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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레오 "아이돌과 요리 콜라보, 평소 내 모습 나온다"

[인터뷰] '에브리바디' '뮤직X키친' 등 활동반경 넓힌 셰프

15.02.17 09:46최종업데이트15.02.17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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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강레오 ⓒ (주)뉴타입이엔티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포털사이트에서 강레오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로 '멸치볶음'이 뜬다. 20년 넘게 요리했던 그가 그동안 많은 요리를 선보였을 텐데 왜 하필 멸치볶음일까. KBS 2TV <밥상의 신> 출연 당시 "멸치볶음에 마요네즈를 넣으면 딱딱해지지 않는다"고 비법을 공개했던 것이 그 이유다. 강레오는 도구가 잘 갖춰진 주방이 아니라, 세트장에 버너 하나 놓고 3분 만에 뚝딱 요리하며 비로소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

"'뭔가 더 좋은 요리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내 생각이었다. 대중은 혼자 폼 잡고 멋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보다 실생활에 정말 도움이 되는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하더라.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맛있는 것을 만드는지 궁금해한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알게 됐다. 요리사도 가끔 실수한다. 그동안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싫어서 레시피 프로그램을 안 했는데 이제는 '이렇게만 바꾸면 정말 맛있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아이돌과 요리하는 강레오? "평소 모습과 비슷해"

ⓒ (주)뉴타입이엔티


강레오의 이름에 따르는 수식어는 많다. 요리사 피에르 코프만의 제자, 두바이 고든 램지의 헤드 셰프를 거쳤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강레오는 최근 여기에 새로운 역할을 하나 덧붙였다. 음악과 요리를 접목한 프로젝트 <강레오의 뮤직X키친>을 통해서다. '음악을 요리로 표현한다'는 주제 아래 아이돌 그룹 멤버들과 요리 대결을 펼친다. 지난 12월 공개된 첫 회에서는 효린X주영과 소유X정기고가 닭을 주재료로 요리했다. 심사는 강레오의 몫이었다.

<뮤직X키친>의 제안을 받고, 강레오는 '힘들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음식을 먹으면서 음악을 생각하는 일이 요리사에게도 쉽지 않은데, 아이돌 가수들이 음악을 요리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고. 이 대결에는 강레오가 60초간 요리를 돕는 '강레오 손 찬스'도 있다. 1분 동안 과연 무엇이 바뀔까 싶지만 그는 "60초면 충분히 변화를 줄 수 있는 시간"이라면서 "<뮤직X키친>으로 음악이 그렇듯 음식도 아는 만큼, 먹어본 만큼 표현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강레오는 <뮤직X키친>에서 심사를 담당하지만, 그를 많은 이들에게 각인시켰던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마스터 셰프 코리아> 속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냉정하게 심사하고, 맛보던 음식을 뱉기까지 했던 강레오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는 누군가의 인생과 상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면서 "<뮤직X키친>에서 보이는 모습이 평소의 나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놀려고 조직했던 모임, 방송 입문의 계기 되다

ⓒ (주)뉴타입이엔티


강레오는 지난 2007년부터 잡지 프라이데이 콤마에 연재를 시작했다. 셰프 레이먼킴, 김상민과 국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좋은 재료를 찾고 요리하는 모습을 담은 것. 퇴근하자마자 유니폼을 입고 훌쩍 떠나 항구를 돌아다니다가 동네 주민들에게 "중국집 개업했느냐"는 말도 들었다. 이후 이 연재는 <리얼 미식기행 the Chef(더 셰프)>라는 영상으로 제작돼 전파를 타기도 했다. 요리에만 전념했던 강레오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방송에 입문하게 되었다.

"놀려고 기획했던 모임인데 그렇게 됐다. 방송은 참 어렵다. 카메라가 계속 따라다니니까.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것 같고. 셋이 티격태격할 때도 있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행동도, 말도 조심하게 되더라. 예전에는 부담이 됐다. 책임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혹시나 아닌 말을 뱉어서 방송에 나가거나 분위기 때문에 아닌데 맞다고 얘기하고, 나도 모르게 들뜬 나머지 실수할까 봐. 혹시나 해서 조심하게 되더라. 그런데 지금은 익숙해졌는지 카메라를 잘 안 쳐다본다."

<오! 마이 베이비>에서 딸 에이미와의 일상을 공개하기도 하고, <에브리바디>를 통해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강레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가 중심을 두는 곳은 시즌4를 앞둔 <마스터 셰프 코리아>다. "심사의 공신력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다른 예능의 출연을 고사했다"는 그는 "<마스터 셰프 코리아>는 계속하고 싶다"면서 "런던의 심사위원은 피에르 코프만 라인이고, 미국은 고든 램지 라인이다. 나 역시 이를 잇는 정통성이 있다"고 했다.

"평상시 식사, 얼마나 엉망이면 집밥이 유행?"

ⓒ (주)뉴타입이엔티


요즘 TV는 '요리 전성시대'다. 주방에서 요리하던 셰프들은 브라운관에 등장해 음식 잘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냉장고 속 한정된 재료로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내고(<냉장고를 부탁해>), 예산 등 늘 다른 테마를 공통으로 하고 요리를 만들기도(<올리브쇼 2015>) 한다. 맛집 소개 프로그램을 넘어 요리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것을 두고 강레오는 "요리사가 한 직업군으로 호감의 대상이 된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음식을 정말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제 음식에 조금씩 관심이 생기는 단계인 것 같다. 대결 구도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음식의 깊이 그 자체에 집중하지는 않기 때문이랄까. 우리나라는 음식 문화에 많이 닫혀 있다. 한국처럼 전 세계 음식이 많이 들어오지 않은 나라도 없다. 이태원 말고는 딱히 갈 곳이 없지 않나. 음식 문화가 발전했다고 하면 이태원의 축소판 같은 곳이 구마다 있어야 한다. 요즘 많이 잘 못 먹고 있는 것 같다. 끼니를 '때운다'는 게 아니라 잘 챙겨 먹어야 하는데 단순하게 고기를 구워 먹거나, 저녁 대신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먹지 않나. 얼마나 엉망이면 집밥이 유행일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한식 세계화로 흘러갔다. 꽤 오랫동안 해외에서 요리하다가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고자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 음식 기능보유자인 한복려 선생에게 궁중음식을 배우는 강레오는 "다른 나라의 음식을 궁금해하려면 그 나라의 정보가 충분해야 한다. 호감과 신뢰가 중요하다"면서 "먼저 제대로 된 한식당이 많아져야 한다. 우리도 한식을 많이 안 배우는데 억지로 세계화한다고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기존의 요리를 발전시키고, 과거의 요리를 복원해서 더 짜임새 있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식이 발전하면 세계화는 알아서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레오는 지금까지 해왔던 요리에 새롭게 익혀가는 궁중음식을 더해 '완벽한 퓨전'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조만간 에세이를 낼 예정이라는 그는 앞으로의 행보를 묻자 "죽을 때까지 요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잘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이 요리밖에 없다고. 손이 움직이고, 스스로 그만두지 않는 한 평생 요리하겠다는 그. "끝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 축복"이라는 강레오의 말처럼 앞으로 그가 선보일 요리를 기대해 본다.

강레오 에브리바디 뮤직X키친 마스터 셰프 코리아 냉장고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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