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적 글쓰기, 왜 필요할까?

[서평] 자서전

등록 2015.04.29 16:22수정 2015.04.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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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 가계부조차 안 쓰는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상품에 눈이 어두워서다. 포털 사이트가 만들어지던 초기 무렵 포털 사이트에 소소한 일상을 올리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문화 생활을 위해 따로 비용을 쓰기 힘든 상황이라 포털 사이트를 뒤져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 문화적 욕구를 충족했다. 더 큰 소득은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나의 삶의 지표를 구체화 할 수 있었던 점이다.


 <자서전>
<자서전> 민음사
내 삶을 드러내는 방식의 글쓰기는 소설보다 더 진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오마이뉴스 특산품이 된 '사는 이야기'가 인기를 끈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었을까? 나는 2002년 여성신문사를 그만두면서 '대한민국 40대는 설 곳이 없다'라는 기사를 <오마이뉴스>에 올리며 나에 대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통과 공감을 나누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자전적 글쓰기 방식인 셈이다.

자서전은 편지, 일기, 회고록, 자전 소설 등과 같은 자기에 대한 글쓰기다. 자서전은 개인의 삶에 대한 개인적인 기록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주류 문학이 아닌 하위 문학으로 평가됐다. 그럼에도 자서전은 끊임없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현대는 인터넷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까지 자전적 글쓰기가 확산됐다. 실제로 작가나 독자들의 관심 영역도 공적 영역에서 사적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개인의 자유와 자율성에 대한 열망의 고조가 자기 글쓰기를 일반화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글쓰기의 가장 큰 목적은 인정 욕구와 소통에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자기를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유호식의 <자서전>(민음사)은 서양 고전에서 배우는 자기 표현의 기술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말 그대로 자서전에 속하는 글을 쓴 대가들을 통해 모두가 자전적 글을 쓰는 현대인에게 표현 기법을 소개한다. 자서전적 기록의 시작이라 분류되는 마르쿠스부터 20세기 개인의 고백적 글쓰기까지 유형을 분류하고, 지향점을 짚어주며 뒤에 간단히 예문을 싣는 방식을 취한다.

고백록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삶의 의미를 철저한 자기 절제와 이성을 통해 완성을 향해 나가는 과정으로 봤다. 철학적 자기 성찰과 사유의 글쓰기다. 성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회심한 신학자로 개인의 삶을 구원이라는 형이상학적 관점으로 일관되게 풀어내고 있다.


<수상록>을 쓴 미셀 드 몽테뉴는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적 학문적 예술적 변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지식인의 관점에서 기술했다. 장자크 루소는 글쓰기의 주체이자, 대상으로 새로운 글쓰기의 전형을 만들어 낸 자전적 글쓰기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경우다.

프랑수아 르네드 사토브리앙은 개인의 삶이 역사 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해준 경우다. <좁은 문>의 앙드레 지드는 인간이 내적으로 지닌 선악의 양면성을 통해 천국과 지옥을 연결하려 했다. 나탈리 사로트는 자기 삶의 드라마를 자살 시도와 살해로 형상화했다.


미셀 레리스는 문학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의문을 제시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말하기라는 자서전 글쓰기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장 폴 사르트르는 자서전에 나타나는 진실과 거짓은 기억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루이 르네 데 포레는 고백적 글쓰기를 통해 타인과 관계 맺기를 갈망한 경우다.

철학적 자기 성찰의 글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고백이건 자전적 기록은 한 인간의 기록이자 개인의 기록을 통해 드러난 사회와 역사와 시대적 산물이다. 그래서 자서전에는 개인의 갈등만이 아니라 문학적 모순 시대적 모순이 녹아있는 셈이다. 그레서 미레이유 칼 그뤼베르는 자서전이 새로운 유형의 글쓰기로 받아들여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서전은 문학에 관한 질문들뿐 아니라 문학이 문학에 대해 제기하고 있는 질문들. 말하자면 문학의 존재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모순을 구체화시켜 보여주고 있다. -<자서전> 일부

인간 삶의 터전에 자리한 모든 것은 인간 자신의 정체성과 삶을 위한 것이다. 그런 의미로 과거와 현재, 자신과 타자. 한 개인의 내적 자아가 지닌 갈등, 이성과 감성, 본성적 욕망과 이성적 통제 사이에 흔들리는 자기에 대한 객관적 글쓰기와 성찰인 자전적 글쓰기야말로 가장 구체적인 삶을 드러내는 방법이자, 삶을 새롭게 기획하는 방법이 아닐까.

과거를 연금술처럼 변용한다는 점에서 자서전적인 성찰의 글쓰기는 삶을 다자인하는 한 가지 방식이다.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 젊은이나 인생을 잘 정리해야 할 시점에 있는 노년층에게 한정된 과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누구나 예외 없이 무한한 삶의 변화에 직면해 있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내지 않으면 영원히 위기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 삶에 대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매 순간 삶을 디자인해야 한다. 자서전은 새롭게 삶을 디자인할 때 시도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자서전> 일부
덧붙이는 글 자서전/ 유호식/ 민음사/ 1만 9000원

자서전 - 서양 고전에서 배우는 자기표현의 기술

유호식 지음,
민음사, 2015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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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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