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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는데

[리뷰] 원작의 매력 다 못살려...'각색'의 중요성 일깨우는 예

15.02.09 20:55최종업데이트15.02.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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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심장을 쏴라>의 한 장면 ⓒ 주피터 필름


수명(여진구 분)은 어린 시절 트라우마 때문에 6년째 정신병원을 전전하고 있는 신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신병원에서 스물다섯 살 동갑내기인 승민(이민기 분)을 만나게 되는데 그에게 감화되어 병원 탈출을 함께 감행하게 됩니다.

영화 <내 심장을 쏴라>는 정유정 작가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원작소설은 생생한 현장감과 긴장감 있는 전개를 장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소설의 장점을 스크린 위로 온전히 살려내는 데 성공하지 못합니다.

영화의 패착은 승민과 수명의 관계성에만 중점을 둔 데서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가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삶을 살고자 분투하는 청춘을 그리고자 한 의도는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주인공의 관계에 집중하기 위해 정신병원에 갇힌 여러 인간군상에 대한 이야기가 사라지게 되면서 원작소설의 장점 중 하나였던 리얼리티 역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영화의 연출 또한 투박하기 그지 없으며 지나치게 안정성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극의 긴장감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됩니다. 작품의 후반부에서 두 주인공이 느끼는 탈출의 쾌감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스크린에 가장 적합하도록 각색이 되지 못한 대사로 인해 배우들도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극중에서 여러 번 '명대사'를 소화해야 하는 승민 역의 이민기는 말 그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원작소설에서는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던 대사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는 잘 전달이 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문제용 감독의 <내 심장을 쏴라>는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원작소설이 훌륭하고 배우진이 매력적이라고 해도 잘 된 각색 없이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예가 되었습니다.

내 심장을 쏴라 여진구 이민기 정유정 문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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