든 면에서 가장 악조건이 많은 경기장으로 꼽혔다. 결국,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 체력을 많이 소비한 일본 대표팀은 지친 체력을 충분히 회복하지 못하면 다가오는 요르단과의 3차전에서 체력적인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요르단이 지친 일본 선수들의 체력을 공략하며, 강한 피지컬을 앞세워 일본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압박한다면 경기는 요르단의 완승으로 끝이 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5득점 이상의 득점을 기록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팔레스타인은 대회 최약체 수준의 수비력을 보여주며 이미 일본과 요르단에 각각 4실점, 5실점을 허용했다. 이 팀의 가장 큰 문제는 부족한 경험과 불안한 수비다. 요르단과의 2차전에서도 팀의 수비진은 엉망에 가까웠다. 가뜩이나 대회 탈락이 확정된 상황에서 3차전은 큰 동기가 없는 상태에서 치러야 하므로, 마지막 남은 8강 진출의 가능성을 위해 투지를 불태워야 하는 이라크는 충분히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다득점에 욕심을 내 볼만 하다.

일본, 8강 진출에 성공해도 위기다

하지만 일본은 분명 8강 진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5점차 이상의 대승을 거두지 못하거나 일본이 요르단을 상대로 한 골이라도 넣게 되면 일본은 어떻게든 8강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일본은 8강 진출에 성공해도 위기다. 지금의 상황이 대회 우승을 노리는 일본에는 충분히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본의 다른 경쟁자들은 이미 2차전을 마친 상황에서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태다. A조의 호주와 한국, B조의 중국은 8강 진출을 확정 짓고 여유롭게 3차전을 준비할 계획이다. 8강에서 일본과 맞붙을 두 팀은 C조에 속한 이란과 UAE 중 하나다. 이 두 팀도 이미 8강 진출을 확정 지은 상황이기 때문에, 토너먼트를 앞둔 3차전에서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본은 상황이 다르다.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만 조 1위로 8강 진출이 가능해진다. 자칫 실패의 가능성을 부정하고 방심하고 있다간, 요르단과 이라크에 발목을 잡혀 8강 진출에 실패할 수도 있다.

토너먼트를 대비해 3차전에서 주전 선수들을 아껴두기엔 일본은 신경 써야 할 점이 너무 많다. 깔끔하게 요르단을 상대로 이기지 못하면 여러 경우의 수에 따라 일본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경쟁국들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르다.

여기에 조별예선 3차전까지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일본은 이미 2차전이 열린 브리즈번에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에 비상등이 켜졌다. 선수들은 모두 후반전 들어 기동력이 떨어졌으며 이대로 3차전과 토너먼트 일정을 휴식 없이 취했다가는 얼마 안 가 체력적인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안정적으로 토너먼트를 대비할 생각이었던 일본의 계획에는 확실히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본래 D조는 일본의 '꿀조'로 예상됐다. 하지만 역시 대회 최약체의 팀인 '팔레스타인'의 존재가 결국 D조의 변수로 작용하고 말았다. 본래 조별 예선에는 "같은 조에 최약체 팀이 한 팀이라도 있으면 변수가 발생한다"는 옛말이 있다. 오히려 박빙의 팀들끼리 맞붙는 죽음의 조가 강자에게는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같은 조의 누굴 만나도 대패를 당하는 최약체 팔레스타인의 존재로 변수의 피해자가 될 위기에 처해있다. 또한, 무리 없이 토너먼트를 대비하려 했던 본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여기에 아기레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까지 팀분위기를 뒤흔든다면 일본 대표팀은 더 큰 위기에 처할 전망이다.

과연 지금과 같은 상황은 일본 대표팀이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남길 행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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