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오바이트' 흔적, 끊은 담배 다시 피운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체험기⑤] 청소노동자는 학교의 구성원일까 아닐까

등록 2015.05.31 20:45수정 2015.05.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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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상시적인 업무에 대하여 '직업안정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다른 법률('민법'을 제외한다)이 정하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를 간접고용 하여서는 아니 된다. 사용자가 전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근로자를 간접고용한 경우 사용자는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 -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중 일부

"'지하캠퍼스 공사'와 사상 최대의 전쟁이 시작된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온다. 새벽 5시인데도 학생들이 꽤 보였다. 술에 취했는지 비틀거리며 시내를 돌아다니는 무리가 내 옆을 지나간다. 편의점 앞에서 맥주를 마시는 학생들도 있다. 학교 안 몇몇 주점도 불이 켜져 있다. 어제의 달이 지고 오늘의 해가 떠오르려 기지개를 켜는데도, 일부 학생들은 전날 축제의 열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의 '광운대 80주년 기념관 및 지하캠퍼스' 공사가 학교 한가운데서 진행되지만, 그래도 광운대학교 축제인 월계축전은 계속되고 있다.

축제의 아침을 여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새로운 아침이 밝아온다. 새벽 5시인데도 축제 전날의 열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학생들이 꽤 보였다. 사진은 광운대학교 월계축전이 열리는 장소 중 한 곳이다.
새로운 아침이 밝아온다. 새벽 5시인데도 축제 전날의 열기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학생들이 꽤 보였다. 사진은 광운대학교 월계축전이 열리는 장소 중 한 곳이다. 김동수

오늘(15일)은 월계축전 마지막 날이다. 한편으로 참된 스승의 존재를 되새기는 스승의 날이다. 학생과 교수 등 광운대 안의 구성원들에게 여러 의미가 층층이 뒤섞여 있는 하루다. 그 시작을 여는 사람들은 광운대의 또 다른 구성원인 청소노동자들이다.

내 사수인 청소노동자 김영호씨도 그중 한 명이다. 청소노동자의 이름만으로 의아할 듯하다. 대학 청소노동자라고 하면 대부분은 여성 노동자를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사수처럼 남성 노동자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중 남성의 비율은 20% 정도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서울시 대학 비정규직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자료만 봐도, 대학 청소노동자 중 남성의 비율은 15.9%다.

사수는 "정직이 정답이다"란 펼침막이 걸려 있는 전자정보공과대학 건물인 비마관을 담당한다. 이 건물에 있는 수많은 쓰레기통의 쓰레기를 비우고, 건물 외부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역할이다. 남성 노동자들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여성 노동자들 못지않게 광운대의 외관을 빛나게 해주는 주역들이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전자정보공과대학 건물 앞에서 비질을 하고 있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전자정보공과대학 건물 앞에서 비질을 하고 있다. 김동수

사수는 새벽 4시 50분에 출근했다. 축제 기간이라 쓰레기가 많을까봐 이전보다 10분 일찍 나왔단다. 지금 내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들을 미리 예상한 것이다. 학생들이 등교하기 전에 일을 끝내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나는 견습생이 일 배우듯 사수를 졸졸 따라 다녔다. 혹시나 놓치는 부분이 없나,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이전의 청소노동자들과 했던 업무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사수는 갈색 빛깔의 고무통을 얹은 카트를 성큼성큼 끌고 나갔다. 고무통은 줄로 고정됐다. 이 통에 비마관 내의 쓰레기를 모두 담아낸다. 카트 뒤에는 어울리지 않게 서류가방도 붙어 있다. 그 안에 쓰레기를 담을 비닐봉지와 다양한 연장들이 있다. 그런 카트를 잠깐 운행해봤는데, 쓰레기가 있다 보니 무게가 꽤 나갔다. 비실비실한 내가 계속 운행했다가는  접촉사고를 일으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금 끌다가 다시 사수에게 카트 운행권을 넘겨야 했다.

