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7번 이상... '가위눌림'의 실체

가위눌림에 고생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

등록 2015.02.17 15:24수정 2015.02.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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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눌림은 수면 중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수면 마비증(Sleep paralysis)이라고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의식의 각성이 불완전하여 뇌는 깨어 있으나 사지는 미각성 상태인 증상으로, 불규칙적인 생활, 수면부족, 과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의 각성 상태가 불완전하기 때문에 환청이나 환각 등을 동반한다. 렘수면과 관련이 깊다.-위키백과, 가위눌림 풀이.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보는, 허나 친숙하거나 가깝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 가위눌림이다. 가위에 눌려 본 적이 없는 이들 중에는 가위와 악몽을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위는 꿈도 실체도 아닌 것이 꿈과 현실의 중간 단계라고 보는 것이 맞다.

흔치 않으나 누구나 실체도 거짓도 아닌 것을 접하는 세상. 이 허무한 실체의 가위눌림이 내게는 상당히 친숙했던 시절이 있었다. 불어나온 뱃살을 창자 밑으로 집어넣어야 간신히 배꼽 하나 통과할 것만 같은 작은 창문 사이로, 간드러지는 햇볕만이 세상은 아직 따듯하다고 전해주던 고시원에서 기거하던 때였다.

온실 같은 집을 떠나 지금 생각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고시원을 시원한 얼음찜질방인 줄 모르고 시린 북극으로 착각하며 살아왔던 자취 시절. 심신이 지쳤기 때문이었을까. 라면을 콧물과 함께 넘기며 매일 오늘은 가위를 눌리지 말아야 할 터인데 걱정하며 하루를 보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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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나는 공부를 하다 책상에 엎드려 자도 가위를 눌리는 가위 자동판매기 같은 인간이었는데, 엎드려 자도 가위, 뒤집어 자도 가위, 곧게 누워 자도 가위,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가위를 눌릴 지경이었다. ⓒ freeimages


당시의 나는 공부를 하다 책상에 엎드려 자도 가위를 눌리는 '가위 자동판매기' 같은 인간이었는데, 엎드려 자도 가위, 뒤집어 자도 가위, 곧게 누워 자도 가위, 동서남북 어디를 가도 가위를 눌릴 지경이었다. 나중엔 이러다 물구나무를 서도 가위를 눌리겠다고 생각하던 때다. 아마 일 년 동안 눌린 가위만 수집했어도 문방구를 하나 차렸을 지경이었으니까.

하루에 7번 이상 가위에 눌리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필자가 눌린 가위의 내용들은 너무 식상한 이야기들이니 자세하게 언급하진 않겠다. 자고 있는데 침대 밑에서 발목을 잡았다는 둥, 눈으로 보이는 귀신이 너무 무서워 눈꺼풀을 닫으려고 하니 귀신이 손가락으로 눈꺼풀을 잡으며 영화 <스크림>의 마스크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는 둥 이런 이야기들은 이제 맛깔 나는 불량식품만큼 식상한 이야기이다.


가위에 땀이 흠뻑 젖어 정신을 차리며 깨어나는 것을 3개월쯤 반복할 때였나. 신나도록 가위로 꿈길을 폭주하던 나에게도 이제는 그 폭주가 식상해질 때였다. 그쯤 되니 이제는 가위를 즐겨 보자며 가위를 눌려도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잠드는 깡다구를 익히게 되었다. 나중에는 그것도 식상하여 가위를 눌렸을 때 나타나는 괴생물체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찰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때부터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위에 익숙해져 그날도 괴생물체를 자세히 관찰하던 때로 기억한다. 벽에 시커먼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귀신을 자세히 살펴보던 때였는데, 문득 머리카락이 무언가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위에 눌린 상태에서 미확인 형태에 집중하던 내게, 귀신의 머리카락이 사실은 길게 늘어진 청바지였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곤 몸이 풀리며 가위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뒤로 나는 소위 가위에 눌리면 우리가 귀신이라고 착각하는 미확인 형태가 나타날 때마다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것의 머리는 선풍기 머리, 이따금 손톱은 펜 통에 꼽혀있는 연필 등으로 변형되어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내가 반년을 넘게 귀신인 줄 알며 두려워하던 미확인 물체의 정체는 현실의 도화지를 빌린 꿈의 물감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뒤로는 나는 가위가 현실의 도화지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 후 가위를 거의 눌리지 않게 되었다.

그러한 깨달음 하나만으로 가위의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때부터 가위를 전혀 눌리지 않다가 이제는 2년에 한 번쯤 이따금 눌리기는 한다. 지금은 가위에 눌릴 경우 미확인 형태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주변 사물을 이용하여 내가 덧씌운 상상력이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가위에서 깨곤 한다. 아, 또 뇌가 장난을 치는구나. "이 무뇌 자식 내 정신 내놔." 이러며.

혹여나 가위로 심하게 고생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바람에서 적극적으로 주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실제로 가위에 대해선 다들 경험의 색채가 달라도 현실과 꿈의 중간단계라는 부분에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곤 한다.

가위는 실체가 아니다.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할머니의 무서운 옛날이야기 같은 게다. 산타클로스는 지붕을 타고 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허망함을 기억한다면 가위 역시 그런 허망함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어떠한 두려움도 주어선 안 된다. 다만 그것은 어릴 적 할머니의 무르팍에서 듣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같은 똥내 나는 구수한 허구일 뿐이다.
#가위눌림 #악몽 #꿈 #귀신 #풀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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