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의 장도리신 오마주 한 <킹스맨>, 각기 다른 매력의 두 영화

영화 <킹스맨>, <올드보이> 비교분석

검토 완료

한가람(rkfka4964)등록 2015.02.25 19:59
요즘 극장가의 화두는 단연 화려한 액션과 흥미로운 스토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킹스맨>이다. 특히나 <킹스맨>의 매튜 본 감독이 콜린퍼스의 교회 몰살 신은 <올드보이>의 장도리신을 오마주 했다고 밝히면서 개봉 전부터 국내 팬들의 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래서 조금 다른 각도에서 두 영화를 비교분석해보고자 한다. 닮은 듯 다른 두 영화, 지금부터 살펴보자.

지구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에그시&복수를 위해 싸우는 오대수

먼저, 두 영화의 주인공은 모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오히려 현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나타낸다. 학교 중퇴에 해병대는 중도하차 한 소위 말하는 '루저' 에그시(태론 에거튼 분), 자신의 이름을 '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라고 풀이하는 오대수(최민수 분). 그런 두 사람에게 어느 날 상상도 못한 일이 일어난다.

경찰서에 구치된 에그시는 어느 날 전설적 베테랑 요원인 해리(콜린 퍼스 분)를 만나게 된다. 그는 에그시의 탁월한 잠재력을 알아보고 그를 전설적 국제 비밀정보기구 '킹스맨' 면접에 참여시킨다. 그곳에서 에그시는 킹스맨이 되기 위한 훈련들을 받기 시작하고,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완벽한 킹스맨이 되어 간다. 에그시의 이러한 삶은 큰 의미를 지닌다. 새아버지 밑에서 폭력을 당하고, 어머니를 때리는 새아버지에게 분노하지만 두려움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에그시가 지구를 지키기 위한 킹스맨이 되면서 점점 변화해 간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와 달리 오대수의 삶은 순식간에 파괴 된다. 어둡고 이상한 분위기의 방 안에 감금 된 오대수. 그곳에서 군만두만 먹으며 15년을 살게 될 줄 미처 알았을까. 누가 자신을 감금했는지, 어떤 이유로 감금했는지 무엇도 알 수 없다. 그런 그가 15년 만에 나와 자신을 가둔 이에 대한 복수를 위해 싸우기 시작한다.

이유있는 악, 이우진

이우진(유지태 분)이 15년 동안 오대수를 감금한 이유는, 오대수가 과거에 자신과 누나의 근친애를 목격한 뒤 퍼뜨린 소문 때문이다. 그 소문으로 인해 누나 이수아(윤진서 분)는 상상임신을 한 채 자살을 택한다. 그 시간은 이우진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그래서 똑같은 방법으로 오대수를 망가뜨리기로 결심한다. 그를 위해서 딸 미도가 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 바로 오대수가 감금 된 15년이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발렌타인은 매력적이지 않은 악역이다. 그저 세계 정복을 위해 사람들의 뇌파를 조종해 서로 죽이게 하는 그는 천편일률적인 악당의 느낌이 강했다. 오히려 그의 옆에 항상 함께 하는 가젤(소피아 부텔라 분)의 액션만이 마지막까지 눈에 띄었다. 발렌타인이라는 악당의 역할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죽이는 것만이 복수가 아니다

두 영화의 결말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모든 액션 영화가 그렇듯 <킹스맨>도 악의 죽음과 영웅의 승리로 끝난다. 그러나 칼로 찌르는 것만이 복수가 아님을 <올드보이>는 보여준다. <올드보이>의 후반부인 이우진의 펜트하우스 씬은 매우 흥미롭다. 자신의 혀까지 자르며 사죄하는 오대수에게 이우진은 리모컨을 하나 쥐어주며 말한다.

"이건 내 심장을 멈출 수 있는 리모컨이에요."

진심어린 사죄를 하는 오대수의 모습에 관객들은 오대수가 그 리모컨을 누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말만을 남긴 채 뒤돌아 선 이우진을 향해 오대수는 버튼을 누른다. 이는 오대수의 거짓 참회가 드러나는 순간이자 이우진의 복수가 완성되는 순간이다.

그 리모컨은 사실 미도와 오대수의 육체적 관계 당시를 녹음한 테잎을 트는 리모컨이었던 것이다. 오대수가 버튼을 누른 순간, 방 안 가득 미도의 신음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걸 들은 오대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 친다. 그를 향해 이우진은 슬픈 눈으로 말한다.

"나와 누나는 모든 걸 알고도 사랑했어요. 너희도 그럴 수 있을까?"

15년 동안 감금된 시간보다 근친애자로 낙인 찍혀 살아간 세월이 더욱 비참하고 힘들었음을 나타내는 대사이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칼로 찌르는 것만이 아니다. 오대수가 퍼뜨린 소문이 결국 이수아를 죽음으로 몰았듯이, 이우진이 녹음한 미도의 신음 소리가 오대수를 나락으로 빠뜨렸듯이 말이다.

두 영화 모두 감독의 뛰어나고 철저한 제작 아래 만들어진 영화란 생각이 든다. 매튜 본 감독은 자칫 잔인한 스릴러가 될 수 있는 영화를 중간중간 신나는 음악을 삽입해 새로운 느낌으로 재탄생 시켰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킹스맨>을 신선한 액션물로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원작의 부족한 복수에 대한 개연성을 '근친상간'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완성시켰다. 그러한 창의적인 생각들 덕에 <올드보이>는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이라는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겨울의 끝자락, 이 두 영화를 보고 각기 다른 매력을 느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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