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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중이' 앞에 무기력해진 '하이드 지킬, 나'의 이중인격

[드라마리뷰] 동시간대 비슷한 소재...'킬미 힐미' Vs. '하이드 지킬, 나'

15.01.22 09:42최종업데이트15.01.2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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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하이드 지킬, 나> 1회 주요 장면들 ⓒ SBS


21일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선한 주 인격과 그 주 인격을 넘보는 악한 두 번째 인격이 등장했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뒤집은 설정으로 시작한다. 드라마 속 주 인격인 원더랜드 상무 구서진(현빈 분)은, 전형적인 '싸가지 없는 재벌'이다. 수시로 자신의 심장 박동 수를 체크하고, 요가를 하고, 심호흡을 하며 혹시나 심장 박동 수가 올라갈까 노심초사한다.

이는 지난 5년간 나타나지 않았던 그의 또 다른 인격 때문이다. 혼자 살겠다고 장하나(한지민 분)를 밀치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지만 순간 증폭한 심장 박동 때문에 나타난 구서진의 또 다른 인격 '로빈'은 옥상으로 달려가 장하나의 목을 조르는 괴한을 물리치고, 장하나를 구하고자 물에 뛰어든다. 싸가지 없는 주 인격과 전혀 다른, '의로운' 제 2의 인격의 등장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기서 오는 신선함은 이미 5회를 맞이한 MBC <킬미 힐미> 속 '7 다중이'(지성 분) 앞에 초라해져 버리고 만다. 분명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주 인격에 그런 그와 정반대인 정의로운 제 2의 인격은 신선한 발상이지만 선한 주 인격 차도현을 시작으로 그를 넘보는 막가파 야성남 신세기, 사제 폭탄을 들고 설치는 페리 박, 심지어 일곱 살 여자 아이 니나까지 등장하는 <킬미 힐미>를 보고 나면 어쩐지 <하이드 지킬, 나>가 심심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하이드 지킬, 나>의 구서진과 <킬미 힐미>의 차도현 모두 다 재벌가의 인물들이기에 캐릭터에서의 차별성도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 결국 둘 중 어떤 캐릭터가 더 화려한 변주를 선보이느냐가 관건이 되어 버리고 만 이 때에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한번 뒤틀었다는 자부심만으로 <하이드 지킬, 나>로 관심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처럼 보인다.

심지어 <하이드 지킬, 나>는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반전시킨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에겐 익숙한 현빈의 연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정확하게는 현빈이 아니라, 그의 전작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마치 놀이공원을 인수한 김주원처럼 느껴진 달까. 아무리 연기자 본인이 노력해도, 싸가지 없는 재벌 캐릭터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김주원이었기에 각인된 기억을 쉽게 놓을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MBC <킬미 힐미> 5회 주요 장면들 ⓒ MBC


아쉬운 건 남자 주인공 캐릭터만이 아니다. 첫 회만으로 평가를 하는 것은 섣부를지 모르겠으나, 생기발랄한 여자 주인공이란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킬미 힐미>의 오리진(황정음 분)과 <하이드 지킬, 나>의 장하나(한지민 분)의 대결에서도 오리진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고릴라를 조련하고, 공중 줄타기를 하며 고군분투하는 한지민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아직은 붕 떠있는 느낌이다. 반면 종종 발음이 분명하지 않거나 떽떽거리는 소리를 내긴 하지만 이미 시트콤을 통해 단련된 황정음의 코믹 연기는 지성의 원맨쇼를 돋보이게 할 만큼 자연스럽다.

물론 아직 첫 회를 방송한 것에 불과한 <하이드 지킬, 나>와 이미 물이 오르기 시작한 <킬미  힐미>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랴. 얄궂게도 같은 시간대에 시청자 앞에서 '이중인격'과 '7 다중이'가 경주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 대상이 되는 건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금 더 늦게 시작했으면서 비슷한 재벌 남에, 다중 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을 들고 돌아온 <하이드 지킬, 나>의 애꿎은 운명을 탓할 수밖에. 아니, 진짜 안타까운 것은 수요일과 목요일 밤에 이중인격이거나 다중인격인 재벌가 자제의 자아 찾기 중 하나를 골라잡을 수밖에 없다는, 선택의 폭이 좁은 시청자의 시청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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