 주점 주변에 술병이 담긴 포대가 여기저기 있다. 사진은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카트를 끌고 가는 장면이다.
주점 주변에 술병이 담긴 포대가 여기저기 있다. 사진은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카트를 끌고 가는 장면이다. 김동수

건물 내 모든 쓰레기를 카트에 담아 내려왔다. 학교 구석에 있는 분리수거장에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비마관 앞으로 갔다. '바다이야기', '날 뎁혀줘, 지구온난화처럼' 등의 이름을 내건 주점들이 중앙도서관과 비마관 사이에 쭉 늘어서 있다. 역시나 그 주변에 술병이 가득했다. 나는 술병이 깨질까봐 조심스럽게 포대에 담았다. 벌써 시계는 5시 30분을 가리켰다.

"예전 축제 때는 학생들이 소주병을 아무 데나 갖다 놔서 청소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은 정리를 잘 해놔서 그래도 편해요. 병을 딱 한데 모아주니까 좋네요. 요즘은 깨끗한 편이에요. 유리병이 깨지면 다치니까 조심히 옮기세요."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주점 주변을 마당비로 쓸고 있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마법처럼 깨끗해졌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주점 주변을 마당비로 쓸고 있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마법처럼 깨끗해졌다. 김동수

한 곳에 모인 술병들과 달리 길바닥은 아수라장이었다. 군데군데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이리저리 버려져 있다. 곳곳에서 '오바이트' 흔적도 보였다. 사수는 그 주변을 마당비로 쓸었다. '쓱쓱' 주변을 몇 번 쓸기 시작하니, 금세 쓰레기들이 마법을 부린 것처럼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나도 옆에서 군대 시절 낙엽 쓸던 기억을 되살려 비질을 해봤다. 때마침 총학생회 간부인 듯한 남학생이 사수에게 "고생하신다"며 넉살좋게 음료수를 건넸다. 그 옆에 힘없이 서 있는 나한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쌩' 하고 지나간다.

3년여 동안 청소노동자가 20번 바뀐 이유

"생각해보니, 오늘이 광운대에서 청소한 지 딱 3년 2개월 되는 날이네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제 주변을 스쳐 지나갔어요."

사수는 남성 청소노동자 중 고참급이다. 그사이 20명의 사람들이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만두는 걸 바라봐야 했다. 모두가 청소일을 견디지 못해 떠나갔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부지런한 습관이 삶에 녹아 있지 않았다면 청소일 하기가 만만치 않아요.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게 생각보다 어렵거든요. 시작한 지 얼마 안 있다가 적응이 안 돼서 그런지 그만두기 일쑤예요. 신입이 곧바로 나갈까봐 힘들기로 소문 난 비마관 청소도 바꿔준 적이 있는데, 또 금방 나가더라고요."

사실은 청소노동자에게 새벽 댓바람부터 기상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난관이 있다. 바로 계절의 영향이다. 여름에는 무더위가 선사하는 쓰레기의 악취와 싸워야 한다. 겨울에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몰고 오는 추위와 맞서야 한다. 이 때문에 청소노동은 3개월이 마지노선이란다. 대부분은 이 3개월을 못 버티고 그만둔다. 3개월만 딱 이 악물고 견디면 그제야 수년간 일할 정식 청소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그 마지노선을 넘긴 사람 대부분은 지금 사수와 함께 일하고 있다.

"들어오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하는데, 대부분은 못 견디고 금방 나가요. 요즘 50세 이상이면 다른 직업 얻기가 어려우니까, 쉬운 줄 알고 들어오는 거죠. 그런데 이것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예요. 특히나 자신의 영광스런 과거만 생각하고, 이 일을 시작하면 절대 못합니다. 과거를 버려야 해요. 사명감을 가져야 하죠."

 9시부터 분리수거가 시작됐다. 아까 새벽부터 쓸고 모은 쓰레기를 분리해야 한다. 모든 청소노동자가 함께했다. 쓰레기들을 갈퀴로 끌어 모아 종류별로 나누었다. 병, 플라스틱, 캔 등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사진은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이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9시부터 분리수거가 시작됐다. 아까 새벽부터 쓸고 모은 쓰레기를 분리해야 한다. 모든 청소노동자가 함께했다. 쓰레기들을 갈퀴로 끌어 모아 종류별로 나누었다. 병, 플라스틱, 캔 등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사진은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이 분리수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동수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는 데만 꼬박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나도 분리수거를 함께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분리수거를 하고 있다. 분리수거를 하는 데만 꼬박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나도 분리수거를 함께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김동수

아침식사를 마치고, 9시부터 분리수거가 시작됐다. 아까 새벽부터 쓸고 모은 쓰레기를 분리해야 한다. 모든 청소노동자가 함께했다. 쓰레기들을 갈퀴로 끌어 모아 종류별로 나누었다. 병, 플라스틱, 캔 등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차곡차곡 분리된 쓰레기들은 각자 포대에 담겨졌다. 그 포대는 또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나머지 일반 쓰레기는 녹색 바탕의 일반폐기물 압롤박스에 버려졌다.

