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히 벡 추모, 박원순 "스승 잃은 것처럼 허전"

[현장] 고 울리히 벡, 한국 추모 행사 열려

등록 2015.03.17 19:36수정 2015.03.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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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벡 교수 추모 행사, 묵념하는 박원순 시장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주최로 열린 '울리히 벡 전 독일 뮌헨대 교수 추모행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명진 스님 등 참석자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독일의 한 학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열렸다. 그와 인연이 있었던 스님, 서울시장, 교수,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이 추도사를 남겼다. 이들은 고인은 떠났지만 고인이 던진 과제를 실천하자고 다짐했다. 고인은 바로 지난 1월 1일 타계한 울리히 벡 독일 뮌헨대 교수다.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한상진 이사장)은 16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위험사회를 넘어서'라는 이름으로 '울리히 벡' 교수 추모 행사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이건 전 서울시립대 총장, 김수현 서울연구원장, 명진 스님 등이 참석했다.

울리히 벡 교수는 1986년에 쓴 <위험사회>를 통해 서구가 추구해온 산업화와 근대화가 가공할 만한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주장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 외에도 <정치의 재발견>, <지구화의 길>,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 등의 저작을 남겼다.

특히 지난해 7월 방한한 벡 교수는 세월호 참사 충격에 휩싸인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던졌다. 세월호 침몰사고 같은 대형 재난이 잊혀서는 안 된다는 경고와 함께 시민참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명진스님·박원순 서울시장·세월호 유가족 추도사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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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벡 교수 생전 모습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주최로 열린 '울리히 벡 전 독일 뮌헨대 교수 추모행사'에서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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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울리히 벡 선생의 뜻과 함께 협치의 시정 펼치겠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주최로 열린 '울리히 벡 전 독일 뮌헨대 교수 추모행사'에 참석해 추도사를 하고 있다. 박 시장은 추도사를 통해 "울리히 벡 교수의 못다 이룬 꿈은 살아남은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며 "성찰적 시민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즐겁게 머리를 맞대는 협치의 시정을 통해 우리 삶이 빛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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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 '울리히 벡 교수 영원한 안식 기원'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주최로 열린 '울리히 벡 전 독일 뮌헨대 교수 추모행사'에서 명진 스님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추모의례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명진 스님은 "전국민을 슬픔 속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해 벡 교수는 남의 아픔이 아니라 자기 아픔으로 받아 안으셨다"며 "당신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안전한 세상을 갈망하던 당신의 뜻은 언제까지나 우리곁에 함께 할 것"이라고 추모했다. ⓒ 유성호


추도식은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의 집전으로 전통 불교식으로 거행됐다. 명진 스님은 봉은사 주지를 지냈던 2008년, 벡 교수가 봉은사를 찾아오자 그에게 '무애거사'라는 호(號)를 선물해 주기도 했다.

명진 스님은 "전국민을 슬픔 속에 빠지게 했던 세월호 사고에 대해 벡 교수는 남의 아픔이 아니라 자기 아픔으로 받아 안으셨다"며 "당신의 몸은 우리 곁을 떠나지만 안전한 세상을 갈망하던 당신의 뜻은 언제까지나 우리곁에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진 스님은 향을 올리며 불교 의식을 거행했다.


추도사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벡 교수의 타계 소식에 스승을 잃은 것처럼 허전하다"며 "지난해 제 옆에서 하신 목소리가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해 7월 방한한 벡 교수와 함께 '위험사회의 도전에 있어 서울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토론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벡 교수는 서울시가 동아시아의 위험관리를 위해 서울, 베이징, 도쿄 등을 잇는 도시협력에 앞장 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그의 못다 이룬 꿈은 살아남은 우리의 몫으로 남았다"며 "성찰적 시민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즐겁게 머리를 맞대는 협치의 시정을 통해 우리 삶이 빛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무엇보다 선생께서 보여주신 서울에 대한 애정과 관심에 대해 천만 서울시민을 대표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안전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앞장설 것임을 선생의 영전 앞에 약속드린다"고 명복을 빌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인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대표도 추도사를 남겼다. 전 대표는 "이미 부패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정부와 언론, 공공기관의 대처를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뼈저린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회가 그 위험을 입증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전 대표는 "벡 교수의 타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그의 정신이 우리 안에 새봄과 함께 꽃피게 되길 간절히 바란다"며 "더불어 이 봄에 하늘로 수학여행을 떠난 무고한 아이들이 평안한 안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모쪼록 세월호의 진상 규명과 조속하고 온전한 인양이 이뤄져서 실종자들을 수습할 수있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며 "올해는 대한민국이 탈바꿈의 원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울리히 벡 #박원순 시장 #명진 스님 #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세월호 침몰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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