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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 "실수 안 하려 이틀 굶어"

[박정환의 뮤지컬 파라다이스] '해를 품은 달'로 뮤지컬 데뷔 알린 유아라

15.03.04 17:36최종업데이트15.03.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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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를 품은 달 일본 공연으로 뮤지컬 데뷔한 유아라 ⓒ 얼반웍스이엔티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의 연우는 훤과 사랑을 꽃피우면서도 기억을 봉인당하는 바람에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비운의 여인이기도 하다. 기억을 봉인 당한 연우는 더 이상 연우가 아니다. 월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무녀라는 정체성을 입고 살아야 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헬로비너스를 탈퇴한 후 연기자의 길을 걷는 유아라는 뮤지컬 데뷔를 한국이 아닌 일본 오사카에서 했다. 사흘 동안 총 5번의 공연을 했는데, 공연하며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첫 뮤지컬이다 보니 대사나 연기를 틀리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대본을 손에 놓지 않은 것까지는 좋았다. 공연 이후 허기를 허기를 달래야 하지만 유아라는 다음 날 있을 공연에서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공연 첫 날 저녁 식사를 잊는다. 다음 날 눈을 뜨면 아침이나 점심을 먹어야 하지만 대본에 몰입한 나머지 공연 첫 날과 이튿날, 그리고 사흘 째 되는 날 아침과 점심을 모두 걸렀다.

갑자기 핑 도는 느낌이 들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동안 일본에서 공연하며 식사한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는 마지막 공연하는 날 저녁을 챙겨먹었다고 한다. 뮤지컬을 하면서 꼬박 이틀 이상을 굶은 배우로 등극한 거다.

▲ 해를 품은 달 일본 공연으로 뮤지컬 데뷔한 유아라 ⓒ 얼반웍스이엔티


-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씨가 연기한 역할이 연우였다. 어깨가 무겁지는 않았는가.
"드라마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이 42%였고 일본 NHK에서도 방영될 정도로 인기가 많아서 어깨가 무거웠다. 뮤지컬 대본을 받아보니 드라마와는 다른 해석이 가미되었다. 저만의 연우를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연습했다."

- 13살의 연우와 21살의 무녀 월을 폭넓게 연기해야 했다.
"예전에는 여성이 시집을 일찍 갔다. 연우의 나이면 당시에는 시집을 갔을 나이였다. 월과 연우를 구분하기 위해 요즘 여학생을 관찰하기도 하고, 목소리 톤도 연우와 월을 다르게 내려고 노력했다. 연출가에게 '네가 어릴 때라면 통제가 안 되었을 거다. 어린 연우는 대사 한 마디를 해도 어린 티가 나야 할 거다' 라는 조언을 받았다.

월은 연우 때의 모습을 기억 못한다. 하지만 제가 1막에서 연우를 연기하다 보니 연우에 대한 기억을 안고 2막에서 월을 연기한다. 연우를 연기할 때보다 톤이나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연습하는 데도 1막에서 2막의 월로 넘어갈 때 어려움이 많았다.

무대에서 울면 안 된다. 하지만 월을 연기할 때는 울음이 나오는 장면이 아닌데도 울컥할 때가 많았다. 울컥한다는 건, 연우가 갖은 권모술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기억을 없애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면 얼마나 서럽겠는가."

- 월은 사랑하는 기억을 잃는다. 사람이 사랑하던 기억을 잃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랑했던 기억이 없어지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고 해야 할까. 제 직업(가수 시절과 연기자를 포함)이 사랑을 표현해야 하는 직업이다. 사랑을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 전직 가수다 보니 뮤지컬 속 어떤 넘버가 와 닿았는가.
"연우가 '내 삶이 여기까지라면. 피지 못한 꽃 먼저 가도 이해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님을 두고 떠나서 미안합니다' 하고 부르는 노래가 있다. 사약을 마시기 전에 오라버니와 함께 있을 때 부르는 넘버다. 무대에서 울음을 참느라고 무척 애를 썼다. 사랑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먼저 가야 하고, 집안을 위해서도 오라버니를 대신해서 연우가 가겠다는 심경이 담긴 노래라 가슴이 아팠다."

- 그렇다면 연습실에서 연습하다가 가슴 찡했을 텐데.
"첫 뮤지컬이다 보니 연기하면서 계산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연기하다가 생각나는 걸 계속 써넣어서 대본이 온갖 메모로 한 가득이다. 공연장에서 보면 '내가 뭘 적었지?' 할 정도로 연기에 대한 메모가 대본에 깨알같이 적혀 있다.

뮤지컬은 연기에 대한 약속이다. 상대 배우와 약속한 연기를 이 장면에서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연기적인 계산을 하니 감정에 몰입하기 보다는, 감정을 배분하는 게 많았다. 그래서 연습할 때는 눈물이 없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고 보니 연기가 몸에 배여서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훤과 월이 만나는 장면에서 월이 연우의 기억을 되찾았을 때와, 사랑할 수 없는 양명에게 '제 마음은 세자 전하의 것이에요' 하고 냉랭하게 돌아설 때를 연기할 때 가슴이 아팠다. 무대에서는 눈물을 꾹 참고 있다가 무대 뒤로 들어와서는 울컥 하고 눈물이 나왔다."

- 대본에 메모하는 습관은 언제부터 들였는가.
"드라마에서 연기할 때 저는 헬로비너스 멤버였다. 연기를 해온 선배님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좋은 배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에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연기가 늘려면 많은 사람을 관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첩을 들고는 좋은 이야기를 듣거나,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몇 살일까? 직업은 무얼까? 성격은 어떨까?' 하는 등으로 관찰한 것을 수첩에 담기 시작했다.

대본도 한 부만 받지 않고 다섯 부씩 받는다. 집과 연습실에 한 부, 갖고 다니는 대본 한 부, 화장실이나 침대에도 각각 대본을 둔다. 대신에 메모를 많이 하는 대본은 하나여야 한다.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정리용 대본도 하나, 이런 식으로 여러 대본이 필요했다. 메모하는 걸 습관화하면 대사를 잊는 실수를 면하게 된다. 메모한 대본이 생각보다 많다."

* 인터뷰 ②로 이어집니다.


헬로비너스 유아라 해를 품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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