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펀치' 윤지숙의 몰락, 왜 '살인미수'여야만 했을까

[드라마리뷰] 박경수 작가 이름값 한 드라마...18화부터 힘 빠진 구성은 아쉬워

15.02.18 10:35최종업데이트15.02.18 10:35
원고료로 응원

SBS <펀치> 스틸컷 ⓒ SBS


SBS 월화드라마 <펀치>가 끝났다. 폭발적인 인기는 아니었지만 이름값 하는 배우들의 군더더기 없는 연기와 작가 박경수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낀 작품이었다. 특히 권력을 식욕으로 비유해 풀어내는 장면들은 '중국집 광고'일 정도였다. 이제 드라마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과연 <펀치>는 누구에게 날리는 펀치였는가 생각해볼 차례다.

<펀치>는 초반부 검찰총장 이태준(조재현 분)과 그의 형 이태섭(이기영 분)의 비리를 다뤗고, 중반부터는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 분)을 파헤쳤다. 최후의 악역이었던 윤지숙은 이태준을 증오하지만 이태준 없이 살 수 없는 독특한 위치에서 늘 표리부동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윤지숙은 늘 "법은 하나야"라는 말을 말버릇처럼 읊었다. 3대 법조계 집안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온실 속에서 자란 그에게 이 말은 곧 "내 밑으로 법은 하나야"라는 말이었다. 그게 그가 살아온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그에게 펀치를 날리는 행위자는 두 괴물의 '자식'들이다. 이태준의 박정환(김래원 분)과 윤지숙의 신하경(김아중 분). 시한부를 선고받은 남자가 배신까지 하며 괴물과 싸워야 하는 이유는 딸 박예린(김지영 분)에게 괴물이 아닌 아버지의 모습으로 떠나고 싶어서였다. 이는 사랑과 우정, 복수 같은 어느 것보다도 강렬한 동기였다.

이렇게 <펀치>는 검찰 스스로가 부패한 우두머리의 목을 베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가 되길 강조하다가 종영을 앞둔 18화부터 다소 힘이 빠졌다.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한 신하경를 시작으로 '깜박 잊고' 이호성(온주완 분)이 블랙박스 메모리를 처리하지 못했고, 그걸 안 박정환은 '기적같이' 이를 이태준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그의 심장은 '우연히' 부인인 신하경과 일치한다. 다소 실망스러웠던 구성은 그나마 이태준과 박정환의 감정신으로 포장돼 '최악'은 막았다.

드라마가 끝난 후 기시감을 느꼈다. 이미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똑같은 상황이었다. <피노키오>는 주인공 기하명(이종석 분)의 성장을 통해 기자란 무엇이며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주목했고, 부모세대의 잘못과 그 자식들의 죄의식을 다뤘다는 점에서 시사한 바가 큰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18화부터 등장하는 기자 피습 사건부터 우연을 남발했다. 이 사건은 재벌인 박로사(김해숙 분)를 구속하는 죄목이 된다. <펀치> 역시 윤지숙을 잡는 직접적인 죄목은 살인미수다. 두 작품 모두 17화 동안 물고 늘어지던 약점이 아닌, 재벌과 고위 공직자의 살인이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는 수단이 된다.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걸까. '그게 좋아서'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이들이 살인을 하지 않는 이상 교도소에 가는 결말을 맺기가 어려워진다. 아니, 극중 이들이라면 어쩌면 살인을 해도 교도소에 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펀치>가 윤지숙 장관이 누누이 말했던 '우리 국민들'을 때렸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한다. tvN <미생>이 끝나고 '을의 반란'이 시작되고 있다. 드라마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 <펀치>에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

펀치 박경수 조재현 김래원 최명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