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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골' 손흥민... 그보다 더 탁월했던 김진수·차두리

[임형철의 아시안컵⑪] 한국, 우즈벡에 2:0 승리... 과감한 측면 공격 이끌어

15.01.23 09:42최종업데이트15.01.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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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철의 아시안컵'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이 진행되는 1월 9일부터 31일까지 매일매일 작성되는 아시안컵 특집 칼럼입니다. 실시간 경기 소식과 대회에서 발생하는 이슈들, 다음날 있을 주요 경기들의 프리뷰까지 '임형철의 아시안컵'과 매일 함께하세요!-기자주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만난 한국은 연장 전반 14분, 연장 후반 14분에 터진 손흥민의 두 골로 2:0 승리를 거두며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날 터진 두 골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에 비해 득점을 도운 선수의 기여도가 더 높았다. 첫 번째 골 장면에는 김진수의 적극적인 압박이 주요했고, 두 번째 골 장면에는 우즈벡의 왼쪽 측면을 파괴하는 차두리의 발 빠른 돌파가 인상적이었다. 마무리의 정점은 손흥민이 찍었지만, 손흥민에게 기회를 만들어준 김진수와 차두리의 공이 더욱 컸다.

득점 외에도 차두리와 김진수는 경기 내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우즈벡전의 승리는 김진수와 차두리가 만든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감한 오버래핑과 안정적인 수비, 대표팀의 측면 지배

22일 호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 연장 전반 손흥민이 골을 성공시키자 차두리가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한국 대표팀은 90분 내내 우즈벡의 두꺼운 수비벽을 뚫지 못하며 고전했다. 우즈벡 선수들은 중앙에서 밀집 수비를 형성했는데, 한국의 공격진은 계속해서 중앙으로만 공격을 시도하는 걸 고집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수비수가 중앙에 모여 있을 때는 공격의 활로를 찾기 위해 측면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격 선수들이 측면에서 볼을 받아주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해 측면에서 공격을 푸는 빈도가 낮았다.

하지만 중앙만 고집하던 대표팀이 측면에서 공격을 시도한 경우는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김진수가 상대 진영으로 올라왔을 때다. 특히 오른쪽의 김창수가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아끼는 동안 김진수는 과감한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상대 진영의 페널티 라인까지 깊숙이 침투했다. 김진수의 움직임 덕에 한국 대표팀은 왼쪽 측면에서 공격 기회를 얻으며 풀리지 않던 측면 공격을 조금이나마 시도할 수 있었다.

이후 후반 25분, 김창수를 대신해 차두리가 교체로 출전하며 한국의 측면 공격은 더 살아나기 시작했다. 김진수와 차두리는 양쪽 측면에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측면 깊숙이 침투했다. 그 덕에 대표팀의 측면 공격도 살아나며 우즈벡의 밀집 수비를 뒤늦게나마 위협할 수 있었다. 두 선수를 중심으로 한 공격 패턴은 이날 한국 대표팀이 시도한 공격 중 가장 위협적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움을 더해갔다. 끝내 김진수와 차두리는 한국의 득점 과정에 직접 관여하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또한, 두 선수는 수비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진수는 경계대상이었던 우즈벡의 사르도르 라시도프에 대해 많이 대비해온 듯했다. 왼발을 주로 쓰는 라시도프가 즐기는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도록 각도를 잡아 수비했다. 때에 따라서는 날카로운 태클로 상대 공격수를 저지하며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차두리도 동료 선수와 함께 간격을 조절하며 우즈벡의 왼쪽 측면 공격을 틀어막았다. 물론 두 선수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다가 넓게 뒷공간을 열어주어 좌우 측면에서 몇 차례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의 오버래핑이 없었다면 한국의 측면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두 선수의 선택이 잘못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또 수비 상황에서 실수가 있긴 했지만 김진수와 차두리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상대의 공격을 끊어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들의 노력 끝에 한국은 우즈벡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칠 수 있었다.

연장전에 터진 두 골, 차두리와 김진수의 지분 컸다

글의 서두에서도 다뤘지만, 이날 한국 대표팀이 터트린 연장전의 두 골은 차두리와 김진수의 지분이 컸다. 첫 골은 연장 전반 13분에 나왔다. 우즈벡의 수비진이 볼을 확실히 처리하지 못한 상황에서 김진수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상대 선수의 볼을 뺏어왔다. 이후 김진수는 골문을 향해 돌파하며 손흥민의 머리에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줬다. 크로스에 머리를 갖다 댄 손흥민은 자신의 A매치 10경기 연속 무득점 행진을 깨트리는 골을 기록했고 한국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연장 후반 13분에 터진 두 번째 골은 차두리의 원맨쇼였다. 차두리는 자기 진영에서부터 상대 페널티 라인까지 볼을 몰고 질주하며 우즈벡 수비수 두 명을 스피드와 발재간으로 손쉽게 따돌렸다. 이후 아크 에어리어 정면에 있던 손흥민에게 침착하게 볼을 넘겼고, 손흥민은 차두리의 패스를 받아 강한 슈팅을 날려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손흥민이 터트린 두 골의 1.8골 정도는 사실상 김진수와 차두리의 몫이었다.

김진수와 차두리는 8강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을 준결승에 올려놓았다. 이제 한국은 이란과 이라크의 8강전 경기 승자와 준결승에서 만나 결승 진출을 위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이란과 이라크는 우즈벡과 마찬가지로 중앙에 두꺼운 수비벽을 형성하며 한국에 맞설 가능성이 높다. 상대 팀이 수비를 두껍게 유지할수록 한국은 더욱 측면 공격을 활발히 시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좌우 풀백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김진수와 차두리의 활약은 대회 우승까지 2승만을 남겨둔 대한민국 대표팀에 마지막까지 큰 힘이 되어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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