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논란... 정치인은 왜 법인세를 못 올리나

[서평]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를 통해 알아보는 정치인과 사업가의 관계

등록 2015.02.05 14:36수정 2015.02.05 14:37
0
원고료로 응원
여론의 반발을 우려해서인지 최경환(60)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열린 국회 기재위 긴급현안 질의에서 골프장 세율 인하 여부를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장 논란은 소위 '부자감세'로 대비되는 전 정부로부터의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그 전에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한 조치를 취하긴 했으나, 증세 없는 복지라든지 혹은 복지 축소라든지 논란거리는 여전하다.

부자감세 논란이 일면 법인세는 변함없이 거론된다.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주장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 정권 7년 동안 재벌과 대기업은 법인세 감세로 2009년 이후 2013년까지 37조 2000억 원의 세금혜택을 입었다.

2013년에는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3조 9000억 원이 더 걷혔다. 사실이라면 재벌과 대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을 고스란히 서민이 짊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기업인 눈치만 보는 정치인... 대체 왜?

a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로버트 라이시 지음 / 안진환·박슬라 옮김 / 김영사 펴냄 / 2011.04 / 1만3000원) ⓒ 김영사

법인세율은 어째서 인상되기 힘든가. 정치인이 기업의 눈치를 볼 필요가 있을까. 아니면 법인세율 인상은 대중의 무리한 요구일까.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의 저자 로버트 라이시는 현대사회에서 정치인이 사업가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정치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재선 성공이다. 그래서 그들은 돈이 많은 이익집단을 과하게 방해하지 않는 단기 처방을 선호한다. 그동안 선거 비용이 꾸준히 상승한 탓에 그런 이익집단에 대한 정치인들의 의존성 역시 높아졌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또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 정치는 예전과 달리, 특정 선거와 관련된 직접적인 뇌물이나 기부의 형태로 부패하지 않는다. 일례로 월스트리트의 부유한 금융인이나 대기업 간부들이 주요 의회장과 함께 커피나 한 잔 하자는 제안을 받는다고 하자.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그런 기회가 왔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이 직접 부탁했을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상관없이, 이 만남의 진정한 가치는 그가 강력한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의 관심을 끌 능력이 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확신시키는 데 있다. 그날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한 사진은 서명으로 완벽하게 마무리되어 그 중역의 사무실 벽을 장식한다. 정치가가 보낸 감사 카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교묘한 자랑거리로 감탄사와 함께 손으로 돌려진다." - 본문 중에서

여기서 로버트 라이시는 이러한 만남 자체만으로 사업가에겐 엄청난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사업가는 이로 인해 힘 있는 사람들 귀에 속삭일 수 있는 위치가 된다. 단순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되어 영향력을 떨칠 수 있는 귀한 인물로 대접받는다. 그와 거래하는 사람들은 그가 벌이는 일은 모두 실현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어서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그 대가로 정치인은 부유한 사업가들에게서 선거자금을 얻을 수도 있고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가에게 있어 거래의 핵심은 단순한 금전적 기부가 전부는 아니다. 그는 이제 사업가를 통해 부자들로 구성된 인맥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사업가의 친구, 경영 파트너, 같은 클럽 회원들이나 이사회 멤버와 통성명을 하고 안면을 틀 수 있는 것이다. 경영인이 직접 그런 사람들을 정치가에게 소개시켜 주는 경우도 있다. 뒤이어 조찬 모임이나 커피 타임, 저녁 식사와 골프 등의 만남이 시작되며 새로운 지인들은 돈을 기부하고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그럴 것을 부추긴다." - 본문 중에서

물론 빠짐없이 모든 사항을 의도한 방향으로 이끌기는 힘들다. 허나 정치인은 부유층으로만 구성된 사회 테두리 안으로 깊숙이 들어감에 따라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다. 똑같은 종류의 제안, 그리고 사업가들과 같은 걱정거리들을 반복적으로 접하며 그들과 일치화 된 시각을 지니게 된다. 그러면서 멀고 낯선 곳에 위치한 서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치인, 사업가가 아니라 대중의 눈치를 봐라

로버트 라이시는 대중의 목소리를 추상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정치인의 구조를 상당히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결국 법인세율이 계속해서 인상되기 어려운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보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편안한 테두리 속에서 대중에게 완전한 감정을 이입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부유층과 정치인들은 서로의 마음과 환심을 산다. 대중과 사업가에 대한 시각은, 서로 반대편 에스컬레이터를 탄 탑승자마냥 자동적으로 점점 멀어진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20일부터 22일까지 4일 동안 1000명 정도를 전국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30%, 잘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60%가 나왔다. 정확히 일주일동안 5%가 '잘하고 있다'에서 '잘 못하고 있다'로 이동했다. 취임이후 최악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로버트 라이시의 주장처럼, 돈 많은 집단의 이익을 방해하기를 원치 않는 정치인들의 단기처방이 근본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그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거시적 시각을 유지하려 애쓰며 서민에게까지 시선을 던질 수 있는 테두리로부터의 탈피, 이것이 그들에게 요구되는 처방일는지 모르겠다. 최악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들이 가야할 방향성을 말해준다. 지금은 사업가의 눈치가 아닌 대중의 눈치를 봐야할 때다.
덧붙이는 글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로버트 라이시 지음 / 안진환·박슬라 옮김 / 김영사 펴냄 / 2011.04 / 1만3000원)
#법인세 #부자감세 #로버트 라이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 #세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