"분리수거도 정신없이 몰아쳐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제정신으로 하기 힘들어요. 더러운 것을 직접 대면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특히 여름이 되면 온갖 악취로 고생 좀 합니다."

그사이 나는 폐지를 골라 1톤 트럭에 실었다. 종이박스를 분리하다 음식물이 나오자 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술에 젖었는지 물기도 있다. 어느새 폐지가 차 위에 한가득 쌓여 있다. 한 노동자가 차 위에 실린 폐지를 밟으며 부피를 줄여나갔다. 솔직히 내가 분리수거를 함께했지만, 별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분리수거장 옆에 자리를 잡은 주점 안에 남학생 한 명이 있다. 그 학생은 의자에 웅크리고 누워서 꿈나라를 헤매고 있다. 수업을 들으러 가는 학생들은 이곳 분리수거장을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간다. 분리수거 작업은 11시까지 이어졌다. 사수는 분리수거가 끝나갈 즈음에 다시 주점 주변을 청소했다.

흐뭇하게 소개하거나, 이상하게 쳐다보거나

지금은 12시다. 점심식사를 하고, 비마관 청소를 다시 시작했다. 이 건물의 각 층은 미로 같다. 하지만 사수는 이 미로를 능수능란하게 빠져나가며 쓰레기통에 쌓여 있는 쓰레기를 비웠다. 기본적으로 한 층에 쓰레기통이 2~3개 정도 있는 것 같았다. 거기서 나올 쓰레기는 상당해 보였다. 특히나 시험기간 때 나오는 쓰레기 양은 상상 이상이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카트를 끌고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다. 카트가 가벼울 때는 청소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한다. 카트가 계단과 닿을 때마다 '쿵쿵' 울려댔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카트를 끌고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이다. 카트가 가벼울 때는 청소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계단을 이용한다. 카트가 계단과 닿을 때마다 '쿵쿵' 울려댔다. 김동수

아까 새벽에 비마관을 돌아서 그랬을까. 지금은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별로 없다. 이처럼 카트에 담을 쓰레기가 적을 때는 승강기를 타기보다 계단으로 내려간다. 미로 같은 곳에서 이렇게 내려가야 청소시간도 절약되기 마련이다. 카트의 바퀴가 한 발짝 한 발짝 계단을 내딛으며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카트가 잠시 허공에 떴다가 바닥과 닿을 때마다 '쿵쿵' 울려댔다.

꽉 찬 쓰레기통을 분리수거장에 다시 내려놨다. 잠시 물을 마시려고 분리수거장 옆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로 들어갔다. 여기가 바로 남성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이다. 잠깐 휴식도 취할 겸, 커피 한 잔을 얻어마셨다. 분리수거장에 있는 동료들에게 사수가 흐뭇한 듯 내 소개를 시작한다.

"내 제자야. 로봇학과 출신인데, 나랑 같이 청소 시작했어. 자네도 나처럼 일한 지 3년이 넘으면 제자를 둘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봐."

 분리수거장 옆에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그곳이 바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다. 사진은 청소노동자 휴게실 전경이다.
분리수거장 옆에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그곳이 바로 청소노동자들의 휴게공간이다. 사진은 청소노동자 휴게실 전경이다. 김동수

사실은 청소하다가 아무 데나 앉아서 쉬는 곳이 바로 사수의 간이 휴식공간이다. 청소일이란 게 고돼서 그런지 사수는 자리에 앉을 때마다 담배를 피웠다. 담뱃값이 오른 이후 담배를 두 달 반을 끊었는데, 다시 피우기 시작했단다. 담배연기에 자신의 고된 삶을 '훨훨'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그사이 주점들이 하나둘 장사 준비를 시작했다.

