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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니-이효희, 10년 만에 챔프전 재격돌

[프로배구] 프로 원년부터 경쟁해 온 V리그 세터계의 양대산맥

15.03.25 09:15최종업데이트15.03.2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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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9년 10개월 전이었던 2005년 5월, 프로화를 선언한 V리그의 원년 챔피언 결정전이 열렸다. 여자부 매치업은 KT&G(현 KGC인삼공사)와 한국도로공사. 양 팀엔 커다란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20대 중반의 젊은 세터가 팀을 이끌었다는 점이다.

당시 시리즈는 최광희, 임효숙, 지정희(이상 은퇴), 김세영(현대건설) 등이 이끄는 KT&G가 3승1패로 승리하며 우승했다. 하지만 시리즈 결과와는 별개로 배구 팬들은 두 젊은 세터의 라이벌 구도가 V리그 여자부의 새로운 재미가 될 것이라 입을 모았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V리그 여자부는 어느덧 11번째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10년 전 챔프전에서 만났던 두 세터는 각자 다른 소속팀을 이끌고 다시 한 번 우승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영원한 라이벌' 김사니(기업은행)와 이효희(한국도로공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사니] 고교 시절부터 이름을 날린 182cm의 장신세터

김사니는 1999년 중앙여고를 졸업하고 도로공사에 입단할 당시 3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을 정도로 촉망 받는 세터였다. 김사니는 입단 후 곧바로 도로공사의 주전 자리를 꿰찼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당시 여자배구는 GS칼텍스가 오랜 독주를 끝내고 강혜미, 구민정(이상 은퇴), 장소연(도로공사)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트리오를 보유한 현대건설이 새로운 독주를 시작하던 시기였다. 김사니는 한송이(GS칼테스), 임유진(은퇴) 같은 좋은 동료들이 합류하고 나서야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프로 원년 도로공사를 준우승으로 이끈 김사니는 2007년 FA자격을 얻어 인삼공사로 이적했다. 이적 후 두 시즌 연속 인삼공사를 플레이오프로 이끈 김사니는 2009-2010시즌 몬타뇨 마델레레이네(페네르바체)와 짝을 이뤄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0년 흥국생명 이적 후 김사니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김연경(페네르바체)과 황연주(현대건설)가 차례로 팀을 떠난 흥국생명의 전력은 예전 같지 않았고 결국 김사니가 활약한 3년 동안 흥국생명은 한 번 밖에 봄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비록 소속팀에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지만 김사니는 대표팀에서 수 년 동안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특히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또 한 명의 라이벌 이숙자(은퇴)를 제치고 주전세터로 나서며 대한민국의 4강을 이끌기도 했다.

2013-2014 시즌 아제르바이잔리그에서 뛰었던 김사니는 이번 시즌부터 다시 기업은행으로 이적해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기업은행을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김사니로서는 인삼공사 시절이던 지난 2010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서게 되는 챔프전 무대다.

공교롭게도 챔프전 상대는 김사니가 처음으로 성인 무대를 밟았던 '친정' 도로공사다. 프로 원년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고 우승 직전에서 좌절했던 김사니는 이번엔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다시 한 번 친정팀을 울릴 준비를 하고 있다.

[이효희] 나이가 들면서 점점 기량이 무르익은 대기만성형 세터

김사니가 고교 시절부터 특급 세터로 인정받아 계속 엘리트 코스를 걸어왔다면 이효희는 성인배구 입단 후 꾸준히 성장해 정상의 자리까지 오른 대기만성형 선수다. KT&G 입단 당시만 해도 173cm의 단신세터 이효희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프로 원년 비로소 주전 자리를 꿰찬 이효희는 안정된 토스로 KT&G를 원년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흥국생명, 기업은행 등 옮기는 팀마다 우승 반지를 모았다. 하지만 이효희는 뛰어난 기량에 비해 안쓰러울 정도로 저평가 받았던 선수이기도 하다.

2007년 첫 FA자격을 얻었을 땐 소속팀이 라이벌 김사니를 영입하면서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흥국생명으로 이적했고 2010년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을 땐 불러주는 팀이 없어 잠정적으로 은퇴를 하기도 했다.

2011년 우여곡절 끝에 기업은행의 창단 멤버로 들어간 이효희는 2012-2013년 기업은행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2013-2014 시즌에는 정규리그 MVP에 오르며 뒤늦은 전성기를 누렸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세 번이나 FA자격을 얻었지만 당당하게 대우를 받은 것은 작년 도로공사로의 이적이 처음이었다.

이효희는 도로공사에서도 문정원, 황민경 같은 젊은 선수들부터 외국인 선수 니콜 퍼셋, 맏언니 장소연까지 공격수들을 잘 활용하며 도로공사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자신에게 새로운 배구인생을 열어준 전 소속팀 기업은행을 만나게 된다.

이효희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정통세터라면 김사니는 빠른 토스워크와 다양한 공격패턴을 즐기는 변칙적인 세터에 가깝다. 이효희와 김사니는 정규리그 세트 부문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서로의 친정팀을 상대하는 이번 챔피언 결정전은 현존하는 V리그 최고의 세터를 가리는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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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김사니 이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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