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도서 추천교원 누구냐?"... 학교에 '협박' 편지

한 보수단체 대표, 서울·경기 학교에 '내용 증명' 서한 논란

등록 2015.06.02 20:17수정 2015.06.0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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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아무개 푸른도서관운동본부 대표가 일선 학교장에게 보낸 '내용증명' 서한.
조 아무개 푸른도서관운동본부 대표가 일선 학교장에게 보낸 '내용증명' 서한. 윤근혁

한 보수단체 대표가 특정 책을 거론하며 "이 책을 추천한 교원 (이름) 등을 회신하라"는 '내용 증명' 서한을 일선 학교 교장들에게 보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편향된 단체의 요구에 따르지 말라'고 학교에 당부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서운 편지..."회신 없으면 사법부에 고발"

2일 기자가 입수한 서한을 보면, 조아무개 푸른도서관운동본부 대표는 '정치 교육 확인 및 고발 예정 통보'란 제목의 내용 증명을 서울, 경기 지역 학교에 무더기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파악된 학교는 서울 2곳, 경기 3곳 등 모두 5곳이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이 서한에서 "유감스럽게도 귀교는 학생의 정치 참여를 권장하는 도서 <김치도 꽁치도 아닌 정치>를 XX권씩이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사법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 책 구입 배경 ▲ 추천한 교원 ▲ 책 추후 활용계획을 회신 주소로 발송해주시라"고 지시했다.

또한 조 대표는 "회신 기한은 본 내용 증명을 받으신 후 2주"라면서 "회신이 없을 경우 정치적 의무 위반을 이유로 귀교를 사법부에 고발하여 법치 정의가 구현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압박했다.

조 대표는 해당 서한을 같은 학교명을 가진 서울과 경기지역 학교에 제각기 보내기도 했다. 서한을 받은 경기 지역의 한 학교는, 편지를 받은 뒤 해당 도서가 있는지 학교를 샅샅이 뒤졌지만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단체가 사실상 폐기할 것을 요구한 도서는 '청소년 정치 교양서'이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조사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선 피우리중학교 '문사철인' 아이들의 설문 조사 결과와 인터뷰가 이야기를 끌어"가는 책이다. 이 책은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과 서울지역 자치구 등이 청소년 추천도서로 선정한 바 있다.


푸른도서관운동본부는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세력들에게 장악된 도서 현실을 바로잡자'는 목적으로 올해 1월 29일 출범한 보수단체다. 이 단체가 만든 출범 문서를 보면 이 단체에는 북한인권학생연대, 남북동행, 경제진화연구회 등이 주축으로 참여하고 있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빚은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 필자 등이 자문위원을 맡았다.

서울시교육청, "학교 자율성 해치는 협박... 따르지 말라"


이 서한을 받은 한 중학교 관리자는 "내용 증명을 받으니 학교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것은 당연히 학교에 대한 협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도 "학교가 도서선정위를 열어 공정하게 선정한 도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고발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이런 것이야말로 편향된 단체가 학교의 자율성을 해치기 위해 조직적으로 협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육청은 편지를 받은 학교에 "해당 단체의 자의적인 요구에 따르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 대표의 해명을 듣기 위해 이 단체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지만 다른 단체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이 직원은 "조 대표는 3일 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며 "그 단체 상근 직원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조 대표의 휴대폰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고 문자도 보냈지만 현재까지 연결되지 않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정 도서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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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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