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센터 상담원들의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사진은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에서 전화를 받고 있는 상담원들 모습.
연합뉴스
따라서 감정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보호의무를 진다고 보면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즉 ▲ 고객의 무리한 요구나 폭언에 대해 근로자 보호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 사안별로 적극 대처할 지침을 제공하여 근로자가 활용하도록 하며 ▲ 고객과 근로자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감독자로서 중재역할을 다하여야 한다. 또 ▲ 고객의 위신을 높이는 데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사실관계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근로자에게 무조건적인 사과를 지시함으로써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와 함께 ▲ 식사시간, 화장실 가기 등 기본적인 생활상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하고 ▲ 고객과의 분쟁이나 좋지 않은 일이 발생했을 때는 쉴 수 있는 자율성을 보장하며 ▲ 노동과정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업무량은 적정선에서 규제하여야 할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를 진다고 법원은 밝혔다.
이 사건을 놓고 볼 때 회사는 A씨에 대한 보호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즉 ▲ 회사에 고객 불만에 대해 정확한 책임소재 확인이나 중재절차가 없고 상담직원이 고객에게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점 ▲ A씨는 2007년부터 장기간 근속하였고, 업무처리건수나 능력이 탁월한 편인데도 ▲ 고객에게 사과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에 억울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입장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오히려 근로자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사실관계를 따져보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과를 지시함으로써 A씨에게 무력감,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었고, 이는 사용자로서 당연히 부담하는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1심은 판시했다.
또한, "회사의 보호의무 위반 행위는 A씨로 하여금 우울증을 발병하게 하거나 적어도 우울증을 악화시킴으로써 자살시도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르게 하였음이 분명하다"면서 "이를 두고 A씨의 개인적 취약성에 기인한 것으로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회사에게 A씨의 우울증을 발병 내지 악화 시킨 데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한 7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회사는 감정노동자를 고객의 '갑질'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
항소심 "감정노동 스트레스 인정하지만 회사 책임은 엄격" 그런데 회사 측은 이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 2심 법원(서울남부지법 제1민사부 재판장 임병렬)은 1심과 전혀 다르게 보았다.
법원은 "A씨가 '감정노동자'로서 평소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음은 경험칙상 인정될 수 있"다면서도 "업무 스트레스로 이전에 이미 우울증까지 발병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더 나아가, 설사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걸렸더라도 당연히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니라고 보았다. 회사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적절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부조할 의무를 위반한 사실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에게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고의 또는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은 1심보다 회사의 노동자 보호의무를 더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항소심은 회사측이 고객만족도를 성과금에 일부 반영하거나 고객의 클레임이 있을 경우 사실관계 확인 후 직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점 등은 인정했다. 하지만 근로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재판부가 내세운 근거는 ▲ 성과급에 고객만족도 반영은 불가피하고, 반영비율이 높지 않은 점 ▲ 고객의 클레임이 있다고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 매년 1회 스트레스 관리교육을 실시하는 점 ▲ 업무내용이 극심한 우울증을 초래할 정도로 과도하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을 들었다.
고객에 사과 요구는 권유에 불과...고객 불만 잠재우려는 의도일뿐

▲ 감정노동자의 우울증 회사책임 소송 1심과 2심 비교
김용국
회사 측이 고객에게 "A씨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답변을 한 부분에 대해 항소심은 "고객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례적인 조치에 불과하고 실제로 징계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지점장이 사과를 지시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사과하지 그랬어" 정도로 말했을 뿐이어서 사과 요구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부당한 사과 강요나 징계 경고가 없었으므로 회사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 2심의 판단이다.
지점장이 '고객에 사과하라'고 한 말은 '강요'가 아닌 '권유'였으며,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답변도 징계할 뜻 없이 고객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고, 회사 쪽의 손을 들어줬다.
같은 사안을 놓고 상반된 결론이다. 1심은 감정노동자인 A씨가 고객응대 과정에서 업무 스트레스에 사과 강요로 우울증까지 생겼다며 회사의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업무스트레스는 인정하지만 회사에 우울증 책임을 물을 정도로 고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가 상고를 하지 않아서 사건은 확정되었다.
2심 판결은 아쉬운 대목이 있다. 먼저 감정노동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회사의 책임을 너무 엄격하게 따졌다. 또한 직원보다는 고객의 입장에 치우친 업무처리를 한 회사의 입장을 고려한 듯한 인상을 준다. 단적인 예로, 회사의 상사가 고객에게 사과하라고 했을 때 이것을 지시가 아닌 권유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간큰 직원이 얼마나 될까. 감정노동자들이 단지 고객이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징계나 사과 등 불이익을 떠올려야 한다면 불행한 직장, 불행한 사회 아닐까.
현재 한국의 감정노동자는 조사 결과에 따라 6백만~1천만 명으로 추산된다.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나 질병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가 해결해야 할 법적인 의무임은 자명하다. 이번 판결처럼 상반된 결과를 가져오는 일이 없으려면 감정노동자의 직무 스트레스에 따른 발병을 업무상 질병(재해)으로 인정하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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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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