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과 '강도땅'

얌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등록 2015.01.17 17:02수정 2015.01.17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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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재작년까지는 아내도 맞벌이를 하였기에 지금처럼 경제적으로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나브로 골병이 든 아내는 고삭부리 아낙이 되었고 설상가상 작년엔 허리에 이어 어깨의 수술까지 받았지요.


때문에 아내는 지금도 거동이 불편함은 물론이거니와 조금이라도 먼 거리로 이동하자면 오르내리기 불편한 버스 대신 반드시 택시를 이용하여야 합니다. 때문에 저는 작년 초부터 다음과 같이 아내에게 신신당부, 아니 아예 '읍소'까지를 하기에 이르렀지요.

"내 급여가 비록 정부가 정한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 하지만 당신은 아무 걱정 말고 집에서 살림만 해! 내가 투잡이든 알바든 뭐든 해서라도 당신을 부양 못 할까? 참으로 다행히 두 아이 모두 대학까지 졸업하여 직장도 좋은 데 다니니까 학비 부담은 없으니까!"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따라서 작년의 두 번의 아내 수술은 적지 않은 빚까지를 생성시켰습니다. 하여 나흘간의 주간과 야근 연속근무 뒤 쉬는 이틀간은 알바를 하여 가욋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죠.

여하튼 주간근무를 하자면 하루 종일 한 평 남짓의 조그만 주차부스에서 일합니다. 그리곤 십인십색의 사람들을 상대합니다. 최근 들어 유독 부각되고 있는 게, 소위 우월적 직위를 이용한 '갑질'과 '진상손님'입니다.

이 중 '진상손님'은 제가 일하고 있는 곳이라고 하여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근무하는 직장의 빌딩 1층엔 한 잔에 2500원 하는 커피(아메리카노 기준) 전문점이 있습니다. 한데 여길 들어가면서도 굳이 승용차를 몰고 오는 이들이 적지 않아 그야말로 '골칫거리'입니다.


"어서 오세요, 어떻게 오셨습니까?"
"커피 마시려고요, 근데 주차비는 얼마입니까?"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입니다."
"와~ 그래요?"

지난주 수요일 오전 9시에 그렇게 지하 1층에 주차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회사 서비스센터 이용 고객만 사용하는 공간이기에 지하 5층의 별도 주차장에 주차하셔야 된다고 그렇게나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득부득 꼭 그렇게 거기에 주차하는 차량들이 태반입니다.


그런데 그 차량을 주차장에서 빼간 건 자그마치 8시간이나 지난 오후 5시 무렵이더군요. 따라서 그렇다면 무려 8시간 동안이나 주차를 한 셈이었죠. 고로 이를 시간당 주차비를 고작 1000원으로만 쳐도 금세 8000원이나 된다는 셈법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결국 커피는 2500원인데 정작 주차비는 8000원이나 되니, 이는 그렇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인 것에도 다름 아니죠. 뉴스를 보자니 서울의 제2롯데월드 내 롯데시네마에서 9000원을 내고 3시간 동안 영화를 보는 경우 주차요금만 1만8000원(10분당 1000원)을 고스란히 내야 한다더군요. 우리 회사에서도 이 요금을 적용한다면 지난주의 그 진상손님은 자그마치 주차요금만 48000원을 내야 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강도살'과 '강도땅'이란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이는 '강호에 도리가 살아 있다'와 '강호의 도리가 땅에 떨어졌다'는 의미랍니다. 강호(康瓠)는 보잘것없는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죠. 그럼에도 그들조차 다들 그렇게 도리(道理)는 지키고 삽니다.

커피 마신다고 들어와서 사실은 다른 일까지 모두 본 뒤에야 비로소 차를 빼내가는 얌체주차, 이젠 정말 그만 하자고요! 얌치(마음이 깨끗하여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얌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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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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