사수를 자세히 살펴보니, 흰머리가 희끗희끗 나 있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자신의 자식들을 소개해줬다. 둘째 딸은 특히나 만화 그리는 것을 꿈꿔왔으나, 3년 정도 하고 그만뒀단다. 그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갑자기 손주 사진도 보여줬다. 휴대폰 배경화면 속에 있는 아이는 귀여웠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는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어내고 일어났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축제가 열리는 장소를 청소하고 있다. 그 사이로 학생들이 지나다닌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축제가 열리는 장소를 청소하고 있다. 그 사이로 학생들이 지나다닌다. 김동수

"쟤는 왜 따라 다니지?"

옥상공원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이런 얘기가 들려왔다. 그 말은 비아냥거림인지 궁금증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그 울림이 오랫동안 내 귓가를 맴돌았다. 내 바로 옆에서 왜 그런 말을 당당하게 했을까. 아직도 의문이다. 내가 청소노동자를 따라다니면 학생들은 매번 의아하게, 또는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 학생의 물음을 뒤로 하고, 다시 담배꽁초를 주웠다. 옆에 있던 사수는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땀이 많은 사수에게 수건은 기본 도구다. 특히나 한여름에는 땀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단다. 사수는 땀을 닦으면서도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후미진 곳에 숨겨진 아이스크림 봉지를 찾아냈다. 내가 그 주변의 쓰레기를 샅샅이 찾아서 주웠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장그래'보다 못한 노동자가 양산되는 현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전자정보공과대학 건물에 있는 옥상공원에서 담배꽁초 등을 줍고 있다. 그 건물 옆에서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의 '광운대 80주년 기념관 및 지하캠퍼스' 공사가 한창이다.
광운대 청소노동자 김영호 씨가 전자정보공과대학 건물에 있는 옥상공원에서 담배꽁초 등을 줍고 있다. 그 건물 옆에서 지상 4층, 지하 3층 규모의 '광운대 80주년 기념관 및 지하캠퍼스' 공사가 한창이다. 김동수

청소를 하다 바라본 맞은편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타워크레인이 우뚝 서 있다. 사수가 갑자기 자신의 옛 이야기를 꺼냈다.

"젊었을 적에는 건축 일을 했어요. IMF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했지요. 그 뒤로 아파트 경비생활을 10년 정도 했죠. 또 우연하게도 청소노동자의 길로 들어섰는데, 원자력병원에서 일한 것까지 합치면 벌써 7년째가 다 되어가네요. 무엇보다 저는 딸들에게 미안해요. 여태까지 돈 못 버는 아버지였기 때문이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자료를 보면, 2014년 8월 사수와 같은 용역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138만 원이다. 2014년 당시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월 163만829원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참고로 올해 4인 가족 최저생계비는 166만8329원이다. 용역노동자에게 인간다운 삶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없다.

사수가 살아온 인생은 도급과 용역의 삶이었다. 사수의 삶을 지탱한 노동이 이 학교 안에 모두 있다. 건설노동자, 경비노동자, 청소노동자가 그것이다. 특히나 사수와 같은 대학 청소노동자는 간접고용의 중심에 있다. 언제부터인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직접고용은 딴 나라 얘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용역업체에 도급을 주면, 대학은 용역노동자들에게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광운대 역시 청소노동자들을 법적으로 학교의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은 늘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자기 학교에 다니는 '예비노동자'들은 대기업 정규직으로 취직시키려 노력하면서도, 정작 지금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진리의 전당' 대학에서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법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확산을 규제하는 데 부족한 점이 많다. 그래서일까. 간접고용이 무분별하게 남용되고 있다. 종류만 해도 파견, 용역, 호출 등인데, 웬만한 사람들은 구별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그 결과 고용시장은 점점 왜곡되어간다.

청소를 마치고 퇴근하는데, 학교 안은 학생과 동네 주민으로 가득했다. 축제 인파 속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업무를 묵묵히 수행해온 사수가 정직하게 흘린 땀의 대가는 제대로 계산돼왔던 걸까. 내 머릿속에서 '아니다'란 답안이 떠오른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정규직이라도 꿈꿨던 '장그래'보다도 못한 노동현실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사수가 정직하게 흘린 땀의 대가는 언제쯤 제값으로 돌아올까. 간접고용을 줄이는 법안인 '은수미법'은 아직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편집ㅣ최규화 기자

#청소노동자 #광운대 #청소 #근로기준법 #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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