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총파업으로 모든 산업이 정지되던 날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디지털노마드가족) 네팔 포카라 번다(파업) 기간 시민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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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영(hyanggy81)등록 2015.04.17 20:15
과연 파업으로 인해 모든 교통수단과 상점, 공장 등 산업들과 정부기관들이 문을 닫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상이 멈출거라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거리에 자유로운 시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2014년 9월부터 네팔 포카라에서 거주하면서 겪었던 파업에 대한 일화를 나누어보고자 한다.

네팔은 10여년 동안 마오이스트들(공산당)의 민주화운동으로 내전을 심각하게 겪은 후 2007년도에 절대군주국을 무너뜨리고 입헌군주제가 세워졌다. 지금까지도 헌법 제정과 관련하여 의견이 조율되지 않고 있어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시기가 오면 현재 야권으로 밀린 공산당이 파업을 선포하고 있다. 또한 기름값이 오르거나 대학교 등록금 인상 등으로 인해 총파업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네팔 상공 회의소에서는 하루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0억이고, 투자자와 관광객들을 떠나게 만들고, 수천명의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하기를 거부한다며 파업에 대해 비난하고 있지만 과연 일반 시민들은 파업 시기에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네팔 포카라 파업 기간 거리 ⓒ 김태균


자유를 향한 길에서 삶의 노래를 부르네

2015년 1월, 아이가 유치원 갈 채비를 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이웃에 살고 있는 무슬림 가족이 모든 학교들은 문을 안연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에 가보니 파업이라 유치원도 문을 안열고, 교장선생님은 파업이 며칠 더 갈 수도 있으니 내일 아침 유치원에 오기 전에 전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음날 유치원에 전화를 하니 파업이라고 하여 쉬고, 내일은 공휴일이라 쉬기 때문에 아이를 하루종일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다. 집안에서만 놀게 되면 아이에게 도전거리와 자극이 많지 않기에 생떼를 쓰고 우는 적이 많기에 주변 여행지로 떠나자고 했다.

시간이 멈춘다는 뜻을 가진 베그나스강에 가기 위해 짐을 꾸려서 나가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어디가냐고 묻는다. 베그나스강에 간다고 하니, 자전거 빼고 엔진이 달린 모든 교통 수단이 다니지 않아서 못갈 거라고 조언해주셨다. 응급차량 외에 다니는 차나 오토바이는 방화가 저질러지거나 돌로 맞을 것이라고 했다. 상점이나 레스토랑도 모두 문을 닫는다고 하였다.

집에서 베그나스강까지는 20km인데 2살도 안된 아이와 어떻게 갈 것인가? 그래, 가기로 했으니 유모차 끌고 걸어서라도 가보자!

포카라 번다 기간에 베그나스강으로 가는 길 ⓒ 한지영


항상 차와 오토바이로 붐비던 도시에 소와 개 그리고 사람들 밖에 없어서 이상했다. 지금까지 차 없는 도시를 활보하고 다녔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교차로마다 총을 든 군인들과 빨간 깃발을 든 공산당원들이 모여 있어 긴장감이 돌긴 했지만 차 없는 도로를 마음껏 활보할 수 있어서 오랜만에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대낮에 일하느라 거리에서 보이지 않던 청년들이 자유시간이 주어졌기에 공을 갖고 나와 거리에서 축구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했다. 아이들도 거리에 차가 다니지 않아 제기차기, 공놀이, 배드민턴 치기, 노래 틀어놓고 춤추기 등 청년들과 같이 도시에 활기를 불어다 주는듯 싶었다.

많은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걷고 있었다. 아이도 햇살 아래에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 중앙선을 따라 걷기 연습을 하니 마냥 즐거워했다. 함께 평화롭게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함께 살면서 생겼던 묵은 감정들이 치유되는 거 같았다.

모든 산업이 강제적으로라도 정지되는 날이 있으니, 시민들은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삶의 노래를 부른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바쁘게 사는지, 사회가 24시간 내내 가동되고 있는지 회